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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갈무리] (이제는 바꾸자 2) 사내 권위주의를 타파하자

닉네임
SBS본부
등록일
2000-02-21 01:00:00
조회수
1452
(이제는 바꾸자 2) 사내 권위주의를 타파하자


편집자 주 - 노보 편집실에서는 새천년,SBS 10년을 맞아 바람직한 조직문화의 방향과 문제점을 짚어보는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우리 모두가 합께 느껴왔고 아파했던 것들, 지난 10년간 모두가 가슴속에만 묻어왔던 것들을 이제는 노보를 통해 공개적으로 제기하고자 합니다.
우리의 치부를 들어내는 것이 다소 망설여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어느 조직이든 문제점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문제점을 직시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있어야만 그 조직의 건강성과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SBS 조직 문화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자 합니다.
조합원 여러분은 물론이고 SBS에 몸담고 있는 모두의 허심탄회한 의견을 반영하고자 하오니 적극적인 참여 바랍니다.


어느 전방부대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높은신 분이 방문한다고 하자 그 밑의 일선 부대장병이 사병들을 동원해 수 Km에 달하는 길을 깨끗이 치워놓고 바퀴자국이 나지 않도록하고 사람은 물론 차도 다니지 못하도록했다.
그랫더니 막상 그 높으신 분은 헬기를 타고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일을 비합리적인 군대의 얘기로만 웃어넘길 수 있는 일일까.

'회장온다'....방문객은 뒷전

지난연말, 본사 1층 로비에는 많은 방문객으로 북적거렸다. 그런데 갑자기 안내 경비원의 움직임이 바빠지더니 그 많은 방문객을 한쪽으로 몰아세우는 것이었다. 방청객들은 영문을 몰라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고 일부는 불만스런 표정을 짓기도 했다. 경비원들이 그렇게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을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회장이 로비를 지나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방문객들이 그 이유를 알았을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SBS에 대해 경의를 표했을까? 그렇지 않다. 그들은 아마도 무슨 회사 분위기가 이렇게 권위주의적이고 비합리적일까라고 느꼈을 것이다. 차라리 그때 회장이 회사를 찾은 그들에게 낮고 가깝게 다가서는 모습이 '희망과 감동을 주는'SBS의 로고에도 더 어울렸을 것이다.

회장 순시때는 온 회사가 긴장

이런 권위주의적인 모습은 연말연시가 되면 어김없이 나타난다. 이른바 연말연시 대청소와 사내 순시가 그것이다. 회장이 현장을 둘러보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리고 청소를 깨끗이 해야 한다는 것도 이해한다. 사무실이 더러운 것보다는 깨끗이 청소된 것이 보기에도 더 좋을테니까. 그러나 회장에게 보이기 위한 청소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만약 회장이 사원들을 격려하고 제작현장사원들의 진실된 목소리를 듣고자 한다면 이러한 방법들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왜냐하면 순시할 시간을 미리 통보하고 준비하게 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행태가 최고 경영자가 스스로 원한 것인지 그보좌진들이 알아서 한 것인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권위주의적인 회사분위기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회장 올때는 엘리베이터도 못타

이 외에도 사내 엘리베이터를 이용한 어느 외부인사가 전한 얘기에서도 우리는 권위주의인 회사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급한 용무로 엘리베이터를 타자 SBS 직원들이 제지를 했다. 그 이유인즉슨 지금 회장이 이용하기 때문에 일반인은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 사람이 이순간 무엇을 느꼈을지는 명약관화하다. 정부 종합청사내에서 장관조차 일반직원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윗사람에게 직언 어려운 사내 분위기

최고 경영자의 이러한 모습이 언제, 어떻게 형성됐는지 알 수는 없다. 다만 SBS 개국 초기만 해도 사내 분위기가 이렇지는 않았다. 회장은 수시로 제작현장에 들러 일선 제작진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고 말단 사원의 고통도 직접 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가 점차 사라지더니 최고 경연진의 주위에는 人의 장막이 점차 두터워지며 그 어느 누구도 위사람에게 함부로 직언하기가 어려운 사내 분위기가 형성돼갔다. 이것은 간부진들과 일반사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윗사람은 아랫사람들이 다소 귀에 거슬리는 의견을 제시하면 충심으로 듣기보다는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불손한 행동으로 치부하는 풍조가 만연된 것이다. 아랫사람들도 이러한 분위기에서 위사람의 눈치와 심기까지 해아려가며 비위 맞추기에 급급하기도 했다. 이것이 지난 10년간 우리가 숨길 수 없는 회사 분위기의 한 단면이다.

언론의 기본은 저항정신이다.

SBS 직원들은 흔히 외부에서 양질의 인간들이다라는 말을 듣는다. 언론사치고는 예의바르고 공손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일면 좋은 말로 들리나 그것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SBS는 언론사이기 때문이다.
언론의 기본은 저항정신이다. 사회불의와 권력의 남용, 자본의 횡포에 대해서 감시. 비판, 항거하는 것이 기본 덕목이어야 한다. 조직 내에서 복종을 미덕으로 여기고 순치된 사람이 어떻게 조직 밖에서 거대권력자본에 저항을 할 수 있겠는가. 상하간의 이견이 있다면 끊임없이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 사내의 비판은 자유롭게 흘러넘쳐야 한다. SBS가 언론사이고 우리가 언론 종사자라면 진정으로 복종해야 하는 대상은 바로 위사람이 아니라 시청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정한 권위는 억지로 시킨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마음에서부터 진정으로 승복하는 데서 자연스레 생겨나는 것이다.
작성일:2000-02-21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