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문제가 된다. 법이 없으니 법적 문제도 없다는 식의 주장은 미디어렙 입법이라는 사안의 무게를 전혀 감지하지 못한 정치적 미숙아의 생떼에 불과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입법 부재를 틈탄 홀딩스의 광고 직접영업 선언은 ‘국회 입법은 촉진시키되 SBS미디어홀딩스에는 징벌적인 결과’를 부를 가능성이 크다.
첫째, 홀딩스의 광고 직접영업 선언은 미디어렙 입법 논의를 파탄시킨 정치적 사회적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는 행위다. 당장 입법논의의 한 축인 민주당으로부터 강력한 비판이 제기됐다. <표1 민주당 성명서 참조>
회사가 특별사보 Q&A에서 지적한대로 현재 미디어렙 입법 논의에서 SBS관련 민영렙은 여야 이견이 없는 대목이다. 입법 논의가 마비된 핵심 쟁점은 조중동매 종편의 포함 여부와 MBC의 공/민영렙 지정 문제이다. 한나라당은 조중동매 종편을 미디어렙 논의에서 배제하는 것을 지상과제로 삼고 있고, 민주당 등은 MBC의 공/민영 선택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의 정치적 계산이 문제의 본질이다.
그런데 홀딩스의 직접영업 선언은 이 모든 정치적 계산에 면죄부를 주고, 민영방송의 탐욕과 영리추구라는 허위 의제를 사회적 현안으로 만들어버렸다.
둘째, 홀딩스의 ‘미디어 크리에이트’는 아무리 포장해도 ‘민영 미디어렙’이 아니라 ‘광고 직접영업을 위한 사적 법인’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입법 부재를 틈탄 ‘사적 구제’일 뿐이지 법에 근거한 민영렙이 결코 아니다.
당장 국회에서 ‘1공영 1민영 렙’을 결정하면, 민영렙의 지배구조(방송사 지분율 제한, 참여 가능 사업자 등)에 모든 것을 맞춰야 한다. 그 과정을 사업자들의 자율결정으로 맡길지 아니면 국회나 방통위를 통해 결정할지 등에 따라 복잡한 조정이 불가피하다. 더구나 MBC가 공/민영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이 과정에서 지역 민방에 5년간 3년 평균매출, 18%의 지분을 보장하겠는 홀딩스의 약속은 휴지조각에 불과해 질 것이며, 아울러 CBS를 비롯한 여타 중소매체와 종교매체에는 얼마만큼의 매출과 지분을 보장해야 하는지의 문제도 뒤따른다.
홀딩스의 경거망동이 결국 입법논의(혹은 입법 결렬의 책임을 따지는 논의)를 촉진시키되, SBS미디어홀딩스에는 징벌적인 결과(1공영 1민영 혹은 지분한도 등 항목에서)를 가져올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조중동 종편이 직접영업을 시작한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
회사 특보Q&A에 나오는 “재원조달이 불안정하면 방송 콘텐츠 제작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것이다” 즉 조중동매 종편의 직접영업이 시작된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는 위기론이 이번 직접영업 선언의 가장 강력한 동인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막연히 위기론을 부추기는 방식이 아니라 현실의 제반 문제에 가장 적절한 해답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논의돼야 한다.
당장 회사의 설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한국방송광고공사(이후 코바코)와의 업무협의가 진전되는 상황을 보면서 직접영업 시점을 결정할 것” 이라는 설명은, ‘코바코의 방송광고전송시스템 협력’-인력과 장비 전반의 협력-을 얻어야만 안정적인 영업이 가능함을 인정하는 것이다. 전반적인 협력을 얻지 못한다면 코바코와의 광고판매대행 계약을 해지하지 않겠다는 뜻인가? 아니면 일정기간 계약해지한 것도 아니고 계약중인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것인가?
고쳐 묻는다. 홀딩스의 광고 직접영업 선언이 올바른 방향으로 뭔가를 하고 있는 것인가? 사실상 계약해지 상태인 코바코가 SBS를 위해 광고를 제대로 팔아 줄 것인지도 모호해졌고, 그렇다고 코바코의 협력 없이는 직접 영업도 제한적인 상황. 위기에 대한 걱정만 많지, 사회적 지지를 얻을 방도나 실천적 해법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SBS경영진과 SBS미디어홀딩스의 현실적 과제는, 미디어렙 논의와 관련해 민영 미디어렙 설립의 사회적 명분을 얻는 것이다. 사고를 쳤으니 인정해 달라는 식은 꼼수와 속수에 불과하다. 그런 꼼수로 돌파할 수 있는 국면이 결코 아니다. 정치적 계산에 함몰돼 입법부재를 방치하는 정치권과 공/민영 문제에 함구로 일관하는 MBC, 이를 타격 견인하려는 시민사회의 몸부림의 와중에 SBS미디어홀딩스는 자신의 이해관계를 벌거벗은 채 외치고 있는 것이다. 홀딩스의 직접영업 선언은 실질적인 의미에서 외부의 공격을 자초한 것 외에 상황진전에 무엇을 기여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홀딩스렙이야말로
헌법 취지에 부합한다?
사측에서는 광고주와 방송사 서로간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기위한 헌법재판소 결정(2008년 11월)의 취지에 따라 SBS가 아닌 홀딩스에 미디어렙을 두게됐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는 한마디로 넌센스다.
헌재 결정문을 보더라도 홀딩스가 세운 렙은 진정한 의미의 ‘민영 미디어렙’이 아니다. 헌재 결정문에서는 민영 미디어렙의 근거로 1. 그 요건을 허가제로 하거나 2. 중소방송사에 대한 광고판매대행 할당제를 설정하거나 3. 정해진 기준을 위반하는 경우 허가를 취소하는 등 사전 또는 사후의 철저한 관리를 하는 경우를 들었다.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홀딩스 렙은 방송의 공공성, 공익성 등 공적인 책무와는 동떨어진 짝퉁 미디어렙에 불과하다. 위헌 소지에서 자유롭지 못함은 물론이다.
더욱이 홀딩스의 최대 목표는 이윤 추구다. SBS처럼 방송법상 여러 규제를 받지 않으며,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이라는 가치를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그럼에도 홀딩스는 지분과 인사권으로 SBS를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 홀딩스렙은 존립의 축인 광고주의 이익에 반할 경우 대주주인 홀딩스를 통해 SBS를 압박할 수 밖에 없다. SBS 제작ㆍ보도ㆍ편성의 자율성은 끊임없이 위협받을 것이다. 사측은 이 경우 경영진이 직을 걸겠다고 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구성원은 몇이나 될까? 지난 9월 조합원 의식조사에서 나타났듯 SBS의 독립경영지수는 10점 만점에 2점에 불과하다.
SBS의 광고수익이
유출되지 않는다?
사측은 “그룹의 핵심 콘텐츠 성장기지인 SBS의 성장기반이 훼손되는 것을 대주주는 물론 그룹 구성원 누구도 바라지 않는다”고 밝혔다. 계열사로의 고의적인 광고수익 유출은 없을 것이라는 선의로 받아들이고 싶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말 뿐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전제돼야한다. 먼저 회사가 해명한 대로, ‘광고효과 측정의 객관적 지표에 상응하는 단가’를 분명히 제시해야 할 것이다. 콘텐츠허브, 플러스 등 계열사와 SBS별로 책정된 각각의 광고단가와 그 근거를 구성원들에게 설명해야한다. 특히 회사의 주장처럼 향후 지상파 광고를 넘어설 인터넷 광고와 관련해, 본사의 몫을 얼마나 지켜낼지 경영진이 수치로서 밝혀야한다.
지금껏 계열사와의 콘텐츠요율 부문에서도 딱히 제 목소리를 못내온게 SBS의 현실이다. MBC는 100%를 챙기고 있는 해외판권을 우리는 50%만 받고 있고, 다른 요율에서도 MBC보다 나은 수치는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 또한 2008년 홀딩스 체제 출범 이후 SBS의 영업이익은 들쭉날쭉했음에도, 각 계열사의 영업이익은 확대 일로라는 점은 본사와 계열사간 수익구조가 모순적임을 반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직접적인 광고수익 배분을 선의만 믿고 홀딩스측에 내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경영진은 지난달 27일 사내 팀장 설명회에서 “밖에서 광고주들을 만나보면 (이런 이익유출 우려가) 얼마나 낮은 차원의 이야기인지 금방 알 수 있다”고 강변했지만, 이보다 더 시급한 이야기가 어디 있다는 말인지 경영진의 의식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작성일:2011-11-01 08:1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