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에 이어 여야의 공천 명단 발표 등으로 선거전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면서 선거와 관련한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렇게 폭주하는 선거 기사를 처리하면서 불공정 시비에 휘말리지 않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방송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는 느낌을 갖는다. 적어도 이번 선거는 모두가 희망하는 공정보도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뉴스 곳곳에는 비록 심각하지는 않다 하더라도 여당에 유리하게 비춰지는 기사들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대통령이 집권당의 총재로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잦은 대통령 동정기사는 자칫하면 불공정 시비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난 몇 년 동안 쌓아온 우리의 공정보도 노력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2월1일 이희호 여사 국제사회 복지상 수상 단신기사를 시작으로 이달들어 지금까지 대통령동정이나 그 가족과 관련된 기사는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방송되고 있다.
'서민층 10조 지원'(2일), '일자리 적극 창출'(3일), '경제회복 서민까지'(5일), '근로자 재산형성 적극지원'(9일), '서민세제지원 강화'(14일), '전자 상거래'(15일) 같은 대통령 동정 관련 기사는 선거에서 특정 정당 후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서민층을 겨냥한 선심성 정책으로 비춰지는 이런 발표나 동정이 무비판적으로 수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일본작가가 쓴 김대통령의 전기를 리포트 처리(2월 6일)한 것 역시 총선용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용서의 정신'이라는 제목으로 김대중 대통령이 21세기 최고 지도자 가운데 한 명으로 존경받고 있다는 내용의 특파원 리포트 역시 김대통령의 정치 철학을 미화함으로써 공정한 선거를 위한 올바른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저버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나라당 이신범 의원의 김홍걸씨 호화주택 거주 폭로(2월 10일) 기사는 결국 이의원이 스스로 잘못을 인정함으로써(2월17일)전혀 문제삼을 여지가 없게 됐지만, 발표 당시의 기사 처리 태도는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세속적인 생리를 그대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기사발생 당일에는 리포트 중간에 끼워 넣기 식으로 보도하고 다음날 청와대와 민주당의 반박(2월11일) 기사는 "호화주택 아니다"라는 제목까지 달아 대대적으로 보도함으로써 기사 처리에 형평성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작성일:2000-02-21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