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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3사 체계로 SBS의 미래는 없다
지난 1998년 SBS, SBS아트텍, SBS뉴스텍으로 분사한지 많은 시간이 흘렀다. 현장에서 ‘지금의 3사 체계로 과연 미래를 준비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면 결론은 항상 회의적이다. 분사를 시행했을 때 직원들에게 제시했던 청사진이 지금까지 얼마나 왜곡되어 왔는지 분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틀을 다시 짜야 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
많은 직군 중에서도 분사를 통해서 가장 많은 생채기가 난 곳이 바로 기술직이다. 라디오, 송신, 회선관리는 본사, 보도는 뉴스텍, 예능와 교양은 아트텍으로 나뉘어져 있다. 지난 10여년 3사 기술직 사이의 상호 인적 교류는 전혀 없었다.(표 참고) 기술직이 성장하려면 특정 업무에서 전문성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분야를 이해하고, 그들과 의견을 조율할 수 있는 능력도 키워나가야 한다. KBS, MBC 기술직들이 부분별 교류를 통해 기술적 내공을 키워가는 것을 보면 두려움마저 느껴진다.
순환 근무를 통해 다른 자리에서 시스템의 문제점들을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직접 현장에서 뛰어보면서 애로점들을 찾아내고, 또 이런 과정에서 쌓은 노하우들을 사내에 조직적으로 공유하는 것이 新방송시대를 맞는 SBS 조직원들에게 필요한 것이다.
갈라진 기술직, 찢어진 경쟁력
경쟁사들은 이미 적절한 인사를 통해 기술인들을 다양한 분야에 순환 배치하고 있다. 기술 분야를 넘어 경영, 기획 및 품질관리 등에도 다수 배치해 차세대 방송까지 준비 중이다. 하지만, SBS기술인들은 분사의 벽에 가로막힌 채 비좁은 보직 내에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며 하루하루 기력을 소진해갈 뿐이다. 부서 간의 몰이해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와 잡음도 발생한다. 이런 상황은 계속되면서 새로운 의견은 무시되기 일쑤고, 새로운 도전은 모두가 피하기 바쁘다. 다양한 경험을 갖고, 각 분야를 조율할 수 있는 리더십도 찾아보기 어렵다. 존경하고 닮고 싶은 선배는 줄고, 리더십이 아닌 무사안일에만 매몰된 사람들이 늘고 있다.
현재의 3사 체제로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미래와 비전을 고민해야 할 담당 부서는 인건비나 용역비 삭감을 먼저 생각하고, 너무나도 쉽게 아웃소싱이나 외부 수혈만을 언급한다.
다시 한 번 과거를 돌아보자. 우리 SBS의 역사에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높은 수익을 냈을 때는 역시 경쟁사보다 늘 먼저 도전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을 때였다. 그 기반에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새로운 방송으로 전환시켜낼 수 있는 기술인들의 노력이 있었다.
비용절감 각론은 악마의 손길
요즘의 SBS는 타사 시스템을 모방하기에 바쁘다. 이와 관련된 각론들만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악마는 각론에서 나온다고 했던가? 눈앞의 이익을 위해 각론만을 손에 들고 직원의 희생과 자회사 쥐어짜기만을 요구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SBS 기술인들을 국내 최고의 방송기술 인력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고민이 절실하다. 3사 체계로 훼손된 기술인력 조직 문제가 이미 SBS 전체의 성장을 가로막기 시작했다.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말은 변명일 뿐이다. 해법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사실 결단도 어렵지 않다. 조직의 말단 직원으로서 SBS의 발전을 바라는 간곡한 마음을 글로 옮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