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이 올해 임금협상안으로 기본급 15% 인상을 요구했다. 조합은 지난 18일 노사 임금협상 2차 실무협상에서 2008년 1월 이후 실질임금 감소분(11%)에 올해 경제성장률(4%)을 더해 15% 인상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08년부터 올 10월까지 전국 평균 물가상승률은 14.6%에 달한 반면, SBS 구성원들의 기본급은 2008년 동결, 2009년 동결, 2010년 2% 인상에 그쳤다. 이렇게 지난 3년간 구성원들이 허리띠를 졸라맨 결과 올 3/4분기까지 영업이익이 733억원을 기록한 것도 고려했다. 조합이 본사 1층 로비에서 진행 중인 임금협상안 설문에서도 15%대가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회사의 첫 반응은 무리한 요구라는 것이다. 협상장에 나온 사측 간부는 “놀랄만한 수치다. 한마디로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매출액 대비 인건비가 급상승하면서 경영상 적신호가 들어올 수 있는 숫자”라는 설명도 덧붙여졌다. 2002년 월드컵 이후 최고치가 예상되는 영업이익과 관련해서도 “이를 기본급 인상과 연계하는 것은 무리”라는 말까지 나왔다.
허나 15%가 정말 놀랄만한 수치인지 따져보자. 임금은 사용자에게 노동을 제공한 대가라는 측면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장치라는 의미를 함께 갖는다. 그러기에 노사합의로 만들어진 단체협약에도 ‘회사는 경제성장률 및 물가상승률, 경영상황 등을 감안해 적정 임금수준 확보에 최선을 다해야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회사가 3년간 고통분담의 대가인 15%를 올 한해의 요구치로 좁게 해석하는 한, 그리고 단협상 적정 임금수준 확보의 의미를 외면하는 한 15%는 놀랄만하고 걱정이 앞서는 수치일 것이다.
또한 회사는 임금협상장에만 나오면 꺼내는 전가의 보도, 즉 경영위기 대응론을 올해도 어김없이 꺼내들었다. 지난해처럼 적자가 났을 때는 돈이 없어서 기본급을 못 올려주고, 올해처럼 흑자가 많이 나면 닥쳐올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긴축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이런 궁색한 논리의 종착점은 이익이 나도 성과급으로나 나눠줄 수 있지, 고정비용이 늘어나는 기본급 인상은 어렵다는 것이다.
조합은 지난 9월16일 노사 상견례와 이후 2차례에 진행된 실무협상에서 올 임협에서의 2가지 원칙을 사측에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하나는 2008년 이후 실질임금 감소분의 회복, 다른 하나는 능력급직 조합원의 처우 개선이다. 조합이 바라는 것은 복잡한 경영논리가 아니라 구성원들의 노력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실질임금의 보장이다. 조합은 다음 실무협상에서 사측이 협상안을 제시하기로 한 바, 그 진정성을 기다리고 지켜볼 것이다.
작성일:2011-11-23 08:2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