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SBS 본부는 지난 11일 윤세영 회장의 갑작스런 사임이 아무런 진정성이 없는 재탕, 삼탕의 쇼에 불과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대주주의 사임이라는 ‘결단’이 조직 내에 아무런 감흥도 불러일으키지 못한 채 이렇게 냉정하게 평가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위기 때마다 반복해 온 ‘눈속임’에 대한 기시감도 그렇지만, 노동조합이 요구한‘인적, 제도적으로 불가역적인 소유-경영의 완전한 분리’의 조건을 단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데에 기인한다. 

 특히 조합의 결의에 담긴 ‘인적으로 완전한 분리’는 윤세영 회장과 윤석민 부회장 등 대주주의 경영 일선 퇴진은 물론이고 지주회사 출범 이후 지금까지 대주주의 방송 사유화와 경영 농단을 앞장서서 구현하며 SBS를 위기로 몰아넣은 책임자들에 대한 전면적인 쇄신 요구이다. 

 박정훈 사장은 스스로 퇴진하겠다던 조합과의 약속을 이행하라!

 당연히 사퇴 1순위는 박정훈 사장이다. 박 사장은 지난 몇 년 간 제작본부장부터, 예산과 편성을 틀어쥔 대표이사인 부사장, 그리고 사장까지 대주주의 우산 아래 승승장구해 왔다. 그러면서 박 사장은 인제 스피디움과 광명 역세권 개발 사업 등 온갖 방송 사유화의 길목마다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SBS와 구성원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데 적극 가담했다. 또한 SBS와 다른 홀딩스 계열사들 간의 갖은 불공정 거래 계약에 직접 서명한 핵심적 인물이다. 박 사장은 회장이 물러나자마자 발표한 담화에서 ‘기존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바로 잡겠다’는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했지만, 오히려 이는 스스로 배임을 시인한 자기 고백에 불과하다. 이것만으로도 박 사장이 물러나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더구나 박 사장은 지난 주 노동조합 윤창현 본부장과의 면담에서 이미 사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박 사장은 불가역적 소유-경영 분리 등 조합 요구안을 전달하며 대주주와의 면담을 요청한 윤 본부장에게 “자신이 책임지고 중재해 보겠으며, 안되면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덧붙여 “소유-경영 분리에 대한 생각이 윤 본부장과 다르지 않다”는 언급도 했다. 노동조합은 SBS 대표이사 사장의 진정성을 믿고 대주주와의 대화를 통한 질서 있는 SBS 쇄신을 준비해 왔으나 돌아온 것은 아무런 조율도, 사전 통보도 없는 대주주의 일방적 사임 발표였다. 이 모든 과정은 SBS 구성원들을 대표하는 노동조합에 대한 완벽한 기만이자 모독이다. 

 박 사장은 노동조합의 대표에게 약속한 자진 사퇴를 이행하기 바란다. 처음부터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모를 당신의 중재는 완전히 실패했다. 이번 주 안에 정확한 사퇴 시간표를 제시하라. 

 이웅모 등 전직 사장들도 SBS에서 완전히 떠나라!  

 아울러 이웅모 SBS 미디어홀딩스 사장, 우원길 회장 보좌역, 김진원 고문 등 전직 SBS 사장들에게도 통보한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기간 내내 대주주의 일탈에 대해 직언하고 방송독립성과 자율성을 수호하고 SBS의 수익 유출을 막았어야 할 당신들이 자기 책임과 역할을 다 하지 못한 것이 오늘의 사태를 초래한 결정적 원인이다. 방송사유화와 경영농단의 손발 노릇을 했던 당신들도 함께 떠나라. 대주주의 사익을 위해 SBS 구성원들의 고혈을 착취하는 행위를 여기서 멈춰라. 

 노동조합은 대주주의 사임 발표 뒤 적어도 그간 경영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자들의 양심적이고 자발적인 퇴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해 왔다. 그러나 자신들이 모시던 대주주의 사임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스스로 거취를 결단하는 자 하나 없는 상황을 보며 노동조합은 정말 깊은 절망을 느낀다. 

 박정훈 사장과 방송 사유화, 경영 농단 관련 책임자들은 당장 물러나라!

 Reset! SBS!<끝>.

2017년 9월 1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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