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방위 보고서) [언론대책 문건] 보도에 대해
기계적 공정성의 함정을 경계하며 -제목 용어 선택부터 그릇된 이비지 유도
발표 저널리즘에 안주하는 것은 책임회피-
방송제작에 있어 '공정성'은 특정 이해 관계 당사자에 치우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공정성의 실천 범위는 매우 포괄적이다. 앵글의 선택에서부터 영상 편집, 아이템 배열, 제목 달기, 용어 사용에 이르기까지 모든 범위와 과정에서 철저한 공정성이 요구된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것은 산술적이고 기계적인 공정성에만 그쳐서는 안되고 진실 우구나 사회정의를 포함한 공정성 역시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방송 관계자들은 냉정한 관찰자의 입장에서 진실을 추구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른바 '언론 대책 분건'보도에서 과연 냉정한 관찰자의 입장에서 진실 추구의 노력을 했는가?
제목달기 문제
10월 25일 야당 한 의원의 국회 폴로로 시작된 '언론 문건 파동'
SBS는 첫 보도제목부터 피해가는 인상을 주었다. 이날 국회 대정부 질문의 가장 큰 이휴가 '언론 대책 문건'이엇음에도 감청 부문과 함께 묶어 '양보 없는 공방'이라는 실체도 없는 피상적 제목으로 갔다. KBS의 '언론 공작 시비'나 MBC의 '언론대책 문건 폭로'등 구체적인 제목에 비하면 너무나 핵심을 피해간 제목이었다.
또한 이것도 단순히 정치 공방 차원에서 언급하는데 그쳤다.
폴고 내용의 사실여부를 떠나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이 예상됐음에도 단순한 여야 공방 차원에서 취급한 것이다.
편향된 인식 유도
10월 26일의 보도 양태는 우리 언론의 고질적인 보도관행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즉, 야당의 주장은 항상 정치 공세성, 무책임한 폭로 정치의 일환이고 집권여당의 반박은 마치 사실인 것처럼 인식하게 해 주기에 충분했다.
이날 문건보도는 '날조된 조작극', '국정조사 요구','보고 받은적 없다.'로 잇달아 방송되었다. 여,야의 대립에 초점을 맞추었으나 집권당의 주장과 반박을 전달한 후 야당의 움직임 보도, 그 이후 청와대의 입장을 전해 결과적으로 여,야의 산술적 균형보도 보다는 여당의 주장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신뢰도를 높여 주었다. 이때부터 야당의 주장은 항상 여,야 간 정치 공방 차원에서, 여당의 반박은 사실관계인 것처럼 처리되는 경향을 보여주었다.
용어의 이미지
야당의 장외 집회가 시갖된 이후 방송보도는 제목 달기에서 냉정한 관찰자의 입장을 유지했는지 의문이다.
'장외 투장, 정치 술수'(11월2일)'장외집회 강행','강외집회 성공 못해'(11월4일) 잇달아 제목을 달았고, 11월 5일에도 '장외 집회 강행'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국정을 함께 맡은 야당의 장외 집회가 무책임할수도 있다. 그러나 '장외집회 성공못해'가 여당의 입장을 전달한 것이라면'장외집회 강행'은 야당의 입장을 전하기보다는 야당의 행동을 부정적으로 비춰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강행이라는 용어따문이다.
더구나 야당의 장외집회를 강행한다면 여다으이 단독국회도 강행한다고 표현했었어야 함에도 '단독국회를 운영할 수 밖에 없다'고 펴현했다. 또한 이것도 단순히 정치공방 차원에서 언급하는데 그쳤다.11월 9일 야당의 수원집회때도 '장외집회 공세','국회 정상화 촉구'라는 제목으로 여, 야 입장을 보도했다. 여당은 정상적인데 야당은 비정상적인 행위를 일삼는 집단이라는 이미지를 은연중 심어주고 있는 용어 사용인 셈이다.
독자적 취재 미흡
문기자 귀국후 본격화된 검찰수사 보도에서도 독자적 취재 보도노력보다는 '검찰의 발표에만 의존'이라는 기사로 채워졌따. 물론 검찰수사가 명예훼손에 국한된 것이지만 본질은 비켜가고 곁가지 논쟁으로 흘러갔다. 이것은 오히려 각종의혹만 증폭시켰으며 우리의 오랜 관행인 발표 저널리즘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더구나 문기자는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임에도 우리의 독자취재 노력을 그리 많이 보이지 않았다. 무기자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하는 가운데 그가 북경에서 무엇을 했는지, 유학생활은 어땠는지 등 의문점에 대해 추적보도를 했어야 했다. 또한 이도준 기자의 계죄추적은 신속히 보도되면서 문기자의 금품수수 문제는 곁가지로 보도되었다.
'언론 문건'은 지금도 계속 진행중이며 어떻게 결론이 날지 모른다.
그러나 검찰 수사는 막바지에 달했다. 결국 기자 2명과 야당의원만 나쁘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야당이 공개한 청와대 관계자의 통화내역에 대한 언급없이 언론문건사태의 실체적 진실은 멀어져 가고 있다.
산술적 공정성의 함정
지금 이 시점에서 결론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문건'의 본질이 언론 장악기도가 있었는지, 실제로 집행됐는지 임에도 불구하고 여야의 단순한 정치 공방차원에서만 다뤄진 측면이 많았다는 것이다. 여야의 입을 빌려 보도하다 보니 각종 의혹만 눈덩이처럼 증폭시킨 결과를 가져왔고 조자과 음모와 거짓말만 난무하는 집단이 정치권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기에 충분했다.문건사태의 의문점은 너무나 많다.
그러나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을 것이며 진실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진실 추구를 신성한 책무로 부여받은 언론이 '문건'보도에서 얼마나 당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산술적으로 여,야의 입장을균형있게 보도 했다지만 기계적이고 산술적인 공정성이라는 장치에만 안주하고 있기에는 너무나 많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진실 추구라는 탐사보도의 정신이 아쉽게 느껴진 것이 비로 그 때문이다.
50년전 남의 나라 일인데도 1년 넘게 '노근리 학살'을 추적 보도한 미국의 AP는 언론의 추적보도의 당위성을 웅면해준다.
탐사보도는 역사의 책무
그리고 한 마디만 덧붙이자. 야당의 폭로가 무책임한 정치쇼일때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런 폭로 그 자체를 일방적으로 비난할 수 만은 없다 더구나 이번 사태는 본질적인 면에서 결코 가볍지가 않다. 또한 언론 스스로가 ;폭로가 사실이 아님'을 밝히는 노력을 소홀히 하면서 한쪽편의 입을 빌려 무책임하다고 말한다는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다.
탐사보도가 확립되어 있는 독일의 주요 언론들이 '폭로 보도'를 왜 지금까지 정통 저널리즘의 기본으로 삼고 있는지를 우리는 한번 음미해 보아야 한다.
탐사, 추적보도는 언론이 국가기관이나 집권세력에 도전해온 역사이기 때문이다. 작성일:1999-11-16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