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임원이 출장길 항공기에서 승무원에게 소위 ‘진상’을 떤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커지자 해당 기업은 공개사과를 하며 당사자를 보직 해임했다. 인터넷과 SNS를 통해 소식이 순식간에 퍼지고 분노의 댓글 퍼레이드가 벌어진 이유가 우리 사회의 대다수인 ‘을’로 사는 사람들의 평소 울분이 폭발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이 와중에 일부 보수 언론이 무분별한 신상 털기를 비판하는 내용을 사건의 실체와 비슷한 비중으로 다루는 것을 보면 결국 ‘더러워서 기득권 못 해먹겠다.’는 푸념처럼 들린다. 노동자들도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터에서 고객이나 윗사람의 이런 ‘진상 짓’을 겪지만 자존심의 상처를 속으로 삭이거나 퇴근길 소주 한잔으로 달래고 있다.
국회에서 대체휴일제 입법이 여야합의로 추진 중인데 경총 등 에서는 생산 손실이 30조가 넘을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그들에게 대체휴일제 도입 시 24조여 원의 사회경제적 순편익증가와 10만여 개의 신규일자리 창출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문화관광연구원 보고서와 OECD 국가 연 평균 근로시간이 1764시간인데 우리나라 노동자는 2232시간이며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OECD국가 가운데 하위권이라는 사실은 애써 무시하고 싶은 사실일 것이다.
정년연장에 대해서 사용자측이 ‘아버지가 아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프레임으로 반대논리를 펴는데 대해 청년유니온은 “평균수명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일자리 보장 측면에서 동의한다. 재계가 새로운 산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기존 일자리의 질을 끌어올리면서 청년층에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일 잘하고 많이 하는 사람에게 더 많이 주는 연봉제를 도입하면 생산성이 향상될 것이라는 논리는 지난 정부가 감세를 통해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면 투자와 고용이 확대될 것이라는 낙수효과처럼,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현실과 전망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사실과 현실이 논리와 입장을 규정하는 게 아니라 일단 입장이 정해진 뒤 취사선택되고 동원되는 수단일 뿐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닐 지경이다.
노동권리라는 것이 결국 일터에서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세운다는 것인데 우리나라에서 시민의 권리와 노동자의 권리를 별개로 여기는 이상한 경향이 노동자의 낮은 조합 가입률로 나타나고 있다. 일터에서 자존심을 지키며 일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키기 어렵다고 포기할 수 없기에 이건 아닌데 하면서 머뭇거려왔던 것이 있다면 아니라고 말해야 한다. 혼자 말하기 두렵다면 함께 하면 된다. 지금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여러 권리 가운데 상당 부분이 길고 어려운 힘겨루기를 통해 얻은 것이다. 우리 일터에서 미래 경쟁력 확보, 장기 인력 충원 계획, 조합원의 삶의 질과 노동조건 개선 등이 먼 미래의 추상적 목표가 아니라 바로 앞에 닥친 불확실성을 해소하는데 필요한 절박한 과제이다. 긍정의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작성일:2013-04-25 09:5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