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전에 개봉했던 미국 영화 가운데 '폴링 다운'이라는 영화가 있다 당시 한국인을 돈만 알고 영어도 못하는 사람들로 표현해 국내에서는 개봉전부터 구설수에 올랐던 바 있다. 주인공 '마이클더글러스'는 평범한 화이트 칼라 회사원인데 영화 초반부터 짜증스런 상황이 이어진다. 찌는듯한 날씨에 도로는 끔찍한 정체로 차들이 꼼짝도 않고 자동차 에어컨은 고장나 있고, 이름도 모를 벌레에 팔뚝을 뜯긴다. 숨막히는 정체속에서 운전자들은 서로 욕설을 퍼붓고, 차를 버리고 걸어가던 주인공 앞에 닥치는 상황도 짜증의 연속이다. 언제 시작해서 언제 긑날지, 정말 필요해서 하는건지도 알 수 없는 도로공사가 이어지고 탐욕스런 가게 주인은 콜라 하나를 사려하는 주인공을 박스로 사라며 외면한다. 분노가 폭발한 주인공은 총을 들고 생전 해보지 않았던 범죄행위를 저지른다 사람들을 위협하고 총질을 해댄다. 거만한 자세르 도로를 막고 묻는 말에 대답조차 않던 공사 책임자에게 주인공이 총을 꺼내들고 외친 대사중에 이런 것이 있다. "나는 세금을 내는 사람이야. 너희들이 예산이나 받어 먹으려고 이따위 쓸데 없는 공사를 하고 있는 동안 도로는 막히고 어떤 급한 일이 있을지 모르는 사람들이 피해를 입고 있어."
영화 '폴링 다운' 주인공의 분노에 공감
한국인을 탐욕스럽게 그린 것은 마음에 걸렸지만 주인공의 분노에는 공감하는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는 생전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던 평범한 사람이다. 그는 자기보다 풜씬 많은 수입을 올리면서도 거리낌없이 탈세를 하는 사람들에 관한 기사를 보고 들으면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면서도 꼬박꼬박 세금을 냈던 사람이고 언제 시작해서 언제 끝나는지도 모르는 공사로 여기저기 길이 막혀도 항의 한번 해본적이 없이 꾹꾹 눌러 참던 사람이다.
노후에 대한 보장없는 세금납부
우리의 예를 보자. 한국의 평범한 납세자들은 자기들이 내는세금만큼 연금을 받아 노후를 보장받을지 불투명한 상태에서도 꼬박꼬박 세금을 내고 산다. 원천징수하는 근로소득세는 말할것도 없고, 피로한 심신을 달래느라 마시는 소주하나 담배한대에도 세금이 붙는다. 사소한 교통위반으로 무는 범칙금은 엄청난 금액임에도 불구하고 도로는 항상 여기저기 땜질투성이다, 걸핏하면 여기저기 뜻고 파헤치는 공사때문에 길이 막히고 스트레스를 받아도 누구하나 설명하거나 양해를 구하는 경우도 없다.
세금 내고 주머니 털리는 국민들의 분노
해년마다 찾아오는 장마와 태풍으로 삶의 터전을 잃어도 인재(人災)였다는 말만 나올뿐, 그것을 예방하기 위해 집행되는 예산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 어떤 공사가 이뤄지는 지 듣지도 못한 채 여름마다 비만오면 가슴을 졸여야 한다. 그래도 남들이 재해고 피해를 입었다면 호주머니를 털어 의연금을 낸다. 꼬박꼬박내는 세금으로 국가가 보상을 하고 복구를 해야 함에도 앞날이 막막한 수재민들을 위해 기꺼이 주머니를 털고, 생업을 접어두고 복구 현장으로 달려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게 낸 소중한 의연금도 어떻게 전달이 되는지,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달이 되는지도 알지 못한다. 이쯤되면 앞서 예를 든 영화의 주인공의 분노는 비교할 바가 아니게 된다.
이번만큼은 나라덕 볼 수 있길
세금을 납부하고 그에 더해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기꺼이 장롱속 금붙이나 호주머니 쌈지돈을 털어 주는 국민들은 그들이 내는 돈에 대한 권리가 있다. 올해만큼은 수재의연금이 제대로 전달되어 절망에 빠진 수재민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또 적절한 얘산 집행으로 내년 부터는 입지 않아도 될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한다. 해마다 인재, 결국에는 관재(官災)를 겪으면서도 이를 예방하거나 복구할 비용을 언제까지 국민들의 동포애에만 의존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