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짝퉁’ 미디어렙인 ‘미디어 크리에이트’가 공식적인 설명회를 열었다. 홀딩스가 주도하는 광고 직접영업의 신호탄을 올린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시민사회가 조중동 종편출범에 맞서 미디어렙(광고판매대행사)법 입법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방송의 공적책무와 그 동안 지상파 SBS가 쌓아온 사회적 위상을 생각한다면 무책임하고 무모한 행동이다. 지주회사가 ‘미디어렙’을 소유하면 왜 안 되는지를 홀딩스 스스로 증명한 꼴이 되었다. 분노한 시민단체에서는 지주회사의 지상파 방송사 소유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지구 반대편에서는 ‘월가 점령(Occupy Wall Street)' 시위가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1%에 대한 99%의 반란은 신자유주의 광풍이 서서히 잠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그러한 신자유주의 물결을 타고 등장한 이명박 정권도 급격히 힘을 잃고 있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는 그 변곡점이다. 이제 민중들은 자신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 신자유주의의 허상에서 깨어나고 있다. 그리고 그 대안을 찾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통해 그 대안 세력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세상의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우리 앞에는 당장 두 가지 과제가 던져져 있다. ‘신자유주의 다음 세상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와 ‘신자유주의 정권이 남긴 잔해인 ‘종편’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 두 문제는 또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종편’의 출범은 미디어 환경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특히 광고 시장이 새롭게 재편될 것이다. 그래서 ‘종편이 뛰는데, 우리만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논리로 홀딩스 광고 직접영업을 기정사실화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다가올 세상의 큰 변화를 전혀 읽지 못하는 것이다. 1%만의 이익을 위한 홀딩스의 광고영업을 나머지 99%가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강한 것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살아남는다’고 한다. 그러나 여론을 무시하고 공권력까지 동원한 광고 직접영업 강행으로 홀딩스는 새로운 변화에 적응할 능력이 부족함을 여실히 보여줬다. 또한 홀딩스 자회사 행사장에 지상파 SBS 사원들을 강제 동원함으로써 지주회사 전환의 취지까지 스스로 부정했다. 신자유주의에서 ‘자본’은 ‘노동’에게 변화를 강요했다. 우리 회사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이제 ‘노동’이 ‘자본’에게 변화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사측도 미디어렙 문제를 눈앞의 이익차원이 아니라, 좀 더 큰 안목에서 접근하길 바란다. 광고시장 변화보다 더 큰 변화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작성일:2011-11-23 08:3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