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임금협상이 지지부진한 채로 결국 해를 넘겼다. 노조가 기존 입장에서 한 발 양보하는 안을 일찌감치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여전히 처음 입장을 고수하며 전혀 움직이지 않으면서 오히려 협상의 책임을 노조에게 떠넘기려는 듯한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SBS 노사는 지난 해 12월 30일 남상석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장과 이웅모 SBS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13년 임금협상 1차 본 협상’을 열었다. 네 차례 진행된 실무협상에서 양쪽의 기본급 인상안의 차이를 좀처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조는 4차 실무협상에서 기존에 제시했던 ‘기본급 9.9% 인상’에서 ‘7%대 인상’으로 인상폭을 하향 조정해 제시한 바 있다. 사측이 강조해 온 2014년 경영 악화 상황을 일정 부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노조의 새로운 안에 맞춰 본 협상에서 수정안을 제시하기로 했던 사측은 예상과 달리 그동안 줄곧 주장해 온 ‘1%대 인상’을 또다시 반복했다. 사측은 2014년 광고 시장의 축소와 매출액 감소 등으로 인해 적자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긴축 경영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1%대 이상으로는 기본급을 인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올 한해의 경영 상황이 어려울 것이라는 위기론을 들먹이며 노조의 나머지 요구 사항을 모두 묵살하고 있다. ‘능력급직 처우 개선’, ‘식대와 업무 추진비 인상’, ‘질병 상해 보험 대상 부모까지 확대’, ‘장기근속연수비용 인상’ 등에 대해서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능력급직은 이미 처우 개선이 상당 부분 이뤄졌다는 이유를, 나머지 조건들은 ‘사실상 임금 인상과 마찬가지인 셈인데 회사가 여력이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2013년도 임금협상은 2013년도 영업이익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앞으로 닥칠지도 모르는 미래의 위기 상황만 강조하고 있는 형국이다. 사측이 밝힌 2013년 경영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3분기까지 집계된 영업이익은 약 178억 원이다. 4분기 이익까지까지 합치면 그 규모는 훨씬 더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 안대로 기본급을 1% 인상한다면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약 10억 원에서 15억 원이라고 한다(사측 추정). 백 번 양보해서 지난 해 영업이익을 178억 원으로만 잡더라도 이 중에서 고작 5~8% 정도만 사원들에게 돌려주겠다는 것이 회사의 주장이다. 기본급 뿐 아니라 노조가 제시한 ‘보험 적용 확대(부모까지)’의 경우 직원들의 사기 진작과 복지에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추가 비용 2억 원이 든다는 이유 때문에 거부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조합원은 “앞으로 회사가 어려워질 테니 임금을 미리 줄이겠다면, 거꾸로 경영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예측됐을 때 회사가 미리 임금을 올려 준 적이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사측은 이렇게 경직된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임금협상을 조속히 매듭짓자고 나서고 있다. 매년 자회사 용역비가 임금협상과 묶여 처리되어 온 관행을 의식한 듯 “용역비 문제는 임금협상의 대상이 되지 않으므로 별도로 다루자”고 주장하고 있다.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책임을 ‘용역비 투쟁’을 벌이고 있는 노조에게 돌리려는 듯한 발언이다. 그러나 임금협상이 순탄치 않은 것은 기본급 1%대에서 한발도 양보하지 않는 사측의 경직된 입장에 기인한 바가 크다. 또한 자회사 용역비는 대부분 자회사 직원들의 임금으로 연결되고 있기 때문에 임금협상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수 없다는 사측의 논리에도 동의할 수 없다.
노조는 이번 본 협상에서 사측이 한 달 넘게 계속 비현실적인 협상안을 고집하면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또한 최근 5년 동안 물가상승률이 평균 3.34%인데 비해 SBS의 지난 5년간 임금인상률은 2.2%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사측이 제시한 1%대 인상안은 사실상 임금삭감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SBS가 지금의 위치까지 올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동력은 바로 직원들의 땀방울이었다. 사측이 구성원들의 노동의 가치를 진정으로 인정하고 있다면 창사 이래 끊임없이 반복되는 ‘위기론’에만 더 이상 기대지 말고 구성원들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수정안을 조속히 제시해 협상에 성실히 임해야 할 것이다.
작성일:2014-01-09 16:0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