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받은 정치인들이 검찰에 소환될때마다 하는 공통된 말이 있다. 자신이 받은 돈은 뇌물이 아니며, 대가성이 없는 순수한 정치자금이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어떤 사라밍 갑자기 찾아와 평소 존경하는 분이라서 도와드리고 싶다면서 돈을 놓고 갔다는 시깅다. 이말이 사실이라면 그 정치인은 정말 존경받을만한 사람이고, 그 돈은 정치자금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런말은 대게 거짓말이다.
요즘은 뇌물을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이런것을 해주십사라는 부탁을 주고받으면서 면전에서 돈이 왔다갔다하는 경우는 드물다. 청탁을 할 필요가 있는 사람도 처음에는 일단 돈만 가지고 간다. 먼저 정치인에게 인사를 하고 바라는 것은 하나도 없으니 필요할 때 쓰시라고 돈을 건넨다. 하지만, 이 사람의 속셈이 따로 있음은 물론이다. 돈을 줬다라는 기억이 사라지지 않을 때쯤 이 사람은 정치인을 다시 찾아갈 것이다. 그리고 이런저런 일때문에 은행 대출이 어렵다는 등, 건설 일나가 나지 않는다는 등의 이야기를 할 것이다. 돈을 받은 정치인의 입장에서는 인지상정상 면전에서 박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예의상 알아보겠다는 말을 할 수 밖에 없고, 실제로 몇군데 전화를 해서 알아볼 수도 있다. 정칭인의 입장에서야 단순히 알아보는 차원일 수도 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압력일 수 밖에 없다.
사정이 이런 식이다 보니, 정치인들은 자신들이 받은 돈이 모두 순수한 정치자금이라고 주자앟고 검찰은 모두 대가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이런 양쪽의 주장 가운데 어떤 말이 맞는 걸까? 이에 대한 일반인들의 시각은 당연히 대가성이 있다는 쪽이다 정치인과 청탁자 사이에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돈이 오고 갔다는 사실만으로도 대가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인들의 상식이다. 세상에 공짜로 돈을 주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할부모가 학교에 가서 선생님에게 몇 만원 촌지를 줄 때도 내 자식을 잘 봐달라는 대가성이 있는 것이다. 하물며, 몇 천만원,몇 억원의 돈을 주는데 대가성이 없었겠는가?
이런 일반적인 상식의 논리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 정치인들이 우리를 슬프게 만든다. 그런데 바로 그 슬픈 일이 언론사 내부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남들에게는 공짜가 없다고 외치면서 기자들과 피디들은 외부의 협찬과 후원을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얼마전 모 부서에서 야유회를 가면서 병원에서 종합검진권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모 제작팀은 협찬을 받아 외국으로 기획회의를 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또 모 부서는 단합대회를 할 때마다 소위 힘있는 부서를 통해 협찬 민원을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기자에게 피디에게 돈을 대주는 사람들이 과연 언론인에 대한 존경심때문에 자발적으로 협찬과 후원을 하는 것일까? 그들이 기사에 대한 민원을 할 필요가 없다면 무슨 이유로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는 언론인들에게 협찬과 후원을 하겠는가?
우니른 일반인들의 가장 기본적인 상식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세상에 공짜인 돈은 없다. 모든 돈은 모름지기 대가성이 있는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이 명제를 잊어버리지 말라. 작성일:1999-08-16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