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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뉴스와 비교되는 서글픈 현실”
뉴스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 어떤 때는 ‘정직한 전달자’로서의 역할이 강조되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비판적 감시자’의 역할이 중요한 책무로 제시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사회적 요구들이 합을 이뤄 뉴스에 대한 ‘평가’와 ‘판단’을 만들어낸다.
최근 SBS 뉴스에 대한 평가는 다소 흔들리고 있는 것 같다. 이명박 정부 이후 인적 장악과 물리적 압박으로 공영방송의 보도 퇴행이 계속되며 상대적으로 제 자리를 지킨 SBS 뉴스에 대한 평가가 좋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의 주요 사건과 이슈에 있어 SBS뉴스는 공영방송 뉴스에 비해 나은 경향성을 전혀 발견할 수 없다. 국가 권력 기관의 정치 선거 개입 의혹이라는 희대의 사건을 대하는 SBS 뉴스 보도는 그나마 상대적으로 유지해왔던 좋은 포지셔닝에서 ‘후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 18일 윤석열 팀장이 수사에서 배제된 이후 지금껏 SBS의 보도는 ‘검찰 내부의 갈등’을 강조하는 항명 프레임과 문제를 ‘여야 간의 공방’으로 묘사하는 엇갈린 반응 이상의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가 기관 정치 개입 의혹에 대해 시청자들은 여야 지지성향을 떠나 조직적인 활동과 역시 조직적인 은폐의 과정이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상황에서 과연 실체적 진실은 무엇인가에 대한 속 시원한 해답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SBS 뉴스는 이런 진실 탐구 자체가 권력에 불리하고 권력과의 관계에 부담이 된다고 판단한 것인지 최소한의 보도 밖으로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SBS가 두 공영방송 뉴스와 함께 이런 축소의 카르텔에서 문제를 함구할 때, 오히려 상대적으로 치고 나간 것은 ‘2류 방송’이라고 평가되던 종합편성채널의 JTBC 뉴스였다. 손석희 앵커 등장 이후 JTBC 뉴스의 변화는 긴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방송가 안팎에 매우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런 반응은 결국 확 달라진 뉴스의 변모로 뒷받침되는 것인데, 뉴스의 형식뿐만 아니라 내용에서도 JTBC 뉴스는 괄목할 만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윤석열 팀장이 교체된 시점을 기준으로 지상파 방송 뉴스들이 국정원 관련 이슈에 최대 2꼭지 이상을 할애하지 않고, 헤드라인 편성조차 삼가는 모습을 보인 반면 JTBC는 몇 차례 단독 보도를 내는가 하면 사안을 꾸준히 헤드라인에 편성해 왔다.
‘정직한 전달자’와 ‘비판적 감시자’는 얼핏 다른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동전의 앞뒤 면이다. ‘정직한 전달’을 위해서는 사실에 대한 입체적인 취재가 필수적이고, ‘비판적 감시’는 정확한 사실 판단에 냉정한 해설을 보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SBS 뉴스가 이런 선순환적 보도 흐름을 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소극적 취재 속에 사실을 조금이라도 초과하는 발언은 곧 정치적 태도로 규정하는 검열이 만연한 악순환적 흐름인지 냉정히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분명한 점은 최근 SBS 뉴스가 사회적 요구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하고, 애써 확립했던 상대적 우위의 ‘경향성’마저 도로 내려놓는 상황으로 후퇴하고 있다는 점이다. 종편 뉴스와 지상파 뉴스를 비교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매우 초라하고 서글픈 ‘역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