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영 회장은 2005년 1월 정기이사회에서 정관과 이사회 규정을 개정해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한 뒤, 2월 사장 이취임식 당시 격려사에서 ‘방송의 공익성 강화와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이뤄졌다’고 선언했다. 2008년 2월 ‘SBS미디어홀딩스’라는 지주회사 설립은 윤 회장의 이런 선언과 직접적인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SBS홀딩스의 설립은 ‘방송의 공익성 강화,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윤 회장 선언의 핵심내용에 살을 붙인 것에 해당한다.
SBS가 밝힌 지주회사 전환 목적은 ▲안정된 경영환경에서 콘텐츠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소유 경영의 분리를 제도화하여 책임 독립 경영을 강화하며 ▲SBS와 계열사 간 시장원리에 따른 내부거래 투명성을 강화해, 궁극적으로 SBS의 공공성과 시청자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러한 약속들이 지켜지고 있는가?
먼저, 지주회사 체제에서 자회사의 독립 책임 경영이 가능한가 하는 점이다. 발제자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이는 홀딩스가 설립 이후 공시하는 모든 사업보고서에서 ‘지배’라는 용어를 철저하게 사용하고 있는 데서 엿볼 수 있다. ‘지배’라는 용어는 결국 ‘경영’까지 포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올해 예정된 재허가 승인 과정에서는 홀딩스가 애초의 설립 취지대로 운영되고 있는 지 냉정한 비교평가가 필요하다.
SBS의 독립경영, 책임경영이 보장되지 않고 있는 현실은 ▲옛 SBS프로덕션 분할 과정에서 SBS의 콘텐츠 판매권이 계열사 사이에서 옮겨 다니는 상황을 SBS는 일방적으로 통보만 받았다는 점 ▲SBS의 광고판매를 담당할 미디어랩 설립 문제를 홀딩스 쪽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 ▲지주회사 설립 이전에 SBS가 추진하던 경제전문 채널을 홀딩스가 일방적으로 추진해 발표했다는 점 등에서 드러난다. 또, 홀딩스와 SBS 경영진은 2008년 사외이사후보추천제와 감사위원회를 설치함으로써 독립경영과 책임경영의 기반을 닦았다고 주장하지만, 지주회사 전환 당시 노조와 합의한 노조 추천 감사제도 도입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채 지금까지 이행하지 않고 있다.
다음으로, SBS의 콘텐츠 제작기반은 강화됐는가 하는 점이다. 지주회사 설립의 근본 목적은 SBS 콘텐츠 경쟁력의 강화였다. 윤 회장을 비롯한 SBS 경영진은 “지주회사 전환 후 SBS의 경쟁력 강화에 최대 중점을 두고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2008년도 SBS와 계열사의 당기순이익을 보면 <SBS: 77억, SBS플러스: 152억, SBS콘텐츠허브: 48억, SBS미디어홀딩스: 213억> 등으로 SBS의 내부 구성원들은 홀딩스 체제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주회사 출범 이후 SBS의 상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SBS는 콘텐츠 사용료를 제대로 받지 못함에 따라 수익이 악화되면서 제작여건이 점점 더 열악해지고 있다. 둘째, 수익 악화는 현금배당 여력의 감소로 이어져 기존 주주들의 반발을 살 가능성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신입사원 연봉제 적용 시도에서 보듯 SBS의 노사관계는 항상적인 불안정 위협에 노출되고 있다. 셋째, 미디어홀딩스와 SBS플러스, 콘텐츠허브 등과 같은 자회사들은 수익의 확대와 안정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는 결국 SBS가 생산한 부가가치와 이와 연동돼 있는 파생 부가가치가 SBS의 제작기반 강화를 위해 SBS로 환류되지 못하고 홀딩스와 다른 자회사에 기형적으로 유출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밖에 지주회사 설립 당시 SBS가 보유한 투자자산이 홀딩스로 모두 넘어간 것이 정당한가 하는 문제도 남아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먼저, 홀딩스 설립조건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홀딩스 체제 하에서 SBS의 독립 책임 경영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들이 무수히 제시되고 있으며, 공익성과 공적 책임 실현의 기반이 점점 더 약해지고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SBS 미디어홀딩스가 방송지주회사로서는 처음 있는 사례로서 많은 방송사업자들이 이 사례를 모방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는 만큼, 향후 SBS의 재허가 과정에서 이에 대한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다.
홀딩스의 SBS 주식 소유 목적을 ‘지배’가 아닌 ‘출자’로 변경하는 것이 필요하며, 지상파 방송 및 콘텐츠 영역과 관련된 사업은 SBS가 재량권을 가지고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홀딩스’와 ‘SBS’의 사업영역을 재조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 아직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는 노동조합 추천 감사제도 등도 신속하게 도입되어야 한다. 보다 중기적으로는 금융지주회사법이 따로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방송지주회사 설립과 관련된 내용을 기존 방송법에 포함하든지, 별도의 방송지주회사법을 제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러한 방안 마련을 위해 시민사회단체들과 학계, 언론노조 등을 중심으로 SBS 재허가 과정에서 ‘방송지주회사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한 태스크포스팀(가칭)’을 구성해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작성일:2010-08-19 11:4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