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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열 이사는 양자택일하라!
하금열 SBS 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이 결국 SBS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됐다. 홀딩스 지배체제 강화는 SBS의 독립경영을 침해한다는 노동조합의 비판과 경고는 철저히 무시됐다. 경영진은 “지주회사의 자회사 이사 선임은 어색하지도 않고, 하금열 이사회 의장의 역할도 연간 경영계획 같은 큰일에 그칠 것”이라며 그 의미를 애써 희석하려 한다.
‘SBS의 큰일을 결정하는 홀딩스의 자연스러운 지배’ 이 안일하고 비겁한 인식의 결정적 문제점 두 가지를 짚어보자
첫째, 현재 홀딩스 ‘지배 행위’ 자체의 문제다. 방송의 공익성과 소유-경영의 분리를 핵심으로 했던 당초 취지가 지켜지고 있는가의 의문이다. ‘노조추천 사외이사를 포함한 감사위 구성’같은 SBS 독립성을 지키려는 최소한의 견제장치도, 사측은 거추장스러운 장애물로 여겨 오지 않았는가. 더구나 위 내용을 담은 2008년 노사 특별합의서 서명 당사자는 당시 하금열 SBS 사장이었다. 지난 3년간 홀딩스의 지배는, 지상파 방송 SBS를 한낱 ‘콘텐츠 납품기지’로, 또 각종 규제를 온몸으로 막아내는 ‘바람막이’로 전락시키는 데에 집중돼 왔다. ‘터널링’으로 불리는 이익 빼돌리기는 그 결과인 것이다. 조합원 개인에게는 인사 조치로, 노조에게는 노사관계 파탄이라는 자본의 논리로 일관해 온 것이 지난 3년이다. 이에 대한 어떠한 반성적 성찰도 없는, 홀딩스 대표이사의 SBS 이사회 의장 선임은 결코 용인할 수 없다.
둘째는 규칙과 제도의 문제점이다. 홀딩스에 묻는다. SBS의 큰일을 결정하는 데에 홀딩스 스스로 임명한 SBS 대표이사로는 부족하다는 얘기인가. SBS 대표이사를 사외 추천이나 사원 직선제로 뽑는 것도 아니고 ‘사장 평가제’같은 견제장치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지금의 제도와 규칙에서 부족함을 느껴 마땅한 쪽은 홀딩스가 아니라 SBS 사원들이다. 하다못해 SBS 경영진 누군가가 홀딩스 결정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합리적 판단을 위한 재고를 요청했다는 얘기조차 들어본 바 없다. 자본의 논리를 견제할 규칙과 제도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홀딩스 대표이사의 SBS 이사회 의장 선임은 결코 자연스럽지 않다.
최근 MBC와 KBS에서 일어나고 있는 퇴행적인 행태에서 보듯, 공영방송의 독립성은 권력의 개입을 차단하는 데 우선 초점이 맞춰진다면, 민영방송에서는 자본의 지배를 견제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는 SBS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위해서도, 홀딩스 체제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서도 필수불가결한 원칙이며, ‘새로운 리더십’이 답해야 할 문제도 바로 이 지점이다. 하금열 사장은 ‘홀딩스 대표이사’와 ‘SBS 이사회 의장’ 둘 중 하나는 버려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