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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사갈무리] (이제는 바꾸자 3) '머슴론'에 물건너가는 애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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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본부
등록일
2000-03-14 01:00:00
조회수
1446
(이제는 바꾸자 3) '머슴론'에 물건너가는 애사심


편집자 주 - 노보 편집실에서는 새천년,SBS 10년을 맞아 바람직한 조직문화의 방향과 문제점을 짚어보는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우리 모두가 합께 느껴왔고 아파했던 것들, 지난 10년간 모두가 가슴속에만 묻어왔던 것들을 이제는 노보를 통해 공개적으로 제기하고자 합니다.
우리의 치부를 들어내는 것이 다소 망설여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어느 조직이든 문제점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문제점을 직시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있어야만 그 조직의 건강성과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SBS 조직 문화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자 합니다.
조합원 여러분은 물론이고 SBS에 몸담고 있는 모두의 허심탄회한 의견을 반영하고자 하오니 적극적인 참여 바랍니다.


유럽을 제패한 나폴레옹 군대의 힘은 바로 병사들의 '사기'에서 나왔다. 프랑스 병사들은 프랑스 혁명을 통해 체득한 민족주의와 불타는 애국심으로 무장된 시민계급의 군대였다. 자유, 평등, 박애라는성숙된 이념의 공기를 맛본 병사들은 농기구 대신 들고 나온 무기들을 무의식적으로 휘젓던 농노들의 군대와 질적으로 달랐다. 프랑스 군대의 뒤에는 자신들의 조국이 있었지만 농노들의 군대 뒤에는 전리품이나 챙겨가는 봉건군주나 귀족들이 버티고 있었다. 고양된 국민주권의식으로 무장된 나폴레옹의 군대는 영문도 모른 채 끌려나온 유럽연합군을 아우스테를리쯔 전투에서 완파했다.
반 토막 짜리 체구에 보잘것 없는 가문 출신이었던 나폴레옹은 역시 보잘것 없는 계급장을 단 졸병들에게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목숨걸고 전투를 치러도 표창장은 늘 장군이 받는 불합리를 체험한 병사들에게 황제의 관심은 사기 진작에 큰 도움이 되었다.
뛰어난 공격술과 병사들의 사기를 발판으로 전 유럽을 정복한 나폴레옹은 프랑스 혁명정신을 전파하고 정복민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졸병에게 애정 쏟은 나폴레옹

프랑스 혁명정신은 당시에 풍미하던 계몽사상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 가운데 루소의 인민주권설을 가장 돋보이는 사상이었다. 주권은 인민(국민)에게 있고 정부는 단순히 인미의 주권을 행사하는 일만 한다는 것이 인민주권설의 골자였다. 지금 보기에는 극히 상식적인 말이지만, 주권은 왕에게 있고 그것은 신이 부여한 권리라는 왕권신수설의 틀을 깨는 당시로서는 과격한 주장이었다.

SBS의 주인은 누구인가?

SBS는 주인 잇는 방송이라고 한다. 그러면 누가 주인인가? 어떤 간부는 대주주가 바로 주인이며 주인있는 방송은 공영방송과는 달라야 한다고 역설했다고 한다. 대주주의 눈에 띄어 출세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기업은 자본과 노동의 결합으로 구성된다. 노동의 힘만을 과신했을 때는 사회주의 체제에서 보이는 모순이 발생한다.
그러나 자본가의 논리만 추구할 때도 엄청난 사회문제가 대두된다는 것은 역사적 교훈이다. 특히 현대 산업사회에서는 기업의 이익을 노동자들에게 균등히 배분하고 아울러 주인으로서의 책임의식도 부담시켜야만 생산력이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우리사주제도를 도입해 기업의 일정지분을 사원들에게 양도하거나 스톡옵션이라는 보다 진전된 시스템으로 구성원들의 동기유발을 자극하기도 한다.

다시 태어나면 SBS에 안온다?

지난해 한 방송단체에서 방송 3사 현업 PD들에게 설문조사를 하면서 다시 태어나도 현재의 방송사에 다시 입사하겠는가? 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현실에 대한 다소간의 불만을 인정하더라도 타사와 비교할 때 SBS조지구언들의 회사에 대한 애사심은 너무 형편없는 결과가 나왔다. 그 내용을 안 경영진이 개탄했다고 한다.

'주인 있는' 방송과 애사심

안됐지만 그게 현실이다. 주인있는 방송이라며 내가 주인이고 너희들은 머슴이라고 외치는 이상 애사심은 물 건너 간다. 돈 몇 푼 더 준다고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생기는 건 아니다. 멸사봉공을 부르짖으며 일하는 척 해본들 말짱 도루묵이다. 요즘처럼 약은 세상에 내 것 아닌데 누가 그렇게 목 내놓고 일할 것인가?
그렇다고 주식의 51%를 사원들에게 양도하라는 건 아니다. 사원들을 주인처럼 대접해 달라는 얘기다.
사원들이 하는 일에 비해 봉급을 너무 많이 받는다고 생각지 말고 받는 봉급에 비해 일을 너무 많이 한다고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아량도 있는 사람이 베푸는 것이다.
방송환경이 바뀌면서 방송계의 새 판짜기가 시작됐다. 불타는 애사심으로 무장된 사기충천한 사원들이 있다면 유럽대륙은 아니더라도 동아시아 방송계 정도는 평정할 수 있을 것이다. 200년전 나폴레옹의 전과를 우리라고 못 올리겠는가?
작성일:2000-03-14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