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0년대 초에 미국 ABC방송의 동경특파원을 지냈던 사람(미국에서 수업시간에 배웠는데 이 기자가 대학에서 중국학을 전공했다는 것 외에는 머리가 나빠서 이사람의 이름은 망각!!!)
자기가 일본에 처음 갔을 때 TV를 보면서 "아, 일분도 중국처럼 각 지역마다 방언이 심해서 말로는 서로 알아듣지도 못하고 글자로만 서로 이해할 수 있나 보다"이렇게 느꼈다고 운을 떼면서 일본 TV를 마구 씹은 글을 읽었습니다.
이 특파원이 말하고 있는 것은 우리보다는 훨씬 양호하지만 일본TV뉴스와 교양 프로그램에 난무하는 자막(수퍼)입니다.
이 특파원은 나름대로 왜 일본 TV가 이렇게 신문과 방송의 중간형태의 기형적인 모습을 띠게 됐을까도 분석했는데.
(1)일본은 신문사가 TV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2)쓸데없는 과도한 서비스 정신이 아닌가?
이렇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저하고 같이 컬럼비아 대학원을 졸업한 뒤에 AP TV에 근무하는 친구가 한국에 잠깐 들렀을 때 우리나라 TV를 본 뒤에 한 첫번째 멘트가 쓸데없는 자막이 난무하는 것은 한국도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나 보다 하고 , 아니 그런데 어떻게 미국 같으면 교내 TV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들이 한국에서는 3대 지상파 방송프로에서 비일비재 할 수 있는가에 의구심을 나타냈습니다.
이 가운데 하나가 바로 기자나 리포터, 요즘은 연예인들까지 습관적으로, 멋으로(?) 손에 들고다니는 wireless mic예깁니다. 우리나라의 무수한 신방과 교수님들이 대부분 mass communication을 전공한 것이 사실이고 그나마 joumalism을 전공한 분이 거의 없어서 그런지 아무도 이런 지극히 기초적인 부분에 대해서 침묵하고 있는 것 같아서 제가 감히 원칙이 이렇다는 것을 알고 있자는 의미에서 몇차례로 나눠서 글을 좀 쓸까 합니다.
그러면 어쨋든 TV방송의 원조격인 미국에서 왜 이렇게 자막을 넣는 것에 대해서 의아하게 생각하는지부터 좀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유는 너무나 간단합니다. 사람 눈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고 TV나 영화는 그림과 음성의 매체이지 글자 매체가 아니가 때문입니다.
먼저 이 글을 읽는 분들 가운데 극장에 가서 외화를 보실때 옆에 있는 자막을 보다 보면 정작 중요한 영화화면의 상당부분을 (말하자면 성격파 배우의 섬세한 얼굴표정이나 배겨으이 아름다움 같은 미세한 부분) 놓치게 된다는 것을 느낄수 있을 겁니다. 우리나라 TV 뉴스도 그렇고 교양물도 그렇고 화면에 나오는 자막을 눈으로 따라가다보면 정작 화면을 집중해서 볼 수 없습니다.
이건 인간인 이상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이런 이유로 불란서나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 미국 영화를 수입해서 상영할 때는 성우가 더빙을 하는 것이고(물론 자국어 사랑이라는 이유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 TV뉴스나 교양물에서 외국어로 인터뷰한 경우에는 자막을 넣는 것이 아니라 성우를 못 구하면 하다못해 기자나 리포터가 자기 목소리로 더빙하는 것도, 스타기자의 경우에는 기자 이름 자막도 될수 있으면 넣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윱니다.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면 우리가 지금 무의식중에 자막을 마구 잡이로 넣고 있는 것은 애써서 그림 찍고, 그림 편집하고, 오디오 입힌 뒤에 이것보다는 밑에 나가는 자막을 집중해서 보시라는 웃기지도 않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뉴스의 경우에 우리나라나 일본이 자막을 많이 넣고 있는 이유가 미국과 다른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만 원칙이 이렇다는 것은 좀 알고 있었으면 합니다.
(이러한 여러 이유들 가운데, 인터뷰한 사람의 음성이 작거나 불분명해서, 전화로 인터뷰를 따서 잡음이 있어서....등등으로 자막을 넣는 다는 것도 있겠는데, 만약에 미국방송국에서 이런 이유 때문에 자막을 넣어야겠다고 하면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담당 기자,PD,카메라,오디오, 전crew 한테 당장 사표 쓰라고 할 겁니다.
제가 미국 방송국에서 잠깐 일해봐서 쪼끔 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