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집행부는 ‘투쟁소식지 제19호(1월24일 발행)’에 자회사 용역비 사태에 대한 Q&A를 실었다. 자회사 동료들의 용역비 투쟁을 본사 직원들은 100% 이해하기 어렵다.
여러 조합원들의 요청에 따라 정식 노보에 이를 다시 한 번 싣는다.
Q: 그동안 본사는 자회사에 어떻게 용역비를 지급해왔나?
A: 1998년 분사 당시 본사는 자회사에 ‘동일임금 동일근무’ 조건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인건비가 95% 이상을 차지하는 용역비의 경우 매년 자회사의 청구금액을 정상 지급해왔다. 또, 본사에 매어 있는 자회사들이 조금씩 성장할 수 있도록 일부 이익금도 보장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이후 국내외 경기가 위축되자 본사는 2010년부터 용역비 삭감을 추진했다. 이익금 지급도 사라졌다. 2011, 2012년도에 용역비 삭감이 실제 이뤄졌으며 올해도 10% 가량의 용역비 삭감을 계획하고 있다.
Q: 용역비 삭감이 자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A: 본사는 매달 용역비를 자회사에 지급한다. 2011년부터는 매달 청구금액의 80-90%만 지급하다가 연말 미지급분 일부를 추가 지급하는 방식으로 최종 정산을 했다. 하지만, 올해 본사는 용역비 삭감을 기정사실화한 뒤 미지급분 대부분을 주지 않았다. 자회사는 용역비 대부분을 매달 인건비로 사용한다. 따라서 미래를 위한 투자금을 마련하려면 비용 절감과 외부사업을 통해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이마저도 경기 위축으로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다. 용역비마저 삭감할 경우 비용절감과 외부사업으로 얻은 수익금마저 인건비로 써야 하는 실정이다. 즉, 미래 성장은커녕 현상 유지도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본사의 방송콘텐츠 품질도 점차 경쟁력을 잃어갈 수밖에 없다.
Q: 외부 시장가격이 자회사의 75% 수준이라는데?
A: 종편 등 저가 방송제작사까지 모두 포함해 평균을 낼 경우에 그렇다. KBS, MBC 등 지상파 동종업체와 비교하면 비슷한 수준이다. 조직의 노령화로 인한 높은 인건비 비중도 올해부터 자연 퇴직자들이 늘어나면서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그리고, 방송제작품질은 가격만으로 선택할 수 없다. 최고의 지상파 방송사들과 품질 경쟁을 해온 우리의 노하우와 내공은 왜 인정해주지 않는가? 본사 동료들도 지금 당장 케이블이나 종편 인력들과 임금을 비교당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는가? 본사 동료들을 더 싼 그들로 대체하면 된다는 말을 인정할 수 있는가? 우리는 외부 어떤 방송제작 인력들 보다 더 깊이 고민하고, 더 치열하게 내공을 키워온 점을 인정받고 싶다.
Q: 자회사 직원들의 근로조건과 임금에는 변화가 없다는데
A: 장기적으로 불가능하다. 당장 아트텍은 2012년도 용역비 삭감을 통해 적자 기업으로 돌아섰다. 근로기준법상 3년 연속 적자가 발생할 경우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가 가능해진다. 자회사들은 이익잉여금 등 사내 유보금이 있어 당장의 구조조정은 피하겠지만, 용역비 삭감은 적자로 이어지고, 다시 유보금을 갉아먹는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또, 사측은 현직 직원이 아닌 신규인력에 대해서는 저임금 채용을 시도하려고 한다. 그리고, 사실 근로조건과 임금의 변화가 없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당장 우리가 다니는 회사가 용역비 삭감으로 미래 성장의 동력을 잃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불안하고, 소속감과 애사심도 흔들리게 된다.
Q: 본사가 국내 대표 방송제작리소스 기업으로 키운다는데
A: 환영한다. 그런데 무조건 단가를 낮추고, 외부 사업을 따오는 것은 해법이 아니다. 아프리카에 저가 핸드폰을 팔겠다는 중국 업체들의 전략 수준이다. 대형 방송제작 리소스업체로 성공하려면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그런데, 아직 국내외에서 성공 모델이 없다. 물론, 이런 방향으로 노력은 해야 한다.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더욱 다양한 분야의 능력있는 인재를 자회사에 모아 와야 한다. 한정된 인력 안에서 SBS방송품질도 높이면서, 외부 사업도 따오고, 비즈니스 모델까지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본사 기획팀 사람들이 직접 자회사에 와서 해보면 안다.
Q: 그럼 자회사를 이대로 두면 되는가?
A: 아니다. 자회사도 우선 지금보다 품질을 높이려는 노력을 더욱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본사 직원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본사 직원들이 품질에 대해 더욱 많이 요구하고,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 불편하더라도 이런 과정을 통해서만 본사와 자회사의 소통이 확대된다. SBS는 본사와 자회사 어느 한쪽만으로 홀로 설 수 없다. 양측의 균형 발전이 반드시 필요하다. 자회사의 성장 발전의 근간이 용역비다. 그리고, 자회사를 성장 발전시키려면 비용 압박이 아니라, 지원과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