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지난노보

제목

[좌담회] 지상파 방송 선거보도 이대로 좋은가?

닉네임
SBS본부
등록일
2011-11-23 08:30:28
조회수
1540
지상파 방송 선거보도 이대로 좋은가?

지상파 방송 선거보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관한 긴급 좌담회

지난 14일 오전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회의실에서 지상파 방송 선거보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관해 SBS 현업기자들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의 긴급 좌담회가 열렸다. SBS보도국에서 김성준 8뉴스 앵커와 정치부 김윤수 기자가, 시민사회단체에서는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 이지혜 민주언론시민연합 모니터부장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최근 지상파 방송의 선거보도가 시청자와 유권자들의 눈높이와 관심을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특히 시민사회 측은 지상파 선거보도가 정치공방에 대한 중계방송식 전달에 치중하면서 기계적·실질적 균형을 모두 잃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현업 기자들은 의제설정 기능과 심층적 분석 보도가 실종된 것에 관해 반성과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와함께 정치적 지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나꼼수’의 등장과 폭발적 반응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해야 할 것인지, SNS의 활용과 반영 방안은 어떤 것이 있는지 등도 함께 토론됐다.
현업 기자들과 비판적 감시자들의 대화를 통해 지상파 방송 선거보도의 나아갈 바를 함께 모색해 보자.

사회자 : 10.26 재보선 보도 총평을 시작으로 자유롭게 상호질문, 문제제기 해달라.

이지혜(이하 이) : 지상파 방송 보도가 과거에는 새로운 시도의 노력을 보였는데 최근에는 별로 없다. 그 날 하루를 다이제스트 형식으로 보여주는 수준에 그쳐서 보고 난 뒤에 여전히 ‘이건 뭐지’ 하는 의문이 남고, 결국 신문이나 인터넷 등 다른 매체를 통해서 보완해야 하는 실정이 가장 아쉽다. 최근 SBS보도가 3사중에는 그나마 낫다는 평가도 있지만, 이는 KBS와 MBC의 퇴행에서 비롯된 하향평준화일 뿐으로, SBS 보도 역시 매를 덜 맞을 뿐 여전히 아쉽다.

김동준(이하 김) : 저희 모니터팀 평가에서도 SBS가 기계적 중립이라는 측면에서 타사보다는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이는 공영방송 보도가 워낙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지, 지상파 선거보도 전반적인 수준은 과거와 비교할 때 엉망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편파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정치권 일방의 주장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채, 그대로 중계해주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공약 검증 보도의 미흡함도 지적됐다.

김윤수(이하 수) : 현장 기자들도 공통적으로 느끼는 답답함이고 갈증이다. 일부는 노력을 통해 풀 수 있는 부분도 있겠지만, 구조적인 매체적 한계도 있는 것 같다. 이 자리가 그런 한계를 극복하고 대안을 찾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최근 매체가 다양해지면서, 지금 지상파는 출구조사 외에 전혀 영향력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자꾸 출구조사 전달방식, 포장중심의 선거보도로 가고 있는 듯하다. 10.26재보선의 경우, 서울시장 선거 외에는 주목받지 못했고 그나마 배일도 후보 등 군소후보 기사는 거의 다루지도 않았다. 정책 검증 보도도 하루하루 쫓기다 보면 쉽지 않고, 검증 역시 편파냐 아니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특히 1분 30초짜리 한 리포트 안에서 공방의 방식으로 사안을 다루는 한, 심층성이나 질적 균형의 논란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김성준(이하 준) : 이제까지 선거보도에서, 언론사나 (시민사회) 모니터단이나 본질적으로 공정성에 무게를 뒀다고 본다. 물론 언론의 공정성 문제는 중요한 이슈이다. 그러나 오늘날은 공정성 부분보다는 시청자에 대한 합리적 정보제공에 무게를 둬야 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다.
매니페스토와 함께 정책 보도 신경 써 왔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반성이 드는데 또 한편으로는 현실적인 문제로서 시청자들의 관심이 정말 진지한 정책보도에 있는지도 가끔은 의문이다. 검증보도의 경우는 우리가 찾아내지 못한다면, 적어도 양쪽 진영의 주장을 파헤쳐서 근거가 있는지, 네거티브에 불과했는지 정도는 가려줘야 했는데 그 점 역시 부족했다.

이 : 저도 한때는, 지상파 방송은 늘 기계적 중립에 매몰돼 핵심이 없는 뉴스 아닌가 그래서 그 틀을 탈피한 심층적인 분석 보도를 기대했다. 근데 이번 10.26재보선 보도를 보면서 다시금 공정성 문제로 돌아가고 있다는 참담한 기분이다. 방송뉴스 전반이 (공정성 측면에서) 많이 후퇴했다.
특히 재보선 기간에 대통령 사저문제가 터지고 내용도 심각했는데, 어느 방송사도 제대로 보도하지 못했다. 해명방송 수준이었다. 내곡동과 논현동 사저에 관해 청와대 코멘트를 소개하는 수준이었고, 그 때문에 편파성과 공정성 문제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수 : 내곡동 사저 문제는 전 언론이 ‘시사IN’에 물을 먹은 것이다. 통상의 경우는 사안이 크기 때문에 달려들어 만회하려는 것이 언론의 일반적인 행동인데 이번에는 달랐다. 한쪽을 충실히 비판했을 때, 다른 한편에서 강한 불만과 비판이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나 걱정. 잘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김 : 선거 기간 검증팀이 꾸려지긴 했나? 지금의 뉴스 포맷은 2~30개 내외의 꼭지를 배치하는 식인데, 수를 줄이고 심층적으로 가는 포맷변경은 가능하지 않나?

준 : 현실적으로 대선이나 총선이 아닌 재보선 수준에서 검증팀까지 따로 떼어 가기에는 어려움 있다. 그렇지만 미용실, 학력, 재산문제 등 언론이 찾아서 하지는 못해도, 이미 제기된 문제만이라도 진실을 찾으려는 노력은 부족했다. 저희도 아쉬움이 많다.
포맷과 관련해서는 내부에서도 심층화의 욕구가 강하다. 이슈가 되는 것은 시청률을 포기하고라도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렇지만 과연 꼭지 수를 줄이고 심층으로만 간다고 했을 때, 그게 시청자들이 진정 원하는 것일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3분짜리 리포트 10개로 갔을 때, 시청자들이 참고 봐줄 것인가는 고민이다.
이 : 핵심은 심층 뉴스 몇 꼭지를 할 것인지가 아니다. 방송 뉴스를 보면서 가슴 아팠던 것은, ‘나꼼수’만큼도 핵심을 짚어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한겨레, 경향은 잘 안보고, 방송뉴스는 아무 것도 안 해 주고, 조중동은 대통령 편들기에 바쁘고. 그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나꼼수에 열광한 것 아닌가.
물론 방송뉴스가 영향력을 강화한다면서 ‘나꼼수’ 같은 프로그램을 도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3분짜리 심층뉴스가 아니더라도, 1분 30초를 해도 정권과 권력을 제대로 비판하고 날이 서 있다면 (시민들은) 열광할 것이다. 그걸 못하니까 SNS를 찾고 나꼼수 같은 다른 통로를 찾는 것 같다.

수 : ‘나꼼수’가 어떤 면에서는 정치부 일선기자들의 고민을 대변하고 있다. 참 속 시원하겠다. 어떻게 저런 얘기를 다 할 수 있을까. 이런 느낌도 있다.
그렇지만 실체적인 진실이 뭐냐. 팩트와 정보에 접근하는 데 있어 한계와 답답함을 느낄 때도 많다. 기자는 끝까지 들어갔다고 생각했지만 보도를 못하는 경우도 있다. ‘나꼼수’ 통쾌하지만 그게 팩트인가? 팩트 참 어렵다.

이 : 이번 10.26때 한나라당에서 네거티브 선거전에 나섰다. 팩트를 확인하면 어처구니없는 공방도 많았는데, 중계방송식이라면 결과적으로 편파적 보도가 되지 않나. 언론의 최소한의 검증 필요했다.

준 : 기계적 중립, 공정성의 굴레를 방송뉴스가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예를 들면 최근 한나라당 쇄신파가 벌떼같이 일어나 대통령 사과까지 요구했다. 그런데 그날 정치부 뉴스는 한 꼭지만 잡혔다. 1분 30초에 당일 벌어진 일을 모두 밀어 넣고, 뉴스 후반부는 또 민주당 소식까지 전했다. 중립성에 대한 언론의 콤플렉스가 이어져 온다는 느낌도 있다.
시청자에게 정확하고 합리적인 정보를 제공하려면 균형과 중립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필요한 것 같다. 매번 한 리포트 안에서 시간을 재고, 화면을 따지는 방식으로는 시청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얼마나 줄 수 있느냐는 생각이다. 이에 대해서 외부 모니터단은 어떻게 생각할지도 조심스럽다. 의견을 좀 달라.

이 : 10.26재보선의 KBS 후보자 인터뷰를 예로 들면, 당시 나경원 후보의 전략이 후보는 정책만 말하고 네거티브는 당이 한다는 거였다. 그래서인지 KBS 인터뷰를 보면, 나경원 후보는 정책만 얘기하고 박원순 후보는 별 의미 없는 얘기가 반복됐다. 기계적 균형은 지켜졌을지 몰라도 질적으로는 편파적인 보도였다.
김성준 앵커의 고민에 동의한다. 단 시청자들에게 설명하면 된다. ‘오늘은 이 주제로 집중보도 하겠다. 내일은 이걸 하겠다.’ 이렇게 설명하면 시청자들이 이해해 줄 것 같다. 기계적 중립 그 자체는 의미가 없다.

준 : 거듭 지적하지만, 선거보도 2,3개 안에서의 균형보다 뉴스 전체의 본질적인 균형에 주목해 줬으면 한다. 예를 들면 선거보도 끝나고 10분쯤 뒤에 날씨 좋다면서 금강보나 자전거길 보여주는 것만 해도 간접적으로 정권에 유리한 편파적인 보도가 될 수 있다. 외부 모니터단에서도 개별 아이템 보다는 좀 더 큰 틀에서 공정성 문제를 봐주시면 좋겠다.

이 : 동의한다. 그런 문제가 대표적으로 드러난 것은 지난해 6.2지방선거이다. 당시 천안함 보도가 선거 보도보다도 두 배로 더 많았다. 당시 여권은 천안함 사건으로 선거를 치르려고 했다. 편파적이다. 선거보도 자체는 기계적 균형을 맞췄지만, 본질은 천안함 의제였다.
그런 면에서 지상파 방송이 선거기간 의제설정 역할을 제대로 하느냐 하는 고민이 있다. 이번 재보선 역시 사실상 MB정권 심판의 성격이 강했지만, 어느 방송에서도 그런 의제를 설정하지도 제대로 언급하지도 못했다. 오히려 유권자들이 방송과 언론의 공방 중심 보도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표를 던진 것이다.

김 : 마찬가지 생각이다. 수적으로 양적으로 같은 것이 뭐가 중요하겠나. 현업 기자들과 모니터, 학계 등에서도 기계적 균형의 문제를 넘어서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컨대 탄핵 보도의 경우, 당시 언론학회에서 문제 삼았던 부분은 ‘기계적 균형’이었다. 쉽지 않은 문제임은 분명하다.

준 :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각 정파가 부딪히는 상황에서 예민하고 곧바로 항의가 들어온다. 개별 기자 입장에서는 귀찮고 조심스러운, 그래서 안전하게 가자는 식의 안이함도 존재하게 된다. 저희 스스로도 반성해야 할 점이 있지만. 외부에서의 요구가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자유롭게 해 주셔야 한다.

이 : 솔직히 지금은 기계적 균형조차 흔들리면 어떻게 하느냐는 두려움도 있다. 탐사보도, 심층뉴스 해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최근 이렇게 편파보도가 나오는 상황에서는 기계적 중립조차 요구하지 않으면 뉴스가 완전히 이상해지지 않을까 이런 걱정도 있다. 요즘은 기계적 균형 요구가 마지막 보루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렇지만 탐사보도에 대한 요구는 분명히 있다. 데일리 보도가 놓칠 수 있는 포인트를, 탐사보도팀이 짚어주기를 기대한다.

준 : 늘 고민하고 있지만 외부 생각보다 힘든 점이 있다. 방송뉴스에서 정치보도는 백척간두에 서 있는 위기상황이다. 부실함을 떠나서 정치뉴스가 나오면 채널이 돌아가는 상황이다. 그나마 시청률을 유지하려면 정쟁위주, 그림위주로. 그러다보니 정치권에서도 그림이 되는 상황을 연출하려까지 한다. 나쁜 의미에서 상승작용이 일어나고 있다. 어찌해야 하나?
이 : 현재 정치권 최대 이슈는 한미 FTA인데, 뉴스를 보면 ‘싸운다’ 뿐이다. SBS가 ISD보도 한 두건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정치권의 합의 여부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뉴스의 핵심은 왜 싸우느냐 아닌가. 이익균형이 맞는지부터 시작해서 한번 따져보고,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등은 취재해서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ISD 한번 보도하고 심층보도 했다는 식의 자족적인 분위기는 아닌지?

수 : FTA 추적보도의 가치 있다. 그런데 저는 솔직히, 이쪽 보면 이쪽이 맞는 것 같고, 저쪽 보면 저쪽이 맞는 것 같다. 전문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예측 결과를 제시하기 때문에 고민이 된다.

이 : 잘 모르니까 솔직하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한다. 지금은 아예 본질이 없어지고 또 싸운다는 식의 문제로 다뤄지고 있다. 예민하고 방대하고 민감한 사안은 기자들도 양측 입장을 충실히 취재 보도해서 시청자들의 판단을 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자 : 시민사회 측은 방송이 최소한의 검증과 평론조차 소홀히 하면서 실질적 균형은커녕 기계적 균형조차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고, 현업 기자들은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기계적 균형의 틀을 넘어서는 새로운 방송뉴스의 틀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답답함과 아쉬움을 얘기하고 있는 듯하다. 내년은 더 큰 선거들 이어진다. 각자 마무리 발언 해 달라.  

이 : 현업기자들의 고민을 한편으로 이해하면서도 현재의 정국과 시대상황을 생각하면 다시 한 번 강조할 수밖에 없는 것이, 결국 공정하게 보도해 달라는 것이다. 또 의제설정 역할도 중요하다. 기본만이라도 제대로 해 달라는 말씀이다.

김 : 선거 보도에서 공정한 것이 뭐냐, 공정보도가 뭐냐를 규정하기란 쉽지 않다. 그럴 때 하는 것이 공정하지 않은 것을 쳐내는 것이다. 내년에는 불필요한 것을 쳐내는 작업을 해보면 어떨까. 예를 들면 후보자들의 동정보도 등을 쳐내면 핵심에 다가설 여유도 생기지 않을까 하는 제안을 해본다.

수 : 저희 내부에서도 그런 얘기 많다. 품만 많이 드는 동정보도 없애고 싶지만, 안할 수도 없는 것이 중요한 얘기 갑자기 나올 수도 있지 않은가. 질적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현업기자 입장에서 내 분야에서만이라도 최선을 다하겠다. 현업 기자들이 숲을 보지 못할 때 있다. 옆에서 꼭 집어 말해 달라.

준 : 기계적 균형이라든지 원칙의 그늘에 숨어서 사실을 말하는 것을 회피하지 않겠다. 노력하겠다.


작성일:2011-11-23 08:3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