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는 아시는 대로 일정연령을 임금의 피크(peak, 최고점)로 두고 그 후로는 임금을 점차로 동결, 혹은 삭감하면서 대신 정년을 보장한다는 제도인데요, 회사가 이 제도를 들고 나온 이유는 새로 시행되는 이른바 “60세 정년 법” 때문입니다. 지난 4월 30일에 통과된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을 일명 “60세 정년법”이라고 부르는데, 그 전에는 권고조항으로 되어있던 ‘정년 60세’조항을 의무조항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법 조항(제 19조 1항)이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이니까 ‘60세 이상 정년법’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현재 58세 정년에서, 이 법이 시행되는 2016년 1월 1일부터는 60세 정년을 지켜야 하는데, “고액 급여자들의 임금이 2년간 추가로 들어가는 것이 부담”이라는 취지로 임금피크제를 제안해 온 것입니다.
Q. 조합에서 꼭 임금피크제를 논의해야 하는 것인가요?
원칙적으로 임금피크제는 조합원의 권익과 관련된 사안으로서 노사 합의 사항이고, 강제로 회사가 실시할 수는 없습니다. 단, 법 조항(제 19조의 2)을 보면 “사업주와 노동조합은 그 사업장의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해 놓았습니다. 인건비 증가에 대한 사업주 측의 불만을 의식해서 인지는 몰라도 노-사 양쪽에 정년연장 제도가 잘 정착되도록 논의하라는 의무를 지워준 셈입니다. 조합으로서는 회사가 내놓은 비용증가 등 경영상의 문제점은 면밀하게 검토하되, 조합원들의 권익을 최대한 보호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해 나갈 것입니다. 회사에서는 비용걱정을 하고 있지만, 큰 틀로 보면 고령화 시대를 맞아 고용부분에서 기업이 좀더 책임감을 가져야 하며 고령자들을 차별로부터 막자는 것이 법의 취지이기 때문입니다.
Q. 다른 회사는 어떻게 시행하고 있나요?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전국 100인 이상 사업장의 임금피크제 도입 비율은 2009년 9.2% 에서 2012년 16.3%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국민은행, 우리은행 같은 금융회사들이나 한국전력공사, 수자원공사 등 공기업, GS칼텍스, LG전자 등이 시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임금피크제의 유형은 크게 세 가지로 보는데,
1) 정년 연장형 : 정년을 연장하고 임금을 그 전부터 감액
2) 정년 보장형 : 기존 정년을 보장하되, 정년 전 시점부터 임금을 조정
3) 혼합형 : 임금 감액과 함께 정년 연장, 혹은 정년 이후 계약직 등으로 재고용
등으로 각 회사의 형편과 노사합의에 따라 임금 피크 시점, 감액율, 정년연장 여부 등이 다 제각각 입니다.
언론계에서는 MBC, YTN, 중앙일보, 한겨레신문 등에서 시행하고 있습니다. MBC는 2005년 최문순 사장 시절 도입했는데, 58세 정년이면 대략 55세부터 매년 3%, 4%, 5% 로 폭을 키워서 감액하는 방식이고, 한겨레신문은 고용연장형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예시한 상황들은 모두 ‘60세 정년 법’이 만들어지기 이전 상황이라 앞으로 어떻게 추가적인 변화가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Q. 회사는 연봉제도 시행하고, 임금피크제도 시행하자는 것인가요?
일단 논의테이블에는 기존에 의제이던 신입사원 연봉제와 차장급 이상으로 연봉제를 확대하는 방안과 임금피크제가 다 한꺼번에 올라와 있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회사는 다 시행하고 싶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세 안건 모두 조합원들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는 민감한 사안들이고,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경우 그 스트레스가 훨씬 더 할 것이라는 것은 너무나 명백한 사실입니다. 최악의 경우엔 연봉 차등으로 인한 감액 스트레스에 임금피크제에 의한 감액까지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니까요.
회사는 연봉제는 오랫동안 논의해 왔던 것이고, 임금피크제는 새로운 정년법 때문에 논의하는 것이라 결이 다른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받아들이는 조합원 입장에서는 어찌되었든 결코 유리하지 않은 제도가 동시에 제안되는 것입니다.
또 하나, 임금피크제는 기본적으로 호봉제, 즉 매년 일정금액의 임금이 자동적으로 올라가는 임금체계를 가지고 있는 회사에서 매년 누적되는 호봉상승이 부담스러울 경우 그 금액을 일률적으로 낮추면서 정년을 연장시키자는, 호봉제와 연동되는 개념의 제도인데 회사가 기본급을 차등하는 연봉제를 확대하자고 하면서 동시에 임금피크제를 제안한다는 것은 논리적인 모순점도 있습니다.
실례로 위에서 예를 든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모 기업의 경우도 호봉제인 생산직에서 적용되고 있지 연봉제가 많은 사무직에서는 적용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미 연봉제에서는 연봉차등으로 인해 정년을 다 못 채우는 경우도 있으니 임금피크제를 적용할 필요가 없었다는 겁니다.(물론 앞으로 이 기업도 ‘60세 정년법’에 따라 새로 제도정비를 해야 할 겁니다)
조합에서는 신입사원을 포함 기본급 차등을 핵심으로 하는 연봉제 도입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은 분명히 하고 있고, 새로 제안한 임금피크제는 회사의 구체적인 안이 나오면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신중하게 논의하고 조합원들의 의견을 구할 계획입니다.
작성일:2013-09-06 13:4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