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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는 '자부심'이어야 합니다.
일신의 편안함을 위해, 보다 윤택한 삶을 위해
SBS 기자가 되기를 원했다는 선배를, 후배를, 동료를,
보지 못했습니다.
대한민국의 방송 기자로서 국민들의 입이 되고,
귀가 되고, 눈이 되고자 했기에
그 어떤 다른 무엇보다
취재가 우선이었고 방송이 우선이었습니다.
입사 초기, SBS는 민영방송이기에
오히려 대한민국 언론의 고질적인 약점인
'권력의 입김'으로 부터 강해질 수 있다는
선배들의 격려와 희망의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방송기자가 되고자 한 우리들의 가슴 속에
SBS는 자부심이었습니다.
그러나 한 해 한 해 지나면서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은 어떠했습니까?
권력보다 더 강하게 촘촘하게 일상을 지배하는 것은
자본의 힘이라는 사실을 아프게 깨달아야 했습니다.
또 이렇게 얄팍하게 의존하고 있는 자본의 힘이
민영방송의 틀 안에서는
권력 앞에 얼마나 무기력한지도 절감해야만 했습니다.
SBS 기자로서 쓸 수 있는 기사와 쓸 수 없는 기사를
스스로 체득하게 되었고,
보이지 않는 가이드 라인을 '기자'라는 이름으로
'미련하게' 또 넘고 또 넘는 선후배 동료들의 쓸쓸한 어깨를
도닥여주기에도 손이 부끄러웠습니다.
권력에도, 자본에도, 기자라는 본분의 임무에도
부끄럽고 나약하기만 한 우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더이상은 부끄러운 '우리'가 되지 않기 위해
부끄러운 'SBS'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우리는 앞으로 말이 아닌 행동을 하려고 합니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곳에 비하면
오히려 작은 움직임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움직이는 주체가
우리가 되어야 함은 분명해졌습니다.
SBS 보도본부 7기 일동
손석민, 조재근, 정명원, 정호선, 주시평, 한승희
작성일:2010-03-30 17:3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