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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클리핑] 전격적인 인사, 그리고 불편한 리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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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본부
등록일
2013-06-05 14:38:04
조회수
1096
전격적인 인사, 그리고 불편한 리액션

그야말로 전격적인 발표였다.
지난 3일 오후, CEO 미팅을 통해 ‘오늘 인사(人事)를 한다’는 언급이 나온 후 노조사무실엔 갑작스런 인사에 대한 문의전화가 이어졌다. 연말연초 정기인사가 있은 지 겨우 5개월 남짓 지난 시점의 ‘전격적인’ 인사라 많은 궁금증이 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노조집행부도 사내전산망에 오르기 직전에 받은 인사 명단표 말고는 어떤 배경설명도 듣지 못한 상황.
CEO 미팅에서의 발언과 사측의 설명 등을 종합해보면, “시청률, 경쟁력 위기가 심각하다. 작년의 성과에 너무 자만하지 않았나 반성할 시점이 아닌가. 인적 교체를 통해 분위기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번 ‘전격적인’ 인사의 배경이란다.
큰 맥락에서 이런 논거들에 대해 이견을 달고 싶지는 않다. 시청률로 나타나는 경쟁력 위기인 것도 맞고, 그러니 여러 가지로 그 원인에 대해 검토하고 반성할 시점이기도 하다. 사람을 교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이번의 ‘전격적인 인사’에 대해 많은 조합원들이 ‘왠지 모를 찜찜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불편한 리액션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긴장감인가, 불안감인가?

본부장 2명, 총괄(국장)3명을 포함한 이번 인사의 규모는 결코 작은 편이라고 볼 수 없다. 현업 부서의 리더들을 바꾸는 이런 규모의 인사를 ‘갑작스레’ 단행한 것에 대해 사측은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뭔가를 갑자기 바꿔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란다고 해서 긴장감이 자동적으로 생기는 것일까?
이번에 본부장과 국장이 모두 바뀐 제작본부를 예로 들어보자.  2011년 초, ‘전격적으로’ 교양국과 예능국의 부서통합이 이뤄지면서 총괄체제가 바뀌더니, 4개월도 지나지 않아 ‘전격적으로’ 본부장, 총괄이 바뀌었고, 1년은 정상적으로 가는가 싶더니, 이번에 다시 임기도중 본부장과 총괄이 ‘전격적으로’ 바뀐 것이다.
파격은 다 나쁘고, 모든 인사를 정기적으로만 하라는 주장을 펴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인사를 정기적으로 하는 이유를 한 번 곱씹어보자. 방송사는 매일매일 시청률 경쟁이라는 단기전투도 치러야 하지만, 컨텐츠라는 창의적인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중장기적인 여러 플랜을 같이 가져가야 한다. 당장 써먹지 못하더라도 후배들에게 체계적인 경력관리를 시켜준다든지, 킬러 컨텐츠 하나를 위해 수많은 파일럿들이 시행착오와 숙성의 과정을 갖는다든지 하는 것 등등. 현업의 리더들에게 안정적인 일정기간의 임기를 주는 이유는 그런 중장기 플랜들도 소홀히 하지 말고 또 그런 부분을 평가하겠다는 것 아닌가?
그런데 구성원들이 암묵적으로 공유하는 임기들이 자꾸 깨진다면, 실적부진을 이유로 수시로 리더들이 교체된다면, 과연 장기적인 플랜에 정성을 쏟을 현업의 리더들이 있을까? 언제 물러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당장의 성과에 연연하고 시행착오를 동반할 수밖에 없는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전격적인 인사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나온 “당장의 성과를 기대하지는 않겠다, (경쟁력의) 초석을 다지겠다”는 CEO의 다짐이 왠지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점점 자주, 갑작스럽고 황망하게 자리에서 물러나는 선배들의 모습을 보게 되면서, “아무리 간부의 운명이라지만, 회사가 구성원을 소모품으로 보는 것 같다”는 한 조합원의 푸념이 안타깝게 들린다. 구성원들에게 지금 주려고 하는 것이 긴장감인가, 불안감인가?
혁신은 리더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조직 개편을 하고, 과감한 인사를 하는 것이, 좋은 뜻으로 보면, 경영차원에서 여러 혁신 노력들을 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구성원들이 그 방향성에 공감하고 같이 갈 때 성공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인사를 포함 최근 경영진들의 행보에 구성원들과의 소통노력이 얼마나 있었는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8뉴스를 강화한다는 명분하에 보도본부 구성원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보도시사프로그램의 폐지 아이디어를 내는가 하면, ‘편성기능의 강화’라는 명분으로, 제작본부에서 파일럿을 기획 중이던 구성원들을 전격 편성으로 인사발령을 내서 제작본부 구성원들을 술렁이게 하고 있다. 앞으로 프로그램 기획은 편성이 주가 되어서 한다는 것인지, 제작본부와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궁금해 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그건 이렇다고 설명해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경영진이 단행하는 개별 혁신 아이디어들이 옳고 그른지 여부는 잠시 차치하고라도, 너무 혁신을 독점하고 구성원들을 변화시킬 대상으로만 간주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혁신은 경영진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지금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경쟁사의 주말프로그램 ‘아빠 어디가’는 담당 피디가 쉬면서 아이 데리고 놀러갔다가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좋은 아이디어와 그것을 실현시키는 좋은 프로세스, 소신 있는 보도 등, 창의적 컨텐츠를 만드는 현업종사자들도 중요한 혁신의 주체들이다.    
앞에서 이끌려고만 하지 말고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공감하는 리더십을 보고싶다.
작성일:2013-06-05 14:3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