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입니다.

 지난 두 달이 마치 몇 년처럼 느껴집니다.

 창사 이래 28년 세월 온갖 역경을 딛고 구축해 온 SBS 방송독립과 독립 경영 체제가 뿌리부터 흔들리는 현실이 마치 악몽을 꾸는 것 같기도 합니다.

 2월 20일 합의 이후 온갖 폭거가 이뤄진 지난 두 달 가까이 윤석민 회장을 포함한 대주주와 사측 관계자 누구도 노동조합에 최소한의 대화 의사 조차 타진해 오지 않고 있습니다.

 과거로 역행하는 일련의 폭력적 결정들을 바로 잡기 위한 노동조합의 4대 요구는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분들의 입에서 이제 ‘임명 동의제 파기’ 같은 협박성 발언들이 공공연히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기습작전이라도 벌이듯 윤석민 태영건설 회장 취임과 함께 시작된 모진 폭력의 끝이 무엇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이명박근혜 정권 아래 9년, 노사간의 모든 합의와 소유경영 분리 약속을 다 뒤집고 수구세력과 결탁해 경영 전횡을 일삼고 방송을 사유화해 태영건설의 노리개처럼 취급했던 결과가 어떠했습니까? SBS의 신뢰도는 최악 수준으로 급전직하했고 경영위기는 일상화했습니다.

 바닥까지 추락한 SBS를 다시 건져 올린 것은, 보다 완결적인 독립 경영 체제를 다시 세워내는 노동조합과 구성원들의 투쟁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SBS 경영에 일체 개입하지 않겠다는 대주주의 대국민 약속과 이를 보증하는 사장 임명 동의제 합의를 통해 제도적으로 소유 경영 분리를 완성해 내는 듯 했습니다. 이로부터 명실상부한 방송 편성의 독립과 독립 경영 체제 완성을 위한 수익구조 정상화 합의까지 이어질 수 있었고, 무너졌던 대국민 신뢰도 더디지만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윤석민 회장과 그 수하들이 3월 폭거를 통해 모든 합의의 근간인 소유 경영 분리 원칙을 멋대로 흔들면서 SBS를 다시 세워낸 소중한 성취들이 모조리 물거품이 될 위기로 빠져 들었습니다. 최소한의 대화와 의사 교환도 없이 군사작전 하듯 SBS 구성원을 몰아세우며 폭력적으로 구체제 회귀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회장님 지시, 부회장님 관심 사항이라는 이름으로 상식과 규범, 법질서를 파괴하며 SBS를 농단했던 과거를 다시 우리 안에 복원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러한 역행은 결국 SBS를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퇴락의 길로 몰아넣는 일이며, 방송독립과 독립경영 체제에 대한 믿음으로 다시 신뢰를 주기 시작한 시청자와 국민에 대한 배신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윤석민 회장과 현 경영진이 정말 이래도 되는지 국민과 시청자께 직접 묻고자 합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SBS 노동조합, 그리고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오늘 서울중앙지검에 윤석민 태영건설 회장과 그 측근들을 업무상 배임과 공정거래법 위반혐의로 고발할 것입니다. 그 동안 SBS 안팎에서 버젓이 벌어졌던 지배주주와 사측의 탈법, 불법적 경영행위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는 작업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어떠한 기업보다 높은 도덕성과 투명성을 요구 받는 지상파 방송사의 지배주주로서, 그리고 경영진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검증해 나가겠습니다.

   구성원과의 약속, 대국민 신뢰를 아무렇게나 뒤집고 폐기해도 되는 휴지조각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과연 국민의 자산인 지상파 방송을 계속 경영해도 되는지 검증해 보겠습니다.

   노동조합은 2017년 10. 13 합의 당시에도 법적 대응을 심각하게 고려했으나, 조직의 조기 안정을 위해 대화로 문제를 풀어냈습니다. 그러나, 역사적 합의 1년 반 만에 28년 세월 구성원들의 공든 탑을 씹다 뱉는 껌처럼 가벼이 취급한 사람들과 더 이상 신뢰를 갖고 문제를 풀기가 어려워졌다고 판단합니다.  

    힘들고 긴 싸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싸움을 회피하면 SBS는 영원히 태영건설의 비서 노릇이나 하는 3류 방송으로 조롱 당하고 구성원들은 자괴감 속에 하루하루를 버텨야 했던 익숙한 과거를 다시 미래로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이 모든 혼란과 고통은 사욕과 오판 속에 신뢰를 내팽개친 윤석민 회장과 박정훈 경영진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늘 그랬듯 우리는 또다시 이 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어 SBS를 재건해 낼 것입니다.

 SBS의 진정한 주인은 한 줌 건설자본이 아니라 시청자와 국민, 그리고 콘텐츠를 만드는 우리 자신입니다.

흔들리지 않고 뚜벅뚜벅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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