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이 신입사원 연봉제로 또다시 노조를 압박해 오고 있다. 노조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지난 4월 16일부터 연봉제 신입사원 모집공고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아직 조합원이 아닌 신입사원의 임금 체계 결정 문제는 회사의 고유 권한이라며 노조의 반발도 일축해 버렸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연봉제라는 직접적인 표현을 쓴 적이 없으며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으니 기존 조합원들의 임금체계 개선에 대해 계속 협의해 나가자”고 요구하고 있다.
이런 이중적인 태도는 사측의 음흉한 속셈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사측은 신입사원 연봉제 내용에 일말의 여지가 있는 것처럼 포장해 놓고 이를 지렛대 삼아 기존 조합원들의 임금체계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려고 하고 있다. 사측은 그동안 협의 과정에서 “차장 대우 이상 연봉제를 확대하지 않으면 신입사원 연봉제를 하겠다”는 말을 흘리며 사실상 두 가지를 연계해 협상에 임해 왔다. 하지만 자신들의 일방적인 연봉제 주장이 관철되지 않자 이제 와서 고유 권한이니 법적 권리니 하며 신입사원 연봉제를 밀어붙이려고 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노사 합의에 대한 배신이며, 노조에 대한 선전포고와 다름없다.
회사는 그동안 미디어 생태계의 급격한 변화와 치열해지는 생존 경쟁, 그리고 영업의 어려움을 거론하며 조합원을 포함한 구성원들의 희생을 강요해 왔다. 벌써 몇 해 째 계속되고 있는 비상경영체제는 도대체 언제 끝나는지 알 수 없다. 조합원들은 갈수록 늘어나는 업무량과 업무 시간,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더욱 열악한 노동환경에 내몰리고 있다. 조합원들의 인내도 점점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현재의 한계를 해소하고 미래경쟁력 확보를 위한 방안 마련에 노사가 함께 힘을 합쳐도 부족할 때에 사측은 해묵은 연봉제 카드를 꺼내 들어 구성원들의 마음에 대못을 박고 있다. 사측의 임원과 간부들은 조직의 미래 경쟁력을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단기적인 성과에 매몰돼 회사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는 것인가.
SBS 노동조합 대의원들은 기본적인 신의를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칼을 휘두르는 사측의 행태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데 뜻을 모았다. 나아가 이번 신입사원 연봉제 시도가 전 사원 연봉제 확대를 통한 전반적인 임금삭감과 노동조합 무력화, 공정방송 훼손을 위한 시도임을 분명히 하고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될 시청자들과 시민에게 이를 적극 알리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사측이 연봉제를 철회할 때까지 강력한 투쟁을 계속해 나가기로 결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