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사로운 5월의 햇살은 눈부신 만큼 더 잔인했다. 햇살은 피우지 못한 꽃으로 반란 군부의 총칼에 스러져간 넋들의 봉분에 내리 꽂히고 어미들은 낮은 울음으로 아들, 딸의 묘비를 감싸 안고 마르지 않은 눈물로 비수가 된 햇살의 열기를 식혀냈다. 하지만 국가는 억울한 이들의 넋을 달래는 노래조차 마음껏 부르지 못하게 했고, 국가를 대표하는 자는 유족들에 의해 국가기념행사장에서 쫓겨났다. 바로 어제 36주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국가기념일 망월동 묘역의 풍경이다.

  노동조합은 어제 하루 SBS가 보여준 편성과 보도 행태에 참담함을 느낀다. 오전 10시에 있었던 망월동 국가기념식 행사는 20분 만에 끝났지만, 오후 2시부터 열린 청와대의 규제점검회의는 무려 1시간이 편성돼 대국민 훈시 수준의 박근혜 대통령 메시지가 여과없이 전달되었다.

 노동조합의 확인결과, 어제 규제개혁 점검회의는 당초 오전 10시로 예정돼 있었으나 5.18 기념행사에 가려질 것을 우려한 청와대와 방송사들의 조율로 시간까지 오후 2시로 조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보도책임자들은 한 술 더 떠 저녁 8시 메인 뉴스에 톱으로 두 꼭지를 할애해 청와대발 규제 완화 소식을 전달했다. 어제가 5.18 36주년 기념일 당일이라는 점과 기념식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이 어떻게 불려지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였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순수한 뉴스가치로 보더라도 5.18기념식 관련 소식이 톱으로 가는 게 상식적이고 순리에 합당하다.

 더구나 박근혜 정부의 규제개혁 관련 주장은 지난 10일과 12일을 비롯해 고장난 레코드판 돌아가듯 수 차례 리포트한 내용으로 톱뉴스로써의 가치는 현저히 떨어진다. 보도를 하더라도 청와대 발표의 일방적 전달이 아닌 규제개혁 내용에 대한 검증과 반론은 필수요건이지만 SBS 기사는 그런 내용은 단 한 줄도 포함되지 않은 함량미달이자 편성규약과 보도준칙 위반이다.

 노동조합은 SBS의 이 같은 보도와 편성이 5.18 관련 논란 확산이 부담스러운 청와대의 의중을 충실히 반영한 권력 눈치보기의 산물로 규정한다. 특히 지난 연말부터 한-일 위안부 합의와
개성공단 폐쇄 등 결정적 순간마다 무분별한 권력 편들기로 SBS 구성원들의 양심과 자존심, SBS 보도에 대한 신뢰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일부 책임자들의 행태는 선을 넘고 있다. 5.18 영령 앞에 ‘땡박뉴스’가 웬 말인가. 지금이 5공 시절인가?

1천여 조합원의 이름으로 엄중히 경고한다.

보도 책임자들은 권력 편향 보도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

노사합의로 제정한 보도준칙을 준수하고 보도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라! <끝>.

2016년 5월 19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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