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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설] 창사 20주년을 앞두고, 우리는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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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본부
등록일
2009-09-24 10:28:14
조회수
1723
창사 20주년을 앞두고, 우리는 ‘그것이 알고 싶다’

SBS가 내년에 창사 20주년을 맞는다. 사측은 전담팀을 구성해 창사 20주년과 관련한 사사(社史) 정리와 각종 행사, 특집 프로그램 등을 준비하기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SBS의 구성원이라면 당연히 우리가 몸담고 있는 조직이 스무 살을 맞이한다는 것을 기뻐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사측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우리의 마음은 착잡하고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한마디로 내년에 잔치를 제대로 치를 수나 있을지 의아한 상황이다.
SBS는 정권이 바뀐 지난해 벽두부터 아직 잉크도 마르지 않은 노사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또 올해는 경제 위기를 이유로 임금 반납을 요구하더니 경기가 호전되는 상황인데도 일방적으로 임금을 체불했다. 배당을 못할 것 같은데 어떻게 임금을 다 받아갈 생각을 하느냐는 황당한 말까지 들린다. 급기야 우리의 얼굴인 대표이사 사장이 불법 임금 체불을 해소하는 대신 노동청에 나가 조사를 받는 수모를 자청했다. 추석을 앞둔 임금 체불 관련 기사를 내보내는 바로 그 언론사 SBS가 체임 청산을 위한 행정 지도의 대상이 되고 대표자가 소환 조사를 받은 것이다. 경영진의 체면은 물론이고 구성원 모두의 자존심이 짓밟히는 이런 상황을 강요하고 있는 세력은 도대체 누구인가?
지주회사 체제는 “SBS를 중심으로 운영될 것”이라던 사측의 여러 차례에 걸친 공언과는 달리 홀딩스 치하의 SBS는 지금 식물 회사가 되어 가고 있다. 변화하는 상황에 대처할 아무런 기능도 갖지 못하고 자체적인 의사 결정 권한도 없는 단순한 제작 하청 기지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룹 차원의 업무 조정 등 SBS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각종 결정이 SBS 경영진이 철저히 배제된 상태에서 이뤄지고 있다. 경영진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사양 산업’이라 부르는 지상파방송을 제외하고 다른 모든 기능이 SBS에서 분리되어 지주회사의 직할 체제로 편입되어 있다. 도대체 지상파 SBS의 미래는 무엇인가? 홀딩스가 거느린 여러 계열사들을 위해 기본 콘텐츠를 생산해주고 그나마 지상파의 영향력이 살아있는 동안 그룹의 방패막이가 되어 주는 것이 홀딩스가 그리고 있는 SBS의 미래인가?
대대적인 기념행사 등을 준비하고 있는 사측과는 달리 창사 20주년을 맞는 SBS 구성원들의 마음속에는 현재 불안과 분노만 가득하다. 법도, 노사 합의도 무시하는 수준의 인식과 철학으로 언론사 SBS의 창사 20주년과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는가? SBS의 미래도 지금처럼 대주주와 사측의 일방주의로 그려낼 것인가?
우리 SBS는 언론사이고 방송사이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SBS가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무엇을 지향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구성원 모두의 인식을 재확인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SBS의 운영에 전 방위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실체인 대주주의 결단이 있어야 한다. 애매하고 현학적인 수사는 필요 없다. 미사여구를 동원할 필요도 없다. 대주주는 이미 말했다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과거 대주주가 공개적으로 언급했던 모든 발언과 양립할 수 없는 것들이다. 암울하고 폭력적인 일방주의가 판치는 지금의 현실과, 스스로 언론인으로 거듭났음을 선언하고 노사의 힘을 합쳐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언론사를 만들겠다던 과거 대주주의 발언 가운데 무엇이 SBS의 미래인지, 우리는 지금 그것이 정말 알고 싶다.
작성일:2009-09-24 10:2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