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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노보

제목

[보도본부 9기 성명] 세상의 모든 꽃을 꺾을 순 있어도 봄을 막을 순 없습니다.

닉네임
SBS본부
등록일
2010-03-30 17:35:31
조회수
2534
사방을 둘러봐도 적밖에 보이지 않던 그 시절.

그래도 믿을 건 우리 밖에 없다던 그 때,

2004년을 벌써 잊으셨습니까?

  

재허가 사태를 수습하겠다며

회사는 소유 경영 분리를 철썩같이 약속했고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그 약속은 더 구체화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5년 남짓한 시간만에 이런 약속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그 자리에 남은 것은 무엇입니까?

임금체불과 이익 빼돌리기, 그리고 적자인지 흑자인지도 베일에 가려진 채

끊임없이 구성원을 옥죄어 오는 비상경영 뿐입니다.

  

SBS 기자가 된 지 어느덧 10년째입니다.

3등이라는 열패감도, 돈만 밝히는 상업방송이라는 차가운 시선도

언젠가는 이겨낼 것이란 믿음 하나로 길다면 긴 시간을 헤쳐왔습니다.

그러나 기자로서의 '자존심' 하나 지키는 게

이렇게 머나먼 꿈이 돼 버렸는지를 돌이켜 보면 답답하기 그지 없습니다.

멀쩡히 일잘하던 부장급 전문기자 선배가

하루 아침에 논설위원실로 발령이 나도

말 한 마디 못하는 벙어리 기자들로 전락했습니다.

  

업계 최고대우를 강조하며 좋은 인재를 찾아다니던 방송사가

이제는 사원들을 회삿돈 축내는 벼룩쯤으로 여긴다는 자괴감,

내가 주인이 되는 우리 회사의 인재가 아니라

눈치밥 얻어먹는 천덕꾸러기 신세라는 한탄이 목동 사옥 곳곳에서,

밤이면 술자리에서 매일 터져나옵니다.

  

우리의 주장은 우리가 만든 컨텐츠를 제값 받고 팔고

상식이 통하는 공동체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시청자들에게 더 질좋은 방송을 만들어 사랑받고

더 공정한 보도로 인정받자는 것입니다.

'컨텐츠 운영위원회’와 ‘임원 중간 평가제’ 등은

인사권과 경영권 침해가 아니라 최소한의 SBS 정상화 방안일 뿐입니다.

  

스무살이면 성년입니다.

SBS도 이젠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합니다.

남과 한 약속이면 지키기 싫어도 지켜야 합니다.

하기 싫은 일도 그것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해야 할 책무라면

마땅히 짐을 지고 걸어가야 합니다.

그것이 창사 20년,

SBS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입니다.

역사의 시계가 다시 돌아

다시 한 번 SBS에 재허가와 같은 폭풍이 불어닥치면 그 때는 어찌할 것입니까?

그제야 우리는 한 배를 탄 사이 아니냐며 또 다시 노조에 손을 내미시겠습니까?

  

경영진은 지주회사 전환 당시 노조와 맺었던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이번 노사의 마찰을 반목의 불씨가 아닌 소통의 봉화로 승화시켜 내야 합니다.

  

우리는 노조 집행부의 결정을 지지합니다. 노조가 어떤 판단을 내리든 적극 동참할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꽃을 꺾을 순 있어도 봄을 막을 순 없습니다.

우리의 봄은 반드시 다가올 것입니다.

  

2001년 입사

김정인 김호선 송욱 심우섭 유성재 이병희 장세만 조성현
작성일:2010-03-30 17:3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