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일터 SBS가 창사 20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성년을 맞은 SBS에 대한 내외의 평가는 냉정하다. 우리는 여전히 공정성과 신뢰성이라는 지상파방송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평가는 회사 외부에서뿐만 아니라 우리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되고 있다.
우리의 요구는 지극히 단순하다. 우리의 일터 SBS를 시청자로부터 사랑받고 신뢰받는 방송으로 만드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공정성과 신뢰성을 인정받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SBS가 우리 사회에서 자랑스러운 방송 언론사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가 방송의 어떤 부분을 맡고 있든 우리는 모두 언론인이기 때문이다. 또한 시청자의 사랑과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SBS의 경영도 투명하고 공정하고 당당해야 한다. SBS는 언론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 2년간, 방송 독립과 투명 경영을 위한 노사 합의가 짓밟히고 법까지 무시되는 사태를 경험했다.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사측이 공언했던 ‘SBS 독립 경영을 위한 노사 합의’는 주주권 침해를 이유로 파기됐다. 콘텐츠 거래의 정상화를 통해 안정적인 제작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약속도 무시되고 있다. 심지어 적자가 예상된다는 이유로 임금을 체불하는 불법도 자행됐다. 언론사에 일어날 것이라고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
이런 현실에는 손도 대지 않으면서, 그저 새로운 비전을 선포한다고 SBS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경영진은 지난 20년간 외쳐왔던 ‘민영방송의 특수성’, ‘민영방송의 정체성’이라는 주문에만 목을 걸고 있다. 하지만 SBS는 민영방송이기 이전에 지상파 방송이다. 지상파 방송으로서의 기본을 다하는 바탕 위에서만 민영으로서의 특수성을 인정받을 수 있음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우리는 지금 SBS미디어그룹의 콘텐츠 생산 기지, 그룹의 방패막이로 주저앉을 것인지, 시청자들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방송 언론으로 거듭날 것인지 기로에 서 있다. 우리는 더 이상 말만으로는 SBS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선택은 분명하다. 우리는 창사 20주년을 맞는 우리의 일터 SBS를 바로 세우기 위한 싸움에 행동으로 나설 것을 이 자리에서 엄숙히 선언한다.
사측에 경고한다. 어설픈 미봉책으로 우리들의 분노를 무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우리는 사측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라지만, 사측이 우리들의 정당한 요구를 거부한다면 분연히 행동으로 떨쳐 일어설 것이다. 새로운 20년을 앞두고 더 이상 주저할 시간도 없다. 우리는 모든 조합원의 결의를 한데 모아 승리를 향해 뚜벅뚜벅 나아갈 것이다. 앞으로의 사태가 우리들의 분노에 찬 행동을 부르지 않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마무리될지는 전적으로 사측에 달려있음을 경고한다.
2010년 1월 29일
전국언론노조 SBS본부 및 3개 지부 대의원 집행부 일동
작성일:2010-02-04 12:5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