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는 창사 이래 단 한 번도 구성원들의 동의와 지지를 얻은 인물이 사장에 선임된 전례가 없었다. SBS 방송 및 경영 독립에 대한 구성원들의 염원 대신 대주주와 정치, 자본 권력의 이해만 대변하면 앞길이 보장되는 구조 아래서 그들은 참 열심히도 SBS와 구성원들의 미래를 좀먹어 왔다.

대주주와 사측은 임명동의제 시행 첫 사장 후보로 박정훈 현 사장을 다시 내세웠다. 사측은 박 사장이 올해 목표로 내세운 2백억 원 흑자 달성에 근접했고, 예능과 드라마 등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등 경영 성과가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올해 예상되는 SBS의 흑자 규모는 KBS, MBC 양대 지상파 방송 동료들의 총파업으로 인한 반사 이익에, 올 하반기 노동조합의 RESET! SBS!! 투쟁이 가열차게 진행되자 내부 불만을 달래기 위해 계열사와의 콘텐츠 거래요율까지 소급 인상하는 등 급조해낸 수치이다. 지속 가능하지 않은 흑자인 것이다.

무엇보다 박정훈 사장 후보자는 앞서 언급한 구체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인물이다. SBS가 신뢰와 구조의 위기에 빠져 허우적댔던 지난 몇 년 간 승승장구하며 경영 책임의 핵심에 있었기 때문이다. 노조 자유 게시판 등을 통해 박 사장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터져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물론 박 후보자가 과거 정치권에 줄을 대고 노골적으로 사익을 위해 SBS의 방송 및 경영 독립성을 훼손했던 다른 사장들과는 다르다는 평가도 존재하며, 지상파 방송의 위기 속에 그 정도면 선방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조직에 공존한다는 것을 조합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미 우리를 앞지른 미디어업계의 경쟁자들, 또한 빠른 속도로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는 MBC와 KBS 등 지상파 방송사들과의 진검승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한 발은 과거의 진흙탕에 남겨둔 채 다른 한 발만 개혁의 열차에 올려놓는 어정쩡한 리더십으로는 우리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  

그래서 노동조합은 박정훈 사장 후보자에게 과거와 결연히 단절하고 조직의 미래를 완전히 새롭게 할 대안과 비전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1) 우선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부당하게 타 관계사로 유출된 SBS 수익은 조합이 잠정적으로 추산한 것 만으로도 2천 6백억 원대가 넘는다.  SBS의 사장 후보자는 부당 유출된 수익을 어떻게 원상복구할 것인가? 원상복구할 의사는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SBS사장이 더 이상 대주주나 지주회사의 이익을 앞세우지 않고 SBS의 이익을 최우선에 놓을 수 있는지, 이를 위해 대주주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 것인지를 판단할 가늠자가 될 것이다.

(2) 또한 지주회사 체제 아래서 끊임없는 이익 충돌과 갈등의 요인이 되고 있는 SBS의 사업 구조를 어떻게 정상화할 것인가? 지속가능한 구조 확립에 대한 방안은 있는가?

(3) SBS의 생존을 위태롭게 하고 있는 신뢰의 추락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방송 독립과 자율성 강화,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한 비전과 대안은 있는가?

(4) ‘선택과 집중’이라는 미명 아래 임금과 인사, 조직 등으로 갈갈이 찢어놓은 구성원들을 무엇으로 다시 묶어 세울 수 있는가? 인사와 경영 쇄신의 구체적 방안은 무엇인가?

 

RESET! SBS!!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여야 할, SBS의 새 사장이 되려면 적어도 이런 질문에 자신 있고 또렷하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정도에도 답하지 못하면서 구성원들의 동의를 받겠다고 나서는 것 자체가 오만이자, 새로운 SBS를 꿈꾸는 구성원들에 대한 모욕이다.

노동조합은 SBS 사장 후보자의 진솔하고 책임 있는 답변을 기다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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