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에 방송될예정이던 시사고발프로가 갑자기 일요일 아침 8시로 옮겨지고 난데없이 1시간짜리 토론프로그램이 신설되기로 했다는 소식에 우리는 말문이 막힌다. 더구나, 이런 미상식적인 편성이 정권 핵심부의 압력에 의해 이뤄졌다는 데에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눈을 비비고 게슴츠레 일어나 있을 일요일 아츰 시간에 시사고발프로라니.
우리는 SBS에 토론 프로그램과 같은 공익적 프로그램이 신설되는 것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시사문제에 대한 짖ㄴ지한 진단은 방송이 담당해야 할 중요한 부분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론 프로그램이 정권에 의해 강요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권의 입김으로 신설되는 프로그램이 소재 선택과 제작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을 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외부의 압력으로 생겨나는 프로글매이 제 색깔을 가질 수 있겠는가.
야당시절 언론의 피해자로서 언론 독립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현 정부가 정권을 잡고나자 다시 언론 장악의 고삐를 죄려는 것에 우리는 배신감을 느낀다. 야당시절 방송의 독립성을 외쳤던 것은 단지 정권을 잡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던가? 더구나 이런 간섭이 총선을 앞두고 시작되고 있다는 점에서 현 정부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전사회적인 '개혁'이라는 명제에 있어서, 언론도 예외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방송의 선정성과 오락성에 문제가 있다면 이는 마땅히 개선돼야 하고, 언론인의 비리가 문제가 된다면 이 또한 척결 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언론 개혁이라는 미명하래 언론 장악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면 우리는 결코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현정권에 경고한다.
비상식적인 방송에 대한 간섭을 즉각 철회하고, 편서의 자율권을 보장하라. 방송의 자율성이 확립될 때까지 우리들의 투쟁은 멈추지 않을것이다.
우리는 현 정권이 이전 정권들과 같은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