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민씨가 SBS 인터넷 사장으로 발령이 났다. 거기에다 오는 17일 주주총횟에서는 SBS 비상임 이사로 선출될 계획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물의를 일으키고 물러난지 불과 1년여밖에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이런 소리를 들으면서 사원들은 '해도 너무한다'라는 생각과 합께,'앞으로 이 회사에서 살아남으려면 확실한 왕당파가 되는 길 뿐'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윤씨를 SBS로 재진입시키기 위해 회사 간부들이 노조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눈물겹고 피나는 노력들을 보면 사원들의 이런 우려가 기우는 아닌 것 같다. 회사의 노간부들은 벌써부터 젊은 차기 회장을 향해 '회장님,회장님, 우리 회장님'을 목놓아 외치는 것 같다. 월급쟁이의 비애는 어쩔 수 없는 것이던가?
윤석민씨가 1년여 전 SBS를 떠나기 전에도 윤씨와 친소 관계에 따라 외사에서의 역학 관계가 달라지고, 이른바 '4인방'으로 불리는 측근들이 회사를 좌지우지해 왔는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예전보다 더한 악몽이 되살아 날 조짐마저 보인다.
우리가 윤석민씨의 재진입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바로 이 때문이다. 윤씨가 윤세영 현 회장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직분과 상관없이 회사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윤씨를 중심으로 하는 사조직이 다시 회사의 중심에 자리잡게 될 경우, 회사는 사원들의 냉소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측근의 반열에 끼지 못한 사람들은 소외감과 박탈감을 느끼고 조직에 대한 결집력은 일시에 무너지고 말 것이다.
이와 함께 또 하나 우리가 우려하는 바는 대외 이미지의 하갈아다. 공영방송 중심적인 한국 사회에서 민영 방송은 상업성이라는 이유로 방송계의 비난과 질시를 한몸에 받아왔고, 한국방송의 질적 저하를 가져 온 주범으로 떄로는 억울한 매질을 감수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2세의 재입성은 예전과 같이 족벌 경영 논란으로 이어지고,SBS의 대외 신인도를 떨어뜨리는 주요한 동기로 작용할 것이다.
아울러 나이 어린 2세의 경영능력에 대해서도 우리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외국 명문대에서 경영 수업을 받은 것만으로 방송이라는 특수한 조직의 운영을 맡을 수 있는가? 지난 98년.IMF로 창사 이래 계속된 흑자가 한 해 적자로 돌아서자, 사원들을 부품처럼 내버리고 연봉을 반으로 깎으며 사원들에게만 고통을 강요했던 시기, 회사의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었던 사람이 윤석민 씨임을 우리는 잊지 않고 있다. 그런데 사원들이 어떻게 윤씨의 경영능력을 신뢰할 수 있는가?
우리는 회사가 21세기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변화를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회사 경영문제 만큼은 왜 이리도 전근대적인 방식인 족벌 체제를 유지하려고 하는가? 윤씨가 SBS에 재진입할 경우 위와 같은 문제점들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윤석민씨의 재진입을 결단코 반대한다. 그리고 먼저 회사측이 획책하고 있는 윤씨의 비사임이사 선출계획을 철화할 것을 엄중히 경고하는 바이다. 작성일:2000-03-14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