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두 아이의 아버지지만 아이들로부터 좋은 아빠라는 소리를 들어 본 기억이 별로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늦게 퇴근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보니 아이들과 함께 있을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휴일에도 마음놓고 쉬지 못한다. 언제 본사로부터 삐삐와 휴대폰이 걸려 올지 긴장의 끈을 풀지 못하기 때문이다.
SBS에 입사한 뒤 필자는 좋아하는 산행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다.하물며 부산을 벗어나 산행을 한다는 것은 더욱 불가능했다."혹시 산을 타는 도중에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어떡하나"하는 강박관념이 항상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히 아이들이나 부모님과 함께 야외로 나가는 것도 부담이 되다보니 집 주위를 맴돌 뿐이다. 토요휴무제도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이러한 상황은 지국요원들에게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마땅히 교대해 줄 인력이 없기 때문이다. 부산 지국의 경우 IMF체제로 접어들면서 울산지국이 없어지는 바람에 부산은 물론 경남권까지 맡고 있다. 경남권 취재는 차로 이동하는데 소요되는 시간만 왕복 4~6시간이 보통이다. 당일 8시튜스 시간에 맞추려면 시속 1백 4,50Km는 다반사고 갓길 운행 등 목숨을 건 운행을 해야 한다. 물론 요즘은 현지에 도착하기 까지 걸리는 이동시간 때문에 좋은 현장 그림을 확보하기가 난감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그러나 부산지국이 부산, 경남권만 맡고 있다면 오산이다. 바로 바다를 끼고 있다보니 적조, 태풍, 밀입국, 해상오염사고, 한일어업문제 등도 주요 취재 대상이다. 물론 상당부분을 PSB에서 보완하고 있기는 하지만 육체적 ,정신적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특히 취재 범위가 너무 넓다보니 취재기자가 생명인 취재원 확보나 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바라건데 지난해 폐지됐던 수도권 지국이 최근 다시 부활했는데 이왕이면 경남지국도 부활시켜 주었으면 한다.
지국의 열악한 근무여건도 덧붙이고자한다. 카메라 편집기 등 취재장비는 지국 개국이후 한번도 바뀌지 않았다. 잦은 고장에 간이 조마조마 할때가 한두번이 아니지만 위태위태하게 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사고 현장에 도착해 카메라가 작동되지 않아 촬영하지 못한 경우도 3번정도 있었을 정도니까.
지국의 한달 운영비도 60만원으로 지난 92년 책정된 금액 그대로다.그동안 물가상승률을 감안한다면 엄청난 삭감이 아닐까? 참고로 부산지국의 한달 운영비에서 나가는 경직성 경비는 신문 및 주간지 구독료, 생수, 케이블 대금, 우편 통신료, 유료도로 통행료, 잡화 및 사무용품등 32만원 정도이다. 이외에도 무인 카메라에 찍혀 과태료를 낸 다든가 하는 돌발 예산 지출이 한 두건정도는 꼭 생긴다. 나머지 20,30만원의 예산으로 식대와 직원 복리후생비로 활용하고 있지만 솔직히 턱없이 부족해 사비에서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구내 식당이 있는 것도 아니고 출퇴근용 버스가 있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더구나 노동강도가 높은 지국요원들에 대해 보다 과감한 후생복지를 기대하는 것이 지나친 요구일까.
한가지만 더 제안하자면 계약직 사원이라하더라도 일의 전문성이나 숙련도에 따라 임금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안도 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특히 자국카메라 기자의 경우 노동강도에 비해 임금이 너무 낮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