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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클리핑] 어설프거나 비열하거나 음모론 부추기는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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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본부
등록일
2013-11-27 11:35:16
조회수
1067
어설프거나 비열하거나 음모론 부추기는 인사

너무 민감한(?) 자회사 동료들?
“이게 뭐지?” SBS 본사 조합원 A씨는 ERP에서 특이한 인사발령을 보았다.
스물 일곱 명의 낯익은 이름들이 ‘신규채용’ 된 것이다. 종편 편집실의 편집감독들과 아트텍, 뉴스텍의 몇몇 동료들이 본사로 소속을 바꿨다. 하던 일이 달라졌나? 글쎄.. 종편 일은 똑같이 한단다. 임금도, 처우도 똑같다. 음..그럼 왜 본사로 옮긴 거지? 주변에 물어봐도 잘 모른다. 물어 물어 보니 QC, (퀄리티 컨트롤)라는 것을 위해서라는데, 그게 뭔지 아는 사람들은 없다. 자고로 ‘인사(人事)는 메시지’라고 했는데, A씨와 본사동료들은 어리둥절하다.
그러나 어리둥절한 본사 동료들과 달리 자회사 동료들에겐 ‘충격적인 메시지’였다. 일이 손에 안 잡히고 곳곳에서 분노와 원망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피케팅이 시작되었다. “분열조장, 원칙 없는 전적 인사 규탄한다.” 음…그렇군 남아있는 사람들은 좀 서운하군. 그래도 어쨌든 다 똑같이 동등대우 한다는데 뭐 이렇게까지 민감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나?  A씨는 궁금증은 잘 풀리지 않았다.

어설픈 것인가, 치사한 것인가
A씨와 같은 본사 조합원들은 그러나 곧 자회사 동료들이 왜 이렇게 불안해하는지 알게 된다. 자회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 실시, 그리고 자회사 능력급직 신입사원의 임금 삭감 소식이 연이어 들려왔기 때문이다.
자회사를 압박하더니, 이제 시나리오가 보인다.
1) 일부 부서를 본사로 전적시킨다.(그리고 2차, 3차도 있을 것이라고 흘린다)
2) 조직이 술렁거릴 때 희망퇴직을 실시한다.(본사로 못 갈 것 같은 사람들은 불안하다)
3) 신입사원 임금, 그것도 상대적으로 적게 받고 있는 능력급직 임금을 삭감한다.(너희들은 지금 너무 많이 받고 있다는 메시지다)
4) 노조와의 협의는 건성으로 하거나 무시한다.  
이렇게 보고 나니, ‘자회사 죽이기’를 너무 대놓고 하는 것 아닌가 싶다.
바로 얼마 전까지 임금피크제 협상을 진행하면서, 미래를 위해 노사가 서로 진심을 가지고 상생하자고 말했던 회사측이, 대의원대회에서 ‘임금피크제 속도조절’ 여론이 나오기가 무섭게, 노조를 무시하고 노골적인 공격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뒤통수 때리기이고, 시나리오 치고는 아주 조악하다.
그런데, 회사의 반응이 요상하다. 먼저, 전적 인사를 단행한 본사 경영지원본부는 이른 바 ’QC, 즉, 품질관리’를 위한 인사일 뿐, 자회사 죽이기 와는 무관하다고 항변한다. 자회사 신입사원 임금삭감은 자신들도 내용을 몰랐다고 손을 내젓는다. 정말일까? 다음은 자회사 경영진. 이렇게 사람을 빼가면 자회사 경쟁력은 어떻게 되겠냐고 본사 경영지원본부에 언성을 높였다던 자회사 경영진은, 정작 앞으로 회사를 이끌 신입사원들의 임금은 삭감을 했다. 노조에게 숨기면서까지. 그리고는 본사 기획실에서 더 깎으라는 것을 10% 수준으로 지켰다고 생색을 낸다. 그럼 본사 기획실은? ‘자회사 경영은 자회사 경영진이 알아서 하는 것이다. 단 우리는 용역비 계산할 때 인건비를 시장가격에 준해서 줄 것’이란다.(그 얘기가 그 얘기 아닌가?) ‘전적 인사’ 문제는 자신들도 통보 받았을 뿐 자세한 것은 모른단다..
요컨대, 이 말이 다 사실이라고 가정하면, 하나의 시나리오에 의해서가 아니라 사측의 각 부문에서 개별적으로 벌인 공세들이 하늘에서 떨어진 개연성과 만나 시너지(?)효과를 내면서 노사관계를 악화시켰다는 말이다. 아주 어설펐든지, 아니면 비열하든지.. 어찌되었건 결론은 노사관계의 커다란 퇴보다.

의자놀이가 시작되었다.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위기가 왔다고 치자. 두 가지 옵션이 있다.
하나는 동료 중 일부를 희생하고 살아남는 것.  IMF때 겪었던 구조조정 같은 것이다. 우리 중 일부는 불필요하다고, 혹은 경쟁력이 약하다고 공격하고, 동료의 의자를 빼앗는다. 그리고 대신 내가 살아남는다. 일단은.
다른 하나는 다 같이 고통을 분담하고 최대한 함께 가는 것이다. 의자를 빼앗는 대신 동료의 무릎에 걸터 앉더라도 서로 격려해가는 방식이다.
회사는 첫 번째 방식으로 가려고 한다. 계속 약한 자를 찾고 분열시킨다. ‘본사가 살려면 자회사를 그냥 둬선 안 된다.’, ‘기존 직원 안 건드리려면 신입사원 임금을 줄여야 한다’. 이 방식의 문제점은 끝이 없다는 점이다. 한 번 나 아닌 누군가의 의자를 치웠다고 안심할 수 없다. 언제 내 차례가 될 지 모르기 때문이다. 자회사 신입사원 임금이 삭감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가? ‘시장 가격’으로 임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 회사의 생각인데, 내 시장가격에 대해서 자신 있게 대응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시장가격’ 논리의 끝은 개별 연봉제다. 각 부문의 개인별 가격을 회사가 책정하는 것이다. 이것은 실제로 10년 넘게 회사가 시도해온 것이다. 정말 위기가 왔을 때 이 제도가 우리를 지켜줄 수 있는가? 약한 고리가 당장은 자회사, 신입사원이지만, 이들이 없어지면 그 다음은 누구일까?
노동조합은 두 번째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믿는다.
정말 위기가 와서 무언가를 희생해야 한다고 하더라도 회사가 마음대로 칼을 휘둘러서는 안된다. 모두가 조금씩 고통을 분담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위기를 헤쳐나가야 하고 그것은 노동조합이 중심에 서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지금은 미래가 불안하긴 해도 본격적인 위기는 아니다. 누가 아직 피를 흘린 것도 아니다. 그러나 지금 그 방식을 올바르게 해놓지 않으면 나중에 돌이키기는 더 어렵다.
이번 싸움, 그래서 중요하다.
작성일:2013-11-27 11:3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