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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모 신임 사장이 지난 2일 취임식을 갖고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인사가 발표된 지난 11월 28일 곧바로 성명서를 내고 사장 선임에 대한 조합의 실망과 우려를 나타냈다. 이 신임 사장이 현재 산적한 노사 현안을 원만히 해결하고, 날로 위협받고 있는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지켜낼 수 있는 적임자인지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지난 2010년 방송지원본부장으로 있을 당시 노조 집행부 교체시기를 틈타 부장급 이상 간부 사원과 신입사원, 경력사원을 대상으로 연봉제를 기습 강행한 전력이 있다. ‘전 사원 연봉제’라는 사측의 오랜 염원을 이루기 위해 총대를 메고 무리수를 뒀던 장본인인 셈이다. 또 지난 2011년 보도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겨서는 기자협회 차원의 불신임 투표 대상이 되기도 했다. 노조 전임자가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것에 대해 “조합 활동을 어떻게 했느냐가 중요하다. 오너십을 부정하면 같이 할 수 없는 것 아닌가”라며 노조 탄압을 정당화하는 발언을 한 것이 단초가 되었다.
지금 노사 관계는 어느 때보다 경색돼 있다. 사측이 노조와의 협의나 최소한의 통보 절차조차 없이 민감한 현안을 막무가내 식으로 강행했기 때문이다. 자회사 ‘빼가기 인사’로 아트텍과 뉴스텍 조합원들의 불안을 극대화하고 경쟁력 보다는 퇴직 인원 확보에만 방점이 찍힌 일방적인 희망퇴직제를 강행했다. 조직의 미래를 결정짓는 신입사원의 초임을 몰래 깎아 놓고도 이를 은폐하는 도를 넘는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조합의 권리를 존중한다는 단체협약의 기본 원칙이 훼손된 것은 물론이다. 노조를 경시하는 사측의 행태로 인해 노조는 2년 만에 다시 로비 농성을 시작했고 수십 명의 조합원들이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피케팅 시위로 항의와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 대해 이 신임 사장의 인식은 아직 심각해 보이지 않는다. 취임사에서도 지상파 방송의 위기와 경쟁력 강화에 대한 주문은 있었지만 경쟁력의 발판이 되는 노사 관계 회복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 신임 사장으로서 소통과 화합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선언적인 발언이 그나마 기대를 가져 볼 수 있는 유일한 대목이다. 취임 당일 오후 노동조합 사무실을 찾아 노조 집행부와 상견례를 하는 자리에서도 자회사 문제 등 현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꺼렸다.
한편에서는 이 사장이 SBS 본사에서 제작과 보도 부문을 모두 거치고 노사 담당 임원과 자회사 사장까지 지낸 만큼 자회사 문제를 포함한 노사 관계 현안을 오히려 더 잘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이 신임 사장이 보여 온 언행을 볼 때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 우리가 처한 방송 환경의 커다란 위기 속에서 우리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안정적인 노사 관계는 필수적일 것이다. 지금처럼 노조를 배제한 일방통행 식 독주로 내부 갈등을 키울 것인지, 노조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구성원들의 힘을 모을 것인지, 전 조합원은 신임 사장의 행보를 예의 주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