분노하고 또 분노한다. 미디어 환경의 위기, 신뢰의 위기, 생존의 위기 속에 노동조합과 SBS 구성원들은 임금 동결과 제작비 절감 등 온갖 악조건을 감내하며 우리 일터 SBS의 추락을 막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 왔다. 그런데 오는 24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측이 스스로 밝힌 공시내용을 보면 충격과 분노를 멈출 길이 없다.

SBS 수익 유출로 타 계열사 대규모 흑자

SBS가 제작비 증가와 광고부진으로 89억원의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한 지난 해 SBS 콘텐츠 허브는 무려 14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SBS가 2015년 400억대 흑자에서 지난 해 적자전환하며 수직 추락하는 동안 콘텐츠허브는 영업이익이 같은 기간 30억원 가까이 늘어났다. 편성의 3/4, 광고수익의 대부분을 SBS 콘텐츠로 채우고 있는 SBS플러스 역시 132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대비 23억원이 증가했다. 노동조합이 그 동안 수도 없이 지적한 온갖 퍼주기 계약과 부당지원으로 SBS 콘텐츠로 창출된 수익이 콘텐츠 경쟁력 향상과 근로조건 개선에 쓰이지 못하고 줄줄 새 나가, SBS로는 제대로 귀속되지 못하고 다른 관계사들의 배만 불린 것이다. 

SBS 몫으로 현금 배당 잔치 벌이는 지주회사

더구나 SBS가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직원들의 임금도 못 올려줄 상황까지 내몰렸지만 다른 곳에선 돈 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유출된 SBS의 이익으로 지주회사인 미디어홀딩스와 콘텐츠허브, SBS플러스는 수십억 원을 현금 배당했다. 콘텐츠허브는 21억 5천만원을, 플러스는 11억 5천만원, 미디어 홀딩스는 35억원을 현금으로 주주들에게 뿌리기로 했다. 특히 공시를 통해 매출 95%를 SBS로부터 받고 있다며 일감 몰아주기를 스스로 고백한 콘텐츠허브의 배당성향을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배당성향 68%, 별도재무제표로 보면 무려 77%의 배당성향을 기록하고 있다. 코스피 종목 가운데서도 최우량 고배당주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미디어홀딩스는 올해 SBS가 영업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도 지난 해 400억대 흑자를 기록했을 때와 똑같은 35억원을 현금 배당하기로 했다.

SBS가 영업적자로 허덕이는 와중에 콘텐츠허브는 SBS 콘텐츠로 벌어들인 피 같은 돈을 초고율의 배당으로 미디어홀딩스에 넘기고 이를 다시 대주주인 태영이 챙겨가는 수익 빼돌리기가 생생하게 드러난 것이다.

위기는 나 몰라라...심각한 도덕적 해이  

결국 미디어 홀딩스의 대주주인 태영은 위기의 기운이 만연해 노동조합이 임금인상을 양보하고, SBS 전 구성원이 미래를 고민하고 있는 이 시점에 SBS가 적자를 보든 말든, SBS의 미래가 어떻게 되든 아랑곳없이 SBS의 수익을 자신의 지분이 더 높은 타 계열사로 빼내 더 많은 자본이익을 취하는데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이솝 우화의 한 대목처럼 거위가 죽든 말든 배를 갈라 황금알만 챙기겠다는 어리석기 짝이 없는 행태다. 이런 대주주와 경영진의 행태는 심각한 도덕적 해이 그 자체이며, 국민의 자산인 전파를 기반으로 하는 지상파 방송사에서는 결코 벌어져서는 안될 일이다. 노동조합과 SBS구성원들의 노력에 찬 물을 끼얹는 것도 정도의 문제다. 어떻게 이런 부도덕한 행태를 일삼으며 ‘책임경영’을 입에 담을 수 있는가?

‘SBS 중심 그룹 경영’이라고?...탄로난 거짓말

그 동안 사측은 구조적으로 SBS의 성장과 경영 정상화를 가로막는 지주회사 체제를 재편하고 부당한 수익 유출을 막아야 한다는 노동조합의 거듭된 지적에 대해 지주회사 체제가 SBS 중심으로 경영되고 있다는 궤변으로 일관해 왔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이번 공시를 통해서 경영진이 입으로는 SBS 중심의 그룹 경영을 말하면서 뒤로는 SBS 수익 유출과 타 계열사의 이익 보장을 위해   상시적으로 SBS의 이익을 침해하는 배임을 저지르고 있음이 명백히 드러났다고 판단한다. 또한 사측이 더 이상 SBS 이익이 부당하게 유출되지 않도록 하자는 2015년 노사합의 정신을 준수할 의지가 전혀 없음도 분명해 졌다고 본다.

이에 노동조합은 더 이상 미온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는 절박하고 결연한 각오로 지난 22일 임시대의원회를 열어 4대 요구사항을 결의하고 총력을 다해 관철해 나가기로 했다.

우리는 왜 4대 요구를 주장하는가?

기존 콘텐츠 판매 계약 백지화

콘텐츠허브와 SBS플러스에 대한 SBS 콘텐츠 거래 계약은 콘텐츠 요율의 높고 낮음이 문제가 아니라 그 자체로 일감몰아주기와 이익 빼돌리기, 배임 등 온갖 법적 시비를 태생적으로 안고 있으며, SBS의 수익기반 붕괴를 전제조건으로 하고 있다. 기존 계약을 백지화하고 콘텐츠 직판이나 SBS내 자회사 설립 등의 방안을 마련해 더 이상의 출혈을 막아야 한다. 이 상태로 가면 수술을 하기도 전에 과다출혈로 환자의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부당한 경영자문료 지급 중단 및 이익 상충 업무 수행 중단

또한 사측이 그 동안 주장해 온 SBS 중심의 그룹 경영은 SBS가 비용은 다 떠안고 수익은 타 계열사와 홀딩스를 통해 빠져 나가는 구조를 미화하는 궤변임이 주주총회를 앞둔 이번 공시를 통해 한층 분명해 졌다. SBS 구성원들을 더 이상 적폐 체제 유지에 동원하지 말라. 지주회사에 대한 부당한 경영자문료 지급을 즉시 중단하라.

웹 에이전시 용역 공개 입찰 전환

사측은 지난 해 연말 소급계약을 통해 콘텐츠허브의 웹 에이전시 용역비를 기존보다 30억 넘게 인상 지급했다. 소급 계약 전에 일부 현금이 미리 지급돼 그 자체로도 계약 위반이지만, 140억원 대 영업흑자를 기록한 콘텐츠 허브의 손실보전을 위해 90억원대 영업적자를 기록한 SBS가 추가적인 출혈을 자처한 어처구니없는 사례다. 웹 에이전시 용역을 공개입찰로 전환해 비용을 투명하게 밝히고 출혈을 막아야 한다.

책임 경영진 총사퇴

대주주인 윤석민 이사회 의장은 지난 해 이사회 취임 일성으로 책임경영을 내세웠다. 책임을 지겠다고 했으니 책임을 묻겠다. 타 계열사에 대한 부당한 지원을 방조하며 SBS 수익 유출로 적자전환을 사실상 방치했으며, 이로 인한 주주와 SBS 구성원들의 이익을 심대하게 훼손한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한다. 경영 실패의 책임을 지고 SBS 이사회의 상임이사 전원은 즉각 물러나라.

노동조합은 4대 요구 관철을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다. 노동조합이 앞으로 어떤 단계로 행동해 나갈지는 전적으로 사측의 태도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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