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토론의 안건은 매우 어려운 주제이다. 저는 지난 10여 년간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다. 제가 지주회사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지는 자신할 수 없으나, 지주회사에 대해 제일 많이 고민한 사람인 것은 틀림없다.
먼저, ‘지주회사 체제에서 자회사의 독립 책임경영이 가능한가?’라는 문제부터 살펴보자. 저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영국의 가디언지의 경우, 가디언 파운데이션은 외부의 압력을 막아주는 것이 유일한 존재 목적이다. 하지만, SBS는 전혀 그것과는 다르다. SBS 홀딩스는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영리기업이고, 윤세영 회장에게 SBS의 독립 책임경영을 보장해 줄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법적으로도 그렇다. 지주회사는 지배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다. 공정거래법상의 규정을 보더라도 지주회사는 주식의 소유를 통해 사업을 지배하는 것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회사이다. 주식을 소유해 회사의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것이 목적인 회사인 것이다. 지배가 목적인 회사보고 경영에 관여하지 말라고 아무리 요구해도 소용없다. 지주회사 출범시 윤세영 회장이 어떤 약속을 했어도 법적으로는 아무 구속력도 없다.
그렇다면, 지배의 의미가 무엇인가? 지배라는 용어를 정의하기는 어려운데, 미국에서 사용되는 지배라는 용어의 의미를 보면, 지배란 계열사나 특수관계인의 경영을 할 수 있는 능력, 계열사 경영의 기본방향을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뜻이다. 이게 바로 법으로 보장된 지주회사의 의미이다. 이런 상황에서 홀딩스에게 지배하지 말라는 것은 법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를테면, 은행도 공공성을 갖고 있는 기업인데, 은행을 지배하는 지주회사에게 은행 경영에 개입하지 말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2005년 2월 윤세영 회장의 소유 경영 분리 선언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것이다. 윤 회장의 약속은 지주회사 설립과정에서 그냥 했던 약속이다. 그걸 노조가 믿었다면 순진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법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방송법 또는 방송지주회사법을 통한 규제인데, 방송지주회사법의 제정은 현실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은행과 금융지주회사법이 따로 있는데, 금융지주회사는 은행과는 다른 측면이 많아서 다른 법이 필요하다. 하지만, 방송의 경우 방송지주회사를 별도의 법으로 규정할 만큼 복잡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결국 방송법으로 규제해야 한다. 앞으로 여러 언론사가 지주회사를 지향할 것으로 예견되는 상황 속에서 방송과 방송지주회사의 관계를 규정하는 것을 방송법에 담아야 한다.
공정성과 관련된 조항은 별개로 하더라도, 소유구조와 관련된 법안은 그리 어렵지 않다. 현재 지분의 상한을 규정한 조항에 ‘이들을 지배하는 사업자의 주식’과 같은 문구를 추가해 지주회사에도 지분의 상한을 규제하면 된다. 관련된 방송법 조항을 고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이 조항이 들어가면 홀딩스가 SBS 주식의 30%를 갖고 있는 것 외에, 태영이 홀딩스 주식의 60%를 갖고 있는 것이 규제대상이 된다. 홀딩스가 SBS의 경영에 지배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SBS의 콘텐츠 제작기반은 강화됐는가’라는 문제를 살펴보자. 이 문제는 지주회사 설립으로 SBS의 수익이 다른 계열사로 빠져나가는 부당내부거래의 문제와 관련될 텐데, 이 문제는 사실 지주회사 체제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지주회사 이전 상황에서는 SBS가 모회사이고 다른 회사는 자회사였고, 지금은 홀딩스가 모회사 나머지는 자회사인데 두 가지 체제 모두 부당내부거래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 과거처럼 지배적 회사 밑에 자회사가 있게 되면 모회사의 이익을 위해 자회사 이익이 희생되는 구조, 즉 SBS가 자회사로부터 콘텐츠 수수료를 과다하게 받았을 가능성이 있는 것인데, 지금과 같은 지주회사 체제에서는 홀딩스가 지분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 다른 계열사로 SBS의 이익을 옮기면 옮길수록 좋은 것이다. 누구나 다 그렇게 하고 있다. 과거의 체제에서는 모회사의 이익을 위해 부당내부거래가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면, 지금은 지주회사의 이익을 위한 부당내부거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터널링이라는 용어가 있다. 땅굴을 파서 SBS의 이익을 다른 회사로 옮기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터널링이라는 용어가 나왔겠는가. 과거의 SBS 수수료가 적정했는지 지금은 또 적정 수준보다 낮은 지 검토해봐야 하고, 충분하게 의심이 든다면 법적조치를 취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상의 부당지원행위에 해당할 수 있고, 민사적으로는 임무해태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즉 주주 대표 소송이 가능하며, 형사적으로는 배임 등이 적용대상이 된다.
정말 합리적 의심이 든다면 노사 협상에서 위협수단으로만 쓰지 말고 실제로 법적 조치를 행사해야 문제가 해결된다. 그동안의 사례를 보면, 노조가 임단협 문제를 위해 협조 요청했다가 정말 소송을 해볼 때쯤 되면 임단협이 타결된다. 정말 진지하게 검토해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끝까지 가야 한다.
지배주주 이외의 다른 주주들은 껍데기로 전락했다고 하는데, 다른 회사들의 사례도 똑같다. 다른 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지주회사로 전환할 때 회사를 둘로 나눈 다음, 자회사의 지분을 지주회사 지분으로 바꾸는 방식을 통해 헐값으로 지주회사로 전환한다. 결과는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SBS의 경우 지배력을 강화하는 효과 뿐 아니라 방송법 소유규제도 무력화시켰다. 우리나라의 지주회사는 미국식의 지주회사가 아니라 무늬뿐인 지주회사일 뿐이다. 지주회사를 통해 언론의 공공성을 확보한다는 순진한 기대에 빠지지 말라.
최영묵
성공회대 신방과 교수
종편이 들어오게 되면 지주회사 문제가 훨씬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방송법이 고쳐져도 SBS홀딩스는 이미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적용되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SBS가 출범한 지 20년 지주회사 체제로는 3년이다. 대외적으로 성장하면서 변신하고 있는데, 방송법에서는 이렇게 화려하게 변신하고 있는 기업을 제대로 규제할 조항을 갖고 있지 못하다.
윤 회장이 수세적인 국면에서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들고 나왔다. 후견인이자 대리인 역할만 하겠다고 했는데, 그 때 그 말을 믿었나? (믿지 않았다면) 왜 그대로 갔느냐. 사실 윤 회장의 말을 믿어서 간 게 아니라 힘의 논리로 그렇게 간 것이다. 노조나 시민단체는 윤 회장의 말이 관철되도록 해보려고 했는데 그렇게 안됐다. 우려했던 것이 현실화된 것이다.
SBS는 미디어 영역에서 이미 권력의 핵심이다. 방통위 등에서 SBS에 영향력 발휘할 수 있는 것은 대단히 제한적이고, 그 (이유) 중의 하나가 지주회사이다. SBS가 월드컵 국면에서 파상적 공격을 받으면서 의연하게 중계권 문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던 근저에는 지주회사라는 버팀목이 있다.
SBS라는 방송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은 방송 후생이나 제작자에게 재투자되어야 되는데, 지금 느끼는 것은 지주회사 전환 이후 훨씬 열악해진 환경이다. SBS가 지주회사에 의해 무력화된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방송법 개정을 발의할 수 있을 것이고, 소유지분 30% 제한이라는 것이 방송의 공공성을 지키는 보루라는 인식이 있는데, 지주회사 체제로 그것이 무력화됐다면, 당장 보완책을 입안해야 되는 상황이다. 새롭게 진입하는 방송사업자에 대한 규제도 가능할 것이다.
문제의 키는 국회에서 해야 되지만, 지주회사 체제의 전환과 SBS의 상장을 승인했던 것이 방통위인 만큼, 방통위에서 SBS의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봤던 효과들을 정리하고 방통위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방통위에서 문제를 감지하고 있었다면 제어할 수 있는 것들을 가지고 갔을 텐데, 지금 상황에 대해 방통위는 어떤 대안을 마련할 것인가도 요구해야 한다.
MBC 주식 70%를 방문진이 가지고 있는데, 방문진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제가 있다. 홀딩스의 60% 지분을 태영이 가지고 있지만 홀딩스에 대한 규제는 없다. 홀딩스에 대한 별도의 규제를 논의할 부분이다.
노조나 시청자나 시민사회 쪽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느냐, 결국 전적인 지배를 할 수 없게 하자는 것인데, 지금은 우회적으로 지배하고 수익을 전출시키는 상황이다. 계속해서 감시 감독하고 조치를 요구해야 한다. 사회 환원 부분도 (계열사로의 수익 이전을 통한) 사실상의 분식으로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그 부분을 원상회복시킬 것이냐도 살펴봐야 한다.
최성주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
SBS가 출범하고 나서 방송의 공공성과 선정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이 제기된 점도 있는 듯하다. 이번 월드컵을 거치면서 SBS가 돈벌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구나라는 인식을 줬고, 재허가 때 따져봐야겠구나하는 생각도 하게 됐다. SBS 구성원들은 단순한 직장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디어 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국민과 대화하는 사람들이라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최상재
언노조 위원장
지주회사 전환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과거의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소유제한이 30%로 돼 있었는데 근거가 희박했다. 알아보니 대주주의 권한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10% 정도로 해야 하고, 경영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50% 정도는 돼야 한다는 의견 속에서 반으로 나눠서 30%로 했다는 말을 들었다. 별다른 근거 없이 30%로 결정됐다는 것이었고 충격이었다.
SBS는 사실상 1인 지배 체제였다. 2004년 재허가 전까지 대주주가 완벽하게 SBS를 장악하고 있었다. 공식적인 경영권 승계 기도가 있었고, 노조 설립 이후 어렵게 막고 있는 상황이었다. 한두 명의 위원장이 목숨 걸고 막는 상황이었고, 지금도 그들은 불이익을 받는 상황에 놓여 있다.
2004년 재허가 때 SBS 개편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당시 구성원들은 대주주를 개편하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 잘 몰랐던 측면도 있었고 용기가 부족했던 면도 있었다. 2,3대 주주는 믿을만한가에 대한 의문도 있었다.
민방특위가 구성됐고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고민이 진행됐다. 참여연대 쪽에서 소액주주 운동의 성과를 전달하면서 근본적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체제 전환을 제의했다.
노조 입장에서 몇 가지 생각했던 것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었다. 먼저, 세습저지 문제였다. 2005년에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선언했지만 믿지 않았다. 방송사로서 부자간의 세습이 이뤄졌을 때 시민들로부터 공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겠는가라는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대주주 입장에서는 시도할 것이니 만큼, 일종의 제한을 두는 방법을 생각했다. 사업적 욕구는 인정하되, 언론 부분이 아닌 사업 부문에서 진행하도록 하는 것으로, 언론사에서의 세습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다음으로 보도 제작 역량의 강화였다. 회사에서 프로그램 제작역량을 자회사와 외주회사 등으로 이전하면서 신입사원 충원도 제대로 안됐고, 본사의 제작역량이 외부로 유출될 경우 경쟁력 저하도 불보듯 뻔했다. 지주회사로 가면 자회사로의 편법적인 인력 파견을 차단할 수 있다고 봤고 대주주도 약속을 했다.
지주회사가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30%의 소유지분 제한이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과거 태영의 50% 이상을 윤 회장이 가지고 있었지만 태영이 SBS에 대해서는 30%의 지분 제한을 가지고 있었는데, 홀딩스의 상당 부분을 윤 회장이 가지더라도 홀딩스가 SBS에 대해 지분 제한을 가진다면 비슷할 거라고 봤다. 참여연대의 소액주주 운동 등으로 견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2대 주주가 이후 15% 가까운 주식을 매도해 전체적으로 지분 구조가 바뀌었다. 자회사 소유가 좌절되면서 매각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경영 투명성 강화와 관련해서 보더라도 당시 자회사에 대한 부당편법 지원이 횡행했다. 골프대회 유치하면 상금은 본사가 내고 중계는 골프 채널에서 했다. 부당한 지원이지만 모자 관계에 의해 처벌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감사하기도 어려웠다.
어떻게 하면 수없이 많이 발생하는 자회사와의 관계를 견제할 수 있을까...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 공정위 등 외부의 힘을 빌릴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했다.
경영진의 독립성에 대해 얘기하는데, SBS에 경영진이 있었던 적이 있었나? 한 번도 없었다. 본부장급 사장이 있었을 뿐이다.
노조는 대주주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하지는 않았다. 약속을 대외적으로 선언할 것과 사외이사 4명 가운데 2명을 노조 추천으로 구성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사실 지금과 같은 정권하에서는 어떤 합의가 있더라도 어렵지 않겠나? 대주주가 약속을 했지만, 말을 바꿀 때 견제 수단이 없다. 공정위와 민사소송 등 수단이 있긴 하지만... 적어도 배임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앞으로 지주회사 전환 당시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노력이라도 한다면, 공적인 의무를 지킨다면 부드러운 방식으로 해결이 가능할 것이고, 지금과 같은 행태를 계속한다면 2004년 이전 대주주 전횡방지를 위해 노력할 때로 복귀할 수밖에 없다. 30% 소유제한을 10%로 낮추자는 것이다. 현재 40%로 늘었지만 늘릴 수 있다면 줄일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언론노조 위원장으로 가기 싫었지만, 가야 된다고 생각했다. 이제 사측에 대해 열심히 공격하겠다. SBS가 방어할 차례이다.
이윤민
언론노조 SBS 본부장
홀딩스 직원들이 이런 얘기를 한다고 한다. ‘방송의 날, 우리는 쉬냐?’ 창사 20주년 기념식에서 회장이 ‘소비자와 소통하는 열린 미디어’라는 표현을 썼다. 시청자가 아니라 소비자라는 단어를 썼는데, SBS가 추구하는 게 방송인지 방송과 미디어는 어떻게 다른지 생각해 볼 문제다.
월드컵 PV권 사태부터 짚어보겠다. PV권 사태는 시청자를 위해 공공성을 우선해야 하는 SBS와, 이익 추구를 최우선하는 즉 소비자를 중시하는 SBS 홀딩스 체제가 충돌한 사례라고 본다. SBS 플러스의 실수라지만, 홀딩스 입장에서는 이익을 많이 내는 게 필요한 것이다. SBS 구성원 입장에서는 공공성 추구라는 것을 항상 자각하고 있는데, 계열사 입장에서는 사실 공공성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SBS와 SBS 플러스를 구별하지 않고 있고 그럴 필요도 없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실행하겠다고 하는데, 지주회사로 가면서 역행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지난 2일 날 홀딩스 부회장이 보도본부 간부들을 계열사 지원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에 불렀다. 소유 경영 분리. 독립 경영 보장과는 어긋나는 행동임에 틀림없다.
SBS 경영진은 현실적으로 통제당하고 있다. SBS 경영진에게는 최종 의사결정권이 없다. 홀딩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홀딩스 계열사 관리규정을 보면, 모든 경영진은 홀딩스의 경영평가를 받게 돼 있고 많은 부분이 홀딩스의 승인 사안이다. 지주회사 전에도 대주주의 간섭이 있었지만 예전에는 태영이 SBS 경영진을 평가하지는 않았다. 지금은 홀딩스가 SBS의 경영진을 평가한다. 지주회사 체제가 독립성에 역행하는 구조인 셈이다.
SBS의 경영상황이 악화되고 있는데... SBS는 적자인데 홀딩스와 계열사는 흑자를 보는 구조이다. 올해 1/4분기를 보면 SBS는 31억 적자, 홀딩스는 71억 흑자 콘텐츠 허브는 28억 흑자이다. 콘텐츠 요율의 현실화를 얘기하는데 현실성이 없다. 콘텐츠 가격은 원가 개념이 없어, 수요 공급의 개념이 의미 없다. 쌍방의 협상력이 중요한데, 지배를 하고 있는 홀딩스가 누구 편을 들지는 명확하다.
이 지점에서 주주의 역할이 중요하다. 홀딩스를 위해서 SBS의 주주들이 손해를 봐야 되는 지 논의해봐야 한다. SBS에는 연기금, 기관투자가들이 투자 중이다. 투자자인 국민, 개인들을 위해 이들이 SBS의 수익 유출 현상을 잘 감시하고 있는가 생각해 볼 문제다.
임기를 시작하는 날 사측이 연봉제를 기습적으로 들고 나왔다. 현재 3달 가까이 로비에서 반농성중이다. 저는 연봉제가 이익을 최우선하는 홀딩스 체제를 공공성이 우선해야 하는 SBS 구성원들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SBS 구성원들은 20년간 공정방송과 관련한 압력과 트레이닝을 받아왔는데, 이는 수익에만 관심을 가지는 홀딩스에서 보면 맞지 않는 것이다. 노조는 연봉제를 노조를 적절하게 통제하는 방법. 경영진에 대한 인적통제에 이어 임금을 압박해서 인적통제를 마무리하는 수순으로 보고 있다.
사측은 연봉제가 일 잘하는 사람에게 돈 많이 주는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임금을 깎고 저임금으로 콘텐츠를 만들어보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지상파의 경쟁력은 우수한 인력을 바탕으로 고품질의 제작능력을 갖추는 것이어야 한다.
지주회사 전환 이후 노조 입장에서는 대화상대가 실종됐다. 대부분의 결정권은 홀딩스로 넘어갔고, SBS의 경영진 중에는 협상의 주체로서 재량권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없다. SBS의 경영이나 인사는 홀딩스가 장악 내지 간섭하고 있다. 노조 입장에서는 대화의 상대가 실종됐고, 이는 노조 무력화 조치로 이어지고 있다. 지상파의 공익적 기능은 노조의 사측에 대한 건전한 견제로 유지될 수 있는데, 지주회사 체제에서는 지주회사 경영진에 대해 견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홀딩스는 직원이 몇 명이 안 돼서 노조 설립은 거의 불가능하다. 경영진이 홀딩스에 숨어서 책임을 지지 않는 모습이다.
결국 지주회사 체제가 노조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고, 지주회사를 사용자로 인정할 수 있는 지 ‘사용자성의 확대’를 검토해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SBS 노조가 홀딩스를 상대로 협상을 하는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종편이 등장하면서 지주회사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지주회사 문제는 단순히 SBS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방송인이 고민해야 하는 문제로 방송의 미래가 걸린 문제다.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여러 시민단체에서 협력해주셨으면 한다.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장
홀딩스가 범접할 수 없는 갑옷으로 무장했느냐 라고 하면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아마도 지금이 최전성기인것 같은데, 달은 차면 기울게 돼 있다. SBS는 재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규제당국이 얼마든지 개입할 수 있다.
콘텐츠 사용료는 구태여 다른 방송사와 비교할 필요가 없다. 지주회사 이전과 이후만 비교하면 된다. 과거보다 개선된 게 없으면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고, 홀딩스가 책임을 방기한 것이다. 구태여 MBC와 비교할 필요가 없다.
출자와 지배는 딱 구분은 되지 않는데, 싸움을 위해서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지상파에서 편성의 자율성은 매우 중요하다. 미국의 예를 보더라도 신문사간 제휴를 해서 다른 회사 지배를 해도 그 회사의 편성의 자율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게 있다. 출자와 지배를 목적의식적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센터 소장
지주회사 문제의 본질을 이윤민 본부장이 잘 지적했다. 주식의 소유를 통해 지배하는 것인데, 실제 하는 일을 보면 이전의 전략기획실을 합법화한 것이다. 대기업의 지주회사도 임직원은 100명이 안 된다. 소수의 인원으로 통제에 필요한 업무만 하는 것이다. 지주회사는 이전의 전략기획실이나 구조조정본부를 합법적으로 바꾼 것이다. 구조조정본부가 법외조직이라면 지주회사는 합법화된 조직인 셈이다.
미국의 지주회사 규제는 지주회사와 관련된 모든 회사들에 대한 규제인데, 우리나라는 지주회사 규제라고 하면 지주회사에만 규제를 적용한다. 지배주주와 계열사 일반에 대해 적용 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의 노동관계법에 따르면 노조는 개별 사업장에서 그 회사의 사용자만 상대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실제로 결정은 지주회사가 한다. 노조의 대화 상대자 실종이 우리나라 모든 지주회사에 해당되는 문제이다.
지주회사의 문제와 관련해 법적 규제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노력들을 해가야 한다. 우리나라의 지주회사가 100개에 가까워지고 있다. 열린우리당 시절 규제를 많이 완화해줬는데, 점점 가속화될 것이고 모든 언론사들이 지주회사 체제로 바뀔 것이다. 전환 비용은 거의 없고, 전환하면 각종 규제를 합법적으로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주회사 관련해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상법상의 주주대표 소송이다. 소송을 내면 법원이 심리를 진행해야 하는데, SBS나 홀딩스는 상장회사인 만큼 주주대표 소송 내려면 만 분의 1 만큼의 주식만 있으면 된다. 0.01%만 있으면 된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주주대표 소송을 10건 가까이 진행했는데 거의 다 이겼다. 이런 소송을 내려고 하는데 도와주십시오 하면 지분 가지신 분이 찾아온다. 무료 변론해 줄 변호사들도 줄 서 있다.
중요한 것은 소송을 주도할 주체가 얼마나 사회적 신뢰를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또, 소송에 들어가면 모르던 내용 중에 알 수 있는게 많이 있다. 다만, 대개 대법원 판결까지 받아야 하는데, 최소 3년에서 6년까지 걸린다. 6년간을 끊임없이 갈 의지가 필요하다.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은 조직의 내부 구성원들이 사회적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일 뿐 아니라 조직의 단결을 쌓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최상재
언노조 위원장
SBS의 콘텐츠 가격이 대략 MBC의 85% 수준이다. 연봉제는 사측이 십 수 년 전부터 추진하던 것인데, 일방적으로 추진한 것은 노조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이다. 지금 견제할 수 있는 것은 노조 밖에 없다. 좀 더 강력하게 가야할 것이고, 마음가짐을 단단히 해야 한다.
최성주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
월드컵 때 SBS로부터는 전파사용료 더 받아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노조에서 역할을 하면 시민사회가 분명히 뒷받침할 것이다.
이윤민
언론노조 SBS 본부장
길은 있는 것이고 길을 만드는 것은 사람들이다. 조합원들과 시민, 뜻을 같이 하는 모든 분들과 같이 시청자들에게 좀 더 좋은 방송, 구성원들이 하고 싶은 방송을 하는 게 목적이다. 힘들지만 이 길을 갈 것이다. 임기가 2년이 안 남았는데, 소송이 6년 걸린다니 심사숙고해야겠지만 노조의 역량을 키워내면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작성일:2010-08-19 11:4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