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SBS 노사가 2019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시작을 알리는 상견례 자리를 가졌다. 지난 3월 사측의 이사회 폭거로 노사간 신뢰기반이 무너진 이후 촉발된 유례없는 노사 갈등 상황 속에서 노동조합 집행부와 회사 경영진이 처음으로 얼굴을 맞댄 자리였다. SBS 경영진은 지난 7개월여 동안 노사 갈등 상황을 방치하며 앞으로는 대화 모양새를 취하면서도 뒤로는 끊임없이 노동조합을 공격하고 고립을 시도하는 이중적 태도로 일관해 왔다.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임단협 시기가 도래하고서야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셈이다.   

 이 자리에 함께 한 오정훈 전국언론노조위원장은 “지난 2월 즐거운 마음으로 합의가 이뤄졌고, 합의가 잘 이행돼 SBS 정상화의 큰 걸음이 됐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못했다”며 SBS 경영진에 유감의 뜻을 표시했다. 특히 “SBS가 제대로 된 길을 가야하는데 그 길에서 박정훈 사장과 함께 같은 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 지 고민스럽다”며 그간 박정훈 체제가 보여온 신뢰 파기와 그로 인한 노사 관계 파탄 상황에 대해 큰 우려를 나타내며 경영진에게 다시 한 번 책임감 있는 모습을 촉구했다.

 박정훈 사장은 이어진 인사말을 통해 “저 또한 이 자리에 오기까지 굉장히 무겁게 발걸음을 옮긴 것도 사실” 이라며 SBS 경영자로서 임단협에 임하는 자세를 설명했다. 박 사장은 “올해도 지상파 전체 경영 환경은 매우 좋지 않은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지상파의 위기를 다시 한 번 언급했다. 그러면서 “최선을 다해 경영 적자를 보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SBS 본부장은 이어진 발언에서, 이번 임단협에 임하는 노동조합의 입장을 분명히 천명했다. 먼저, 창사 이래 위기가 있을 때마다 노동조합이 발 벗고 역할을 해 왔고, 52시간 노동시간 단축 협상을 비롯해 그동안 최악의 노사 관계 속에서도 조직의 미래를 위해 노동조합이 최대한의 유연성을 발휘해왔는데도, 또 지상파의 위기를 경영 실책의 면피 구실로 삼으려는 건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지금 필요한 경영은 단순히 단기 실적을 위해서 숫자를 끼워 맞추는 형태의 경영이 아니라, SBS를 지속 가능한 조직으로 바꿔 구성원들의 생존을 보장하고 방송의 사회적 책무를 수행하기 위한 건강한 조직 문화를 구축하는 경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SBS 현직 경영위원이었던 남승용 전 예능본부장의 경쟁사 이적문제도 강도 높게 지적했다. SBS의 내밀한 경영 의사결정 과정을 포함해 조직의 여러가지 기밀을 속속들이 아는 경영위원이 하루 아침에 회사를 등지고 경쟁사로 이적한 현재 상황은 현 경영진의 모럴 해저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임을 분명히 했다.

 윤 본부장은 이런 상황에서 대주주와 경영진이 스스로 먼저 희생과 고통분담, 노사간의 신뢰회복을 위한 조치들을 진정성 있게 제시해야만 노동조합의 화답이 있을 것이라며, 어설프게 협상을 지속하거나 적당한 타협을 위한 협상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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