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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cliping] 희망과 믿음이 있는 기다림이 되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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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본부
등록일
2000-02-21 01:00:00
조회수
1521
희망과 믿음이 있는 기다림이 되길 기대하며


얼마전 임권택 감독이 만든 춘향전을 보러 갔다. 소설식으로 꾸며지던 기존 방식을 벗어나 원래의 판소리 평태로 꾸며진 춘향전을 보니 새로운 감은 있었다. 내용은 누구나 다 아는 '신분을 뛰어넘은 사랑'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그저 그런 예상을 하고 갔으니 손해본 것은 아니라고 나에게 스스로 말하다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이때까지 우리는 신분을 뛰어넘은 사랑내지 신분상승에 대한 평민들의 욕구에만 너무 집착을 한 것은 아닐까.','춘향전은 춘향과 몽룡의 약속에 대한 실천의 이야기이고 기다림은 무엇을 바탕으로 가능한 지를 알려주는 이야기가 아닐까' 말은 사회적 약속이라고 한다. 그리고 사회적 관계들도 대부분 유무언의 약속들을 통해서 유지된다. 사회적 관계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 관계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 관계 유지를 위해 많은 약속을 하면서 살아간다.
약속이라는 말에는 미래적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과거의 일도 아니고 현재도 아닌, 아직 오지 않은 일에 대한 나의 행위나 의사와 관련한 표시가 약속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약속에는 기다림이란 필연적인 행동이 있어야 한다. 아직 다가오지 않았기에 그 약속이 실현되는 것을 보려면 얼마간은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아니 약속은 일정한 범위 안에서 앞으로 이뤄질 것에 대한 기다림이라고 정의를 해도 무방하다고 본다.
나는 사람들은 많은 약속을 하면서 살아 간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사람이 산다는 것 자체가 약속이 아닐까? 왜냐하면 살아간다는것은 최소한 자신이 내일도 기존의 사회적 약속을 어기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약에 내가 내일 어떤 것을 하기로 약속을 했는데 갑자기 그날 밤에 사라지거나 자살을 한다면 당장 그 약속을 믿었던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것이고 이로 인해서 많은 혼란이 올 것이니까.
그런데 사람들은 끊임없이 약속을 하면서도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 같진 않다. 이것은 믿음이 있기에 가능하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내가 밎은 많은 약속들이 어긋나지 않은 것이라는 믿음이 있으니까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고 우리는 살아간다.
기다림에는 희망도 있어야 한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을 때도 오직 희망은 남아 있어서 인간은 살아간다고 하지 않았던가. 희망이 없다면 믿음도 깨어지고 믿음이 없는데 기다림이 있을리 없다. 이렇게 되면 약속은 이미 지킬 수 없는 공허가 될 것이다.
노사의 관계도 인간끼리의 관계이므로 약속을 전제로 한다. 그 약속의 내용이나 실천방법은 시대나 상황에 따라 다를수 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요소가 있다. 그것은 바로 희망과 믿음이다.
우리 SBS에도 노조가 있고 사용자측이 있다. 우리 SBS 노사 사이에는 어떤 약속들이 존재할까? 가장 기본적인 것은 임금에 관한 약속일 것이다. 사람을 부리는 것에 대한 약속도 있고 SBS의 장래에 대한 약속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올해 신년에 윤회장님은 희망찬 2000년대의 SBS에 대해 약속을 했다. 이 희망찬 2000년대의 SBS에 대한 약속의 실현을 기다림을 갖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많은지....
SBS는 희망을 안겨 줬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노사 사이에 있었던 약속들을 보면 믿음을 안겨주지는 못한다. 당장 작년에 있었던 노사간의 임금협상에 대해 억지논리를 들이대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근거를 알 수 없는 희망을 담은 약속들이 떠돌고 있다. 출처도 불분명하고 대상도 확실하지 않으니 지키지 않아도 별 무방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노사간의 약속에 대한 믿음을 잃어간다. 춘향이가 빼앗긴 희망에도 불구하고 기다림을 유지했던 것은 믿음이 있어서가 아닐까? 이제보니 희망은 믿음을 먹고 산다는 말이 이해가 될듯 싶다. 이제 앞에서 내가 했던 말을 조금 바꿔야 하겠다. 약속은 기다림이고 기다림은 믿음을 먹고 사는 희망에 의해 유지된다고, 희망이 없어도 기다림은 믿음만으로 존재할 수 있다고.
나는 오늘도 몽룡을 기다리는 춘향이고 싶다.
작성일:2000-02-21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