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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위보고서] '휴일스케치'는 '민원스케치'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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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본부
등록일
2010-10-22 10:45:27
조회수
1595
‘휴일스케치’는 ‘민원스케치’인가?

지난 16일 토요일을 맞아 ‘40년만의 수학여행’이라는 제목의 휴일 스케치 기사가 ‘8뉴스’에 나갔다. 40년 전 수학여행 당시 교통사고로 동료들을 잃고 수학여행이 중단됐던 서울 인창고 졸업생들의 이야기를 필두로, 서울고 교정에서 열린 6.25 참전 기념비 제막식, 서울 이화여고의 바자회에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가 참석한 소식, 모 행사장에 참석한 아이들의 김장 담그기 소식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보통 산과 들에 나들이 나온 사람들 위주로 취재가 이뤄지던 일반 휴일스케치 기사와 달리, 이날따라 웬 고등학교 이야기가 이렇게 많았을까?  
토요일 휴일스케치를 나가기 전부터 사건팀에는 세 가지 민원(경우에 따라서는 지시라고 볼 수도 있겠다)이 들어왔다. 서울고의 6.25 참전 기념비 제막식과 이화여고의 바자회 이야기는 보도국장으로부터, 아이들의 김장 담그기는 사내의 다른 인사로부터다. 민원의 핵심은 역시 서울고. 회장님의 모교 이야기라는 점에서 서울고 소식은 국장의 지시가 있었을 때부터 절대 빠트릴 수 없는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휴일스케치에 넣기에는 너무 이상하지 않느냐는 경찰기자들의 지적이 이어졌지만, 학교 유적을 모아서라도 아이템을 만들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수준이 되자, 논의의 방향은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라’로 모아졌다. 그리고, 자료를 찾던 끝에 인창고 졸업생들의 40년만의 수학여행이 구세주로 떠올랐다. 머리가 희끗해진 졸업생들의 수학여행을 시작으로 얘기를 풀어가다 보면, 서울고와 이화여고 얘기도 그럭저럭 소화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결국, 이날 휴일스케치 기사는 난데없는 고등학교 스페셜 기사가 돼 버리고 말았다.
휴일스케치가 민원스케치가 돼버린 것은 비단 이 번 만이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휴일스케치 내용 중 1-2가지는 사내외의 어디로부터인가 하달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돼 버렸다. 취재 기자는 ‘오늘 내용 중에 민원은 몇 개구나’라는 것을 관성적으로 받아들이고, 의무 취재분을 마친 뒤 다른 내용을 덧붙이는 형태가 됐다.
휴일스케치 뿐인가? 회사의 민원을 처리하는 창구는 또 있다. 오후 5시부터 방송되는 ‘SBS 퍼레이드’. ‘8뉴스’에 처리하기 어려운 민원을 ‘퍼레이드 단신’이라는 이름으로 편집부에 넘겨주는 게 별로 이상할 것도 없는 세상이 돼 버렸다. 유명인의 단순 동정에서부터 사내 홍보, 각종 행사 안내까지... 민원 기사에 밀려 일반 스트레이트 기사 넣기가 어려울 때도 있다 하니, 민원 뉴스 코너를 따로 만들어야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울 정도다.
이렇게 민원성 기사들이 판을 치다 보니, 다른 사람 민원도 들어주는데 회장 모교 소식은 안 되는 것이냐는 이야기가 버젓이 나오는 상황이 됐다. 학도병 참전 이야기 정도면 그래도 양호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하루에 발생하는 수많은 이야기 가운데 상당수가 뉴스시간이 짧다는 이유로 뉴스에 반영되지 못한다. 우리 사회의 소외되고 조명 받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 사회적 갈등의 여러 현장들이 뉴스 시간이 짧다는 이유로 전파를 타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길지도 않은 뉴스 시간에 민원성 아이템들은 왜 이리 많은 지... 도대체 SBS 뉴스는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가?
작성일:2010-10-22 10:4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