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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만 넘는 배고픈 곰, SBS
금융위기로 IMF 이후 최대 불황을 겪은 지난 3년, 매년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두 배씩 늘어난 회사가 있다. 바로 SBS 콘텐츠허브(이하 허브)다. SBS가 생산한 콘텐츠를 국내와 해외, 그리고 뉴미디어에 내다파는 회사다.
해마다 평균 150억 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낸 회사도 있다. SBS가 만든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케이블 채널로 내보내는 SBS 플러스(이하 플러스)다.
반면 콘텐츠 생산기지이자 SBS 미디어그룹의 모태인 SBS는 어떤가? 영업이익 폭이 들쭉날쭉하더니 급기야 지난해에는 적자를 봤다. 앞뒤 재지 않고 재주만 열심히 넘었더니 어느새 끼니 걱정부터 해야 할 곰의 처지가 지금의 SBS다. 이런 모순의 이면에는 SBS와 허브, SBS와 플러스 간 ‘기묘한’ 콘텐츠거래가 있다.
‘악화일로’ SBS,
‘승승장구’ 콘텐츠허브, 플러스
지주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형은 열심히 농사를 지었고, 동생들은 형이 걷은 쌀이며 콩을 시장에 내다 팔았다. 그 결과가 어떤지 보자.
먼저 허브다. (표1 참조) 2008년 433억 원이던 매출액이 2009년에는 762억 원으로, 지난해는 1,549억 원으로 수직상승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덩달아 해마다 2배씩 늘었다. 공교롭게도 지주회사가 출범한 2008년부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다. 2년 연속 32억 원씩 배당도 했다. 배당의 75%는 고스란히 지주회사로 간다.
다음으로 플러스다. (표2 참조) 2008년과 2009년에 6백억 원대 매출에 2백억 원대 영업이익, 150억 원대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재작년의 2배가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도 30억 원 늘었다. 준수한 실적이지만 허브의 성장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초라한 느낌이다.
그럼 농사만 지은 형의 형편은 어떨까? (표3 참조) 영업이익에서 2007년 324억원을 기록한 SBS는 2008년 55억, 2009년 155억 원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더니 급기야 지난해에는 42억 원의 적자를 봤다. 지난해 지상파 경쟁사들이 400~500억 원대 흑자를 줄이려고 안간힘을 쓰는 상황에서 SBS 구성원들의 박탈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핵심은 ‘해외 판권’
- 회수가 해법이다.
동생들이 열심히 해서 형보다 더 좋은 실적을 거뒀으면 칭찬하고 격려할 일이다. 하지만 SBS와 허브, 플러스 간 엇갈린 경영실적의 이면에는 회사 측 누구도 ‘설명하길 꺼리는’ 거래 조건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허브가 가진 SBS 콘텐츠에 대한 해외 판권이다.
해외 판권은 SBS가 만든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다른 나라에 파는 권리로, 허브가 독점적으로 가지고 있다. 판매액을 보면 2007년 250억여 원, 2008년~2009년 각 310억 원, 지난해 400억 원대로 알려져 있다. 투자기관들도 ‘동남아 등지 한류 열풍으로 해외 판권의 매출이 지속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방송콘텐츠 시장 확대로 인한 수혜가 예상된다’ 등 긍정적 평가 일색이다. 해외 판권이 SBS 수익에서 중요한 이유다.
그럼 해외 판매액 가운데 SBS가 가져올 몫은 얼마나 될까? 믿기지 않겠지만 30%에 불과하다. 40%는 외주 사 지분으로 원천 징수되고, 나머지 60%의 절반을 허브와 나눠 갖는 구조다. 지난해 판매액 기준으로는 120억 원에 불과하다.(이런 요율이 정당한지 문제는 콘텐츠 요율 편에서 다시 짚어보기로 하겠다)
다른 지상파 방송사는 어떨까? MBC는 지난 2006년 해외 판권을 허브격인 MBC프로덕션에서 회수해왔다. 당시 MBC프로덕션이 이에 반발해 파업을 벌이기도 했지만 본사 경영진이 강력한 의지로 이를 관철시켰다. SBS가 판권을 회수할 경우, 해마다 적게 잡아도 100억 원 이상의 콘텐츠 수익이 더 생기는 셈이다.
그러나 SBS 사측의 생각은 너무나 다르다. 지난달 22일 정기주주총회에서 노동조합이 해외 판권 회수 문제를 정식 제기했을 때 사측은 “국내외 판권을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으며 당분간 해외 판권 회수는 있을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회사가 당연히 해야 할 이야기를 조합이 대신해 줬는데도, 노력조차 않겠다는 응답에 구성원들의 가슴은 더 멍들어간다.
‘마이너스’의 손,
‘콘텐츠 요율’ 정상화하라.
50보 양보해서 해외 판권 회수가 현 상황에서 쉽지 않다고 치자. 그렇다면 지금의 콘텐츠 거래 요율은 적절한가?
해외 판권 판매액에 대한 콘텐츠 요율부터 보자. 2009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해외 판권 판매액에 대한 SBS의 몫은 50%로 고정돼있다. 역설적이게도 SBS 구성원들의 임금처럼 3년간 동결이다.
반면 허브의 국내 판권 판매액과 플러스 등 계열 PP에 대한 요율은 해마다 2% 포인트씩 올리도록 돼 있다. 왜 유독 해외 판권 판매 요율만 3년째 동결이냐는 질문에 회사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하나 이 부분의 마진이 크기 때문에 묶어둔게 아닐까”라고 추정했다.
그렇다고 계열 PP에 대한 요율이 다른 방송사만큼 높으냐하면 그것도 아니다. 같은 조건(회사 측 설명으로도)인 MBC의 계열 PP에 대한 요율은 SBS보다 각각 3% 포인트씩 높다. 회사 수익에 직결된 요율에 관한 한, MBC보다 더 나은 수치를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다.
방송통신위마저도 지난해 SBS에 대한 재허가 심사를 마치며 “일정 수준 이상 콘텐츠 요율을 향상하라”고 권고할 정도다. 그럼에도 회사는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요율 향상 방안을 밝히라는 주주들의 요구에 분명한 답을 피한 채 “회사 간 협의하겠다”고 얼버무렸다. 답답함을 넘어 절망감마저 들게 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