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 여에 걸친 SBS 기자협회의 투쟁이 일단락됐다. 기자협회는 지난 17일 총회를 열고 보도본부장 불신임 투표 결과의 개표 시기와 방법 등을 차기 집행부에 위임하고 김윤수 회원(아래 별도 인터뷰)을 차기 기협회장으로 선출하는 안을 의결했다.
앞서 기협은 지난 9월말 해외 연수자 선발과정에서 나온 이웅모 보도본부장의 조합 전임자 불이익 발언 등을 문제 삼아 총회와 비상대책위원회를 잇따라 열어 부당함에 맞서왔다. 특히 지난 4일부터 9일까지는 사상 초유의 보도본부장 불신임 투표를 진행했다.
조합은 기협 회원들의 결의와 그간의 노력을 이어받아, 보도본부장에 대한 징계와 연수자 선발 절차 개선 등의 잘못을 바로잡는 조치를 거듭 요구한다. 앞서 회사는 지난 10월 7일 노사협의회에서 이를 약속해놓고도 인사권자의 결심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조치를 미뤄왔다.
더 이상 때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기를 촉구한다.
기자협회 성명서
지난 11월 17일 기자협회 총회에서 보도본부장 불신임 투표 경과 보고와 차기 기자협회장 선출이 마무리되면서 보도본부장 불신임 투표를 위한 기협 비상대책위원회 활동이 일단락됐다.
이번 불신임 투표는 지난 9월 해외 연수자 선발과 관련한 이웅모 보도본부장의 노조 탄압 발언이 단초가 됐다. 이 본부장은 당시 “조합 활동을 어떻게 했느냐가 중요하다. 오너십을 부정하면 같이 할 수 없는 것 아닌가?"라며 단체협약을 정면으로 위반했다. 이를 문제삼아 지난 11월 4일부터 9일까지 투표가 진행됐으며 투표인 214명중 110명이 투표에 참여, 과반인 51.4%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기자협회는 지난 17일 총회에서 이번 투표 결과 처리 등 향후 대응 방향을 차기 기자협회 집행부에 위임하기로 결의했다.
이날 총회에서 참석자들은, SBS 기자협회 탄생 이후 처음으로 치러진 이번 불신임 투표가 조직 내 의사결정의 전횡을 방지하는데 일조했으며, 기자협회 문제해결 역량과 협회원 참여도를 제고시켰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반면 전임 집행부의 자진사퇴 등 협회 내 이견이 슬기롭게 조율되지 못한 점 등은 한계로 지적됐다.
비대위 활동이 종료됐지만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SBS 최고경영자가 보도본부장에 대한 징계 의사를 표명했지만 아직까지 어떤 조치도 이뤄지지 않고 있고, 보도본부장의 해외연수자 선발 과정에 대한 개선책 마련 약속도 선언에 그쳤다. 기자협회는 다시 한 번 이번 불신임 투표가 가진 무거운 의미를 강조하며 보도본부장의 약속 이행을 촉구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보도본부장이 밝힌 대로 중간평가를 통해 기자협회의 뜻을 다시 모을 것이다.
또 하나 중대한 과제는 이번 불신임 논의과정에서 터져나온 SBS 보도와 조직 전반에 대한 일선기자들의 문제의식이다. 이는 그동안 누적돼 왔던 보도본부 리더십과 소통부재에 대한 근본적인 불만의 표출이며, 이번 사태의 파장을 증폭시킨 원인이 됐다. 그런데도 보도국장 등 보도책임자들은 일선기자들과의 대화 노력조차 보이지 않음으로서 수수방관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총회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발언이 그중 대표적이다. SBS 보도의 바람직한 발전을 위해 보도 책임자들은 협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의견수렴과 개선방안 마련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기자협회는 이같은 노력에 충실히 동참할 것이다.
2011년 11월21일 SBS 기자협회
김윤수
신임 기자협회장
신임 기자협회장으로서의 포부 한마디?
기자협회를 기자들의 조직답게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우선, 사상 초유의 보도본부장 불신임투표를 진행하는 동안 드러났던 협회원 간의 의견 대립과 그로 인한 선후배간의 갈등의 상처를 수습하기 위해 좀 더 많은 대화와 소통의 장을 만들려 한다. 무릇 기자들이 속한 조직은 시끄러울수록 건강한 조직이라는 오랜 믿음을 가지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SBS 기자협회는 시끄럽기는 커녕, 조용하다 못해 적막할 정도의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해가 갈수록 총회의 참석률도 저조해지고 있는 형편이다. 침묵의 틀부터 깨야 한다. 통상의 기자사회가 그렇듯, 선배가 후배를 ‘조지고’, 후배가 선배를 ‘들이받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조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앞으로 기자협회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 계획인지?
최대한 ‘총의’를 모으는 데 주력할 생각이다. 개인의 의견은 다양할수록 좋지만, ‘총의’로 집결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결과도 얻지 못하게 된다. 이를 위해 현재 각 부별로 돼 있는 기협 운영위원 체제를 기수별 대표 체제로 바꿀 것이다. 또 소통 회복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전임 집행부가 추진하다 유야무야됐던 외부 기자실과 보도정보시스템상의 기자실을 연계해 글을 퍼나르는 작업도 계속 이어나갈 것이다. 이와 함께 중요한 안건 의결 등에 대한 명확한 근거 규정을 비롯해 기자협회 운영 전반을 보다 체계적으로 규정할 수 있는 정관과 세칙 등을 정비해 나갈 것이다.
사상 초유의 불신임 투표에 대한 평가는?
이번 불신임 투표는 SBS 기자협회 탄생 이후 처음으로 치러졌다는 것 자체가 가장 큰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겠다. 투표행위로 인해 그동안 조직 내 의사결정의 전횡이나 부당한 운영 등을 보고도 못 본체 지나쳐 왔던 조직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게 됐다. 기자협회의 문제해결 역량과 협회원의 참여도를 제고시키는 진일보한 성과를 이뤄낸 것이다. 다만, 투표의 진행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던 점은 새로운 한계라고 할 것이다. 협회 내의 이견이 슬기롭게 조율되지 못하면서 투표가 진행되고 있는 도중에 전임 집행부가 자진사퇴하면서 결과적으로 조직 내에 적잖은 상처를 남기게 됐다. 앞으로 이런 문제점이 오히려 거듭날 SBS 기자협회의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기자협회원들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점은?
그동안 기자협회가 축구나 하는 정도의 조직으로 인식돼 왔던 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이다. 그러나 이번 투표를 거치면서 더 이상 기자협회는 단순한 친목단체로만 존재할 수 없게 됐다. 협회원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와 주인 의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축구’는 남의 일일 수 있었겠지만, 이제부터 벌어지는 모든 상황들은 모두에게 내 자신의 일이 될 것이다. 기협 집행부는 말 그대로 ‘집행’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협회원들의 ‘뜻’이 모여 ‘집행’의 근거를 만들게 된다. 다양하고 적극적인 의사개진을 기대한다.
김윤수 협회장은 2000년 YTN에 입사한 뒤 2003년 2월 SBS로 둥지를 옮겼다. SBS 입사 이후 사회부 법조팀, 문화과학부, 정치부를 거치며 뜨거운 가슴과 날카로운 기사, 호방한 언행으로 안팎의 주목을 받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