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도본부에서 특종이 낙종으로 전락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그 이유가 보도본부 책임자들의 눈치 보기, 무책임에서 기인했다는 점에서 보도 자율성과 공정방송의 위기임이 명백하다.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5일 나온 빅뱅 G-드래곤(권지용)의 대마초 흡연 보도이다. 보도국 법조팀은 지난달 14일, 권 씨의 대마초 흡연과 검찰의 기소유예 결정 사실을 확인하고 8 뉴스 아이템으로 발제했다. 권 씨의 대마초 흡연 자체도 충격적인 내용인데다 검찰의 기소유예 결정은 기존 사건들과의 형평성 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적잖은 사회적 파장이 예상되는 ‘힘 있는 기사’였다.
그러나 두 달간에 걸친 추적 끝에, 타사에 비해 한 달 가까이 빠른 시간에 확인을 끝낸 이 기사는 결국 SBS의 전파를 타지 못했다. 해당 부서가 지난달 14일과 15일 이틀에 걸쳐 8뉴스 아이템으로 발제했음에도 불구하고, 보도국 수뇌부는 이 기사를 ‘죽였다’ 그리고 다음날 이웅모 보도본부장은 기사를 발굴했던 법조팀과의 회식 자리에서 “향후 프로그램에 미칠 영향 등 회사의 입장을 이해해 달라”며 사실상 보도 불가 방침을 거듭 밝혔다.
특종 기사를 죽여야 했던
‘회사의 입장’은 뭔가?
도대체 기사를 죽여야 할 만큼 대단한 ‘회사의 입장’이란 무엇인가? 현재 회사는 빅뱅의 소속사인 YG를 포함해 연예계 3대 기획사와 함께 오디션 프로그램 <K팝 스타>를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G-드래곤 권 씨는 <K팝 스타>를 비롯한 몇몇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검토되고 있었다는 후문도 들린다. 보도본부장이 말한 ‘회사의 입장’은 이런 상황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속된 말로 ‘돈 못 버는’ 보도본부 입장에서, 지상파와 케이블을 망라한 무한 경쟁에 나서고 있는 ‘돈 잘 버는’ 부문의 사정(?)을 쉽게 외면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 그러나 불리한 보도를 아예 막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보도국 취재 내용을 회사의 경영적 판단에 활용하는 것 자체도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다. 수십 개 언론사가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G-드래곤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SBS 보도본부 수뇌부는 팩트에 대한 검증이나 보도 수준에 관한 문제가 아닌, 회사의 이해관계를 이유로 보도 자체를 막았다. 크게는 보도의 독립성, 작게는 SBS 보도국의 사기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회사 경영진의 한 사람일 뿐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빛나는 발굴 기사가
국감자료 베끼기로 추락
지난달 말 ‘4대강 황금모래 주먹구구 판매’ 보도 역시 빛나는 발굴 기사가 평범한 보도자료 기사로 전락한 사례다. 석연찮은 이유로 보도 시점이 차일피일 미뤄지다 결국 국정감사 자료를 베낀 기사가 돼 버렸다. 지난 6월에는 ‘SK 최재원 부회장 출국금지’ 기사가 하루를 묵히고서야, 가까스로 단독 기사의 체면을 지켰다.
이 과정에서 보도국장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보도국장은 취재 현장을 총지휘하는 야전 사령관이자, 보도 자율성을 지켜내야 할 보도국 1번 기자이다. 있어야 할 자리에서 실종된 보도국장은 자기 직분을 지키고, 언론에 관한 기본 인식조차 의심스러운 보도본부장은 직을 걸어라. 작성일:2011-10-11 10: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