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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갈무리] (勞說) 언제까지 언론의 역할을 시민단체에 넘겨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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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본부
등록일
2000-02-21 01:00:00
조회수
1374
(勞說) 언제까지 언론의 역할을 시민단체에 넘겨줄 것인가?


시민단체의 낙천,낙선 운동이 이번 총선에서 태풍의 눈이 되고있다. 스스로 자정능력을 상실한 정치권에 대해, 시민단체가 적극적인 정치권 물갈이에 나설 것을 선언하자, 많은 국민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정치계혁 운동의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몇가지 부분에 대해서는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검토할 부분도 있는 것 가탇. 정치권이 당리당략에 따라 제기하고 있는 '음모론'은 논외로 치더라도, '저항권'이라는 이름으로 실정법에 대한 범 국민적인 불복종운동을 전개할 만큼 지금이 혁명적 상황인지, 또 정치인들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시민단체의 낙천, 낙선 명단 선정과정에 문제는 없는 것인지 하는 것들은 한번쯤 되짚어 볼 만한 부분들이다.
지금의 언론은 그러나 시민단체의 운동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시민단체와 불편한 관계였던 일부 신문들이 비판적 논조를 싣고 있기는 하지만, 많은 언론들은 시민단체의 운동에 몸사리며, 단순한 사실보도에 그치고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시민단체의 제5권력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시민단체가 막강한 힘을 가진 세력으로 성장했고, 언론까지도 감시대상으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잘못하다가는 이른바 '반동'언론으로 낙인 찍힐 우려가 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조용히 지나가는게 상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시민단체가 이렇게 힘을 가지게 된 것은 언론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언론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 정치인들에 대한 감시를 제대로 해 왔다면, 시민단체가 낙천,낙선운동을 벌일 이유도 없었을 것이며, 혹시 시민단체가 이런 운동을 벌이더라도 국민들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시민단체들의 운동에 많은 국민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는 이유는 구태의연한 정치권 뿐만 아니라, 언론 또한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시민단체의 권력은 제대로 된 견제 기능을 못해온 언론이 만들어 준 것이다.
시민단체의 정치개혁 운동이 이번 총선에서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는 모르나 정치권이 시민 운동을 지역주의를 불러일으키는 데 이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정치 개혁은 아직도 험난한 과제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다시 총선을 맞이하면서 언론인들은 우리 정치의 후진성과 그 이유에 대해 깊이 생각을 해보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언제까지 언론의 역할을 시민단체에 넘겨주고 있을 것인가? 이제 언론은 자신의 지리를 차지해야 할 때가 됐다. 그리고 그 시작은 이번 총선 보도에서부터 이뤄져야 한다.
작성일:2000-02-21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