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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사갈무리] (勞說) 축제, 그리고 쓴소리

닉네임
SBS본부
등록일
1999-09-07 01:00:00
조회수
1301
(勞說) 축제, 그리고 쓴소리


JO라는 일본 호출 보호에서 벗어나, 우리나라 고유의 호출부호 HL을 배당받은지도 벌써 52년, 이를 기년하기 시작한 방송의 날이 제정된지도 36년째를 맞았다. 그동안 우리 방송은 1년이 다르게 급격히 발전해 왔고, 방송은 이제 국민들과 뗄레야 뗄수 없는 기본적인 생활의 일부분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이런 발전에도 불구하고 뿌듯함만으로 방송의 날을 맞기에는 아직 우리의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감이 많은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방송 노동자인 우리는 과연소중한 국민의 자산인 전파의 파수꾼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일까? 방송의 날 36회를 맞는 우리들은 이런 기본적인 질문을 곱씹으며, 다음과 같은 점들을 되새기고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할 것이다.
먼저 우리는 방송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 압력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독재 전권하에서 방송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정권 유지의 도구로 전락한 적이 있었다. 저우건은 무조건 선으로 미화됐고, 민초들의 목소리는 허공을 맴돌 뿐이었다.결국 스스로 자초한 국민의 분노는 방송인들의 뼈저린 각성을 촉구했고 지속적인 방송인들의 각성과 투쟁으로 많은 부분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멀다. 누가 집권을 하더라도 방송을 포기할 정권은 없을 것이니만큼,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은 공정방송의 첫번째 과제이다.
자본으로부터의 독립 또한 우리가 안고 있는 중요한 과제이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방송 환경하에서 막대한 자본의 영향력은 거부하기 어려운 현실로 다가온다. 광고주의 목소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빠듯한 제작비를 생각하면 기업체의 협찬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이런 현실을 비판 의식 없이 받아들이기 시작한다면 방송은 가진자들의 논리를 정당화 시켜주는 소수의 전유물로 전락할 것이다.
외부의 압력 못지 않게 주의해야 할 것은 우리 내부에서 싹트고 있는 적들이다.
독창적인 프로그램을 만들려는 창의성과 고민보다는 외국 방송을 그대로 배껴오려는 나태함, 언론인으로서의 소명의식을 가지고 잘못된 기사와 편집방향을 비판하기보다는 눈앞의 이익을 생각해 회사의 방침에 순응하려는 비겁함과 이기주의 이런 것들로부터 탈피하지 않는 한 우리는 결코 신뢰받는 방송인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방송의 날이라는 축제의 장을 맞아 이런 쓴 소리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우리가 처해 있는 방송 현실이 너무나 냉혹하기 때문이다. 방송의 날이 진정 축제의 장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뛰어넘아야 할 시련이 너무나 많다. 앞에 놓인 시련을 회피하거나 돌아가지도 말자. 우리가 어깨를 걸고 함께 나간다면 아무리 험한 장애물도 우리를 가로막지 못할 것이다.
작성일:1999-09-07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