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두렁 시계' 진상조사 결과 보고서에 부쳐

 

2009년 5월 13일 SBS 8뉴스의 이른바 '논두렁 시계' 보도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 보고서가 나왔다. 노사 합의에 따라 구성된 진상조사위원회가 34일간 활동해 내놓은 결과물이다. 세간에 제기된 의혹처럼 이 보도에 국가정보원이 개입했는지, '논두렁'이라는 표현의 출처는 어디인지가 주된 조사 대상이었다.

 

진상조사위원회는 당시 취재기자부터 보도본부장까지 SBS 내부의 보도 관련자를 두루 조사했다. 8년 전 SBS 보도본부의 내부 정보시스템을 확인하고 외부인 출입기록까지 살펴보는 한편 국정원 개혁위원회와 대검찰청에도 조사 협조를 요청했다.

 

노동조합은 진상조사위원회가 강제 조사를 할 만한 아무런 권한이 없다는 한계에도 의혹 해소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한 점은 높게 평가한다.

 

하지만 조사 결과엔 크나큰 아쉬움을 느낀다.  

 

진상조사위는 '논두렁 시계' 보도에 국정원이 개입했는지, 아닌지를 명확히 가려내지 못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서 '시계를 버렸다'고 진술한 사실은 여러 정황을 통해 확인했으나 여기에 '논두렁'이라는 표현이 있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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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개혁위와 검찰 모두 기록 열람 등 진상조사위의 활동에 최소한의 협조도 하지 않았으며, 진상 규명의 핵심적 인물들도 조사 자체를 거부했던 탓이다.

 

지난 10월 23일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2009년 국정원 직원 4명이 당시 SBS 사장이었던 하금열씨를 접촉해 노 전 대통령 수사상황을 적극 보도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같은 국정원 개혁위의 발표가 사실인지, 사실이라면 당시 SBS 보도 내용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국정원 개혁위가 이명박 정권 국정원의 공작 대상이었다고 밝힌 하금열 당시 사장과 보도책임자였뎐 최금락 전 보도국장에 대한 조사가 필수적이었다. 

 

진상 조사위의 면담 조사를 통해 취재기자부터 팀장, 부장, 보도본부장 등은 국정원을 비롯한 외부나 회사 윗선의 지시 등 개입이 없었으며 아래부터 정상적인 현장취재와 발제, 제작이 이뤄졌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상조사위가 국정원의 개입 여부에 대해 명쾌하게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은 당시 SBS의 총책임자였던 하금열 전 사장과 보도책임자인 최금락 전 보도국장의 조사 거부가 진상 규명 노력에 찬 물을 끼얹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10월 24일 성명에 이어 진상조사 결과가 나온 지금 재차 하금열 전 사장과 최금락 전 국장에게 요구한다. 2009년 당시 국정원으로부터 협조 요청을 받았는지 아닌지, 조금이라도 보도에 영향을 미쳤는지 아닌지를 명명백백하게 밝혀라. 만에 하나라도 국정원에 이용당했거나 동조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에 응당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국정윈 개혁위에도 요구한다. 2009년 당시 국정원 요원들이 SBS 사장을 만나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상황을 적극 보도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단편적 주장으로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대화 내용과 장소, 시간 등 확보하고 있는 모든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 진상규명에 협조하라.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에게도 요구한다. 

'논두렁 시계' 보도가 국정원의 개입에 의한 것이라면 이를 입증할 증거를 제시하라. 그리고 즉시 귀국해 떳떳하게 조사를 받으라. 만약 당시 수사책임자로 무분별한 피의사실 공표와 망신주기식 수사 관행에 대한 비난을 회피하기 위해 막연한 심증으로 SBS 보도에 국정원이 개입했다고 주장한 것이라면 무책임한 폭로의 대가를 스스로 치러야 할 것이다.

 

노동조합은 이번 보고서만으로 '논두렁 시계' 보도를 둘러싼 의혹이 해소될 것이라 보지 않는다. 국정원 개입 의혹을 명백히 가려내기 위해서는 핵심 관계자인 하금열 전 사장과 최금락 전 보도국장, 이인규 전 중수부장 등에 대한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책임있는 수사기관의 적극적 노력을 촉구한다.

 

이번 SBS의 자체 진상조사에서 드러나지 않은 문제점들이 추후에라도 확인된다면 노동조합은 관련자들에게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다. 

 

2017년 12월 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SBS 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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