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neling
: 지배주주가 자기지분이 적은 회사에서 자기지분이 많은 계열사로 부(富)를 이전 시키는 것
지난번 재허가 심사가 있었던 2010년, SBS 노사문제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가 바로 이 단어였다. Tunneling.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영난을 호소하며 구성원들에게 허리띠를 졸라맬 것을 요구하던 상황에서, SBS와 다른 계열사들의 이해할 수 없는 수익배분이 공개되었고 조합원들은 충격에 빠졌다.
SBS SBS 콘텐츠허브 SBS 플러스
2010년 당기순이익 37.5억 203억 184억
(금융감독원 공시 자료)
콘텐츠를 직접 만드는 당사자인 우리가 고통감내를 요구당하고 있을 때, 우리의 컨텐츠를 받아서 유통하고, 재전송하는 두 계열사에서만 열 배가 넘는 이익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 기형적인 구조에 대해 SBS 구성원들은 분노를 느끼며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강력히 항의했고, 그런 연장선에서 재허가 심사 때 방통위에서는 “(지상파인 SBS의) 경영안정성 제고를 위해 위원회에 제출한 수준이상으로 콘텐츠 판매수익 향상방안을 수립하여 제출할 것”을 재허가 권고사항으로 명시한 바 있다.
3년 뒤인 올 2013년. 일단 회사는 방통위의 권고사항을 충실히 이행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2010년 경 계열사들로부터 받는 콘텐츠 수익배분율이 평균 40%였던 것을 단계적으로 인상해서,
2011년은 44.37%, 2012년은 48%, 올 2013년도는 방통위원들에게 제출했던 목표인 50%를 상회할 것이라는 것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2010년도에 비해 200억원 정도를 더 받는 것이라고 기획실은 설명하고 있다.
일단 3년전에 비해 SBS가 콘텐츠에 대한 몫을 체계적으로 더 받게 된 것은 평가할 만 하다. 공교롭게도 바로 다음해인 2011년도에는 SBS가 580억 정도 좋은 경영성과를 내면서 터널링 문제는 자연스럽게 관심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그런데, 3년전 재허가 권고사항을 충실히 이행한 것으로 이제 모든 문제는 해결된 것일까?
최근 몇 년 SBS와 계열사들의 경영지표를 한 번 살펴보자. (금융감독원 공시자료)
당기순이익 2009년 2010년 2011 2012 2013 1/4분기
SBS 237억 37.5억 580억 289억 -49억 (상반기는 흑자예상)
SBS 콘텐츠허브 104억 203억 228억 217억 59억
SBS 플러스 152억 184억 159억 110억 13억
우선, SBS는 2011년을 제외하고는 200억원대 이상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비해, SBS 콘텐츠 허브는 2010년 이후 꾸준하게 200억원 대의 당기순이익을 내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콘텐츠 허브의 주요사업은 SBS 프로그램의 온라인 유통과 해외판권 사업이다. 단순하게 표현하면 SBS 콘텐츠의 유통업이다. 예전보다는 이익배분율을 높혔다고는 하나, 컨텐츠를 유통하는 회사가 콘텐츠를 직접 만드는 회사의 수익에 거의 육박하는,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상황. 과연 지금으로 만족할 수 있을까?
참고로 지상파의 광고시장은 점차 축소되는 경향인 반면, 디지털 콘텐츠사업의 2010년 -2013년 연평균 성장률은 8.1% 정도라고 한다. (한국 소프트웨어진흥원 발표)
우리가 즐겨 비교하는 MBC의 상황을 한 번 보자.
지주회사 아래 동일한 위상의 계열사인 SBS와 SBS콘텐츠 허브와는 달리 MBC는 자회사로 imbc를 두고 있는데, 해외판권 사업은 MBC본사가 직접하고, VOD서비스 등 온라인 사업만 imbc에 맡겨놓고 있다. 그 두 기업의 최근 몇 년 경영성과는 다음과 같다.
당기순이익 2010년 2011년 2012년
MBC 975억 1174억 800억
imbc 34억 47억 32억
(금융감독원 공시자료)
3년 평균하면 imbc의 수익규모가 MBC의 5%정도에도 못 미친다. 같은 기간 콘텐츠허브의 수익규모는 SBS의 70%를 넘는다.
콘텐츠를 직접 만드는 회사의 수익과 그것을 유통하는 회사의 수익으로 어느 쪽이 더 상식적인가?
재허가 준비상황을 점검하는 노사협의회 자리에서 노동조합은 SBS경영진에게, 앞으로 어느 정도까지 콘텐츠의 몫을 받으려고 하는지, 비전을 물어보았다.
경영진의 대답은 “일단 재허가 심사위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상대방(콘텐츠허브)이 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목표를 얘기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덧붙인 한마디.
“이 문제는 노조에서도 관심을 가져달라. 좋은 의견을 달라”
그렇다.
너무도 상식적이지 않았던 2010년보다는 분명히 나아졌지만, SBS의 구성원들이 만든 콘텐츠의 가치가 정당하게 다시 SBS의 몫으로 돌아와야 하는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그 문제는 경영진만의 문제가 아닌 노동조합의 문제이기도 하다.
어쩌면 계열사간 인사이동이 잦은 임원들보다 SBS의 노동조합이 더 문제점을 명확히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계열사체제는 과연 최선의 시스템인가?
국민의 전파를 이용해 만든 콘텐츠의 수익이, 지배주주의 이익이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혜택이 가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SBS의 콘텐츠 제값받기에 노동조합은 더욱더 세밀한 눈으로 지켜볼 것이다.
작성일:2013-07-05 11:4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