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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역비 삭감 무엇이 문제인가!
케이블 제외하고 산정하면 최소 지난해 수준은 지급해야
용역비라는 괴물이 등장한 것은 물론 분사되면서 부터다. 한 10년 별 탈 없이 흘러왔으나 대략 2010년부터 자회사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용역비가 등장하게 된다. 분위기는 이렇다. “뉴스텍/아트텍이 자회사임에도 임금구조가 시장가격(?)보다도 높고 게다가 총 용역비의 3%라는 이윤까지 보장해주니 유보금도 많고 배당도 하고 너무 쉽게 잘나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분사 당시 동등대우, 3% 이윤 등의 조건은 본사가 스스로 약속한 것이었다. 사측은 당시 ‘3년이 지나도 자회사 자립이 여의치 않으면 무조건 본사로 복귀 시킨다’고도 약속했지만 15년이 지난 지금 자회사를 독립 경영 자체가 안 되는 회사라고 인정하고도 복귀는커녕 용역비를 통해서 자회사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스스로의 필요에 따라 자회사로 분사했다가 시간이 지나 딴 소리하는 꼴이다.
사측 ‘시장가격’ 내세워 용역비
73%(2010년 대비)로 일방 삭감
용역비 삭감의 억지 근거에는 시장가격이라는 것이 있다. 자회사 임금을 지난 2010년 당시 대비 73% 수준으로 낮추겠다며 그동안 자회사를 쥐어 짜 왔다. 이러한 수치는 뉴스텍/아트텍 인건비 총액을 지상파/자회사군과 케이블/보도사업자군과 비교한 결과 나온 것이다. 지상파/자회사군은 MBC, MBC 미술센터, MBC C&I와 KBS, KBS 아트비전, KBS 미디어텍을 말하고, 케이블/보도사업자군은 YTN과 MBN을 지칭한다. 인건비 비교의 근거가 되는 각사의 임금 데이터의 정확성도 신뢰하기 힘들지만 그 데이터를 모두 믿는다고 가정하더라도 지상파의 핵심 제작 업무를 함께 수행하는 뉴스텍/아트텍과 M/K의 보조업무를 수행하는 자회사와 단순비교 했다는 점, 각사 직원들의 인원수와 밀접하게 연관된 시간외 근무, 노동 강도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점, 심지어 YTN/MBN과 비교한 점 등은 그 결과치의 신뢰정도를 떠나 우리 조합원들의 자존심을 짓밟는 처사이다.
케이블까지 끼워 넣어 ‘시장가격’ 산출
회사가 말하는 용역시장 조사결과는 이렇게 산출되었다. ‘미술, 기술, CAM’ 이렇게 단순 3가지로 구분해서 뉴스텍/아트텍의 총 인건비와 비교회사의 인건비 자료를 비교했다. 비교 대상이 본사인지, 자회사인지 구분도 따로 없다. 회사 주장에 따르면 2010년 뉴스텍/아트텍 미술 파트의 인건비를 기준으로 M은 63%, K는 62%이며 기술은 M이 96% K가 86%, CAM은 M 92%, K 77%로 각 분야를 합쳐 보면 우리 자회사에 비해 M은 85%, K는 78%의 임금을 받는다고 한다. 즉 뉴스텍/아트텍이 MBC/자회사군보다 15%, KBS/자회사군보다는 22% 더 높은 임금구조라는 것이다.
YTN과 MBN 같은 케이블과 임금을 비교한 것은 언급하기 민망할 정도로 비상식적인 행위다. 사측도 지난 4분기 노사협의회에서 이에 대한 노조의 문제제기를 일정 부분 수용한 바 있다. 케이블을 제외하면 사측이 말하는 시장가격은 2010년 뉴스텍/아트텍 임금 수준의 85%정도이며 그렇다면 이미 연속 삭감으로 인해 지난해 사측의 목표가 달성된 셈이다. 따라서 사측의 계획을 수용한다 하더라도 이번 용역비를 지난해보다 더 깎을 명분은 없는 것이다. 또 매년 정년퇴직자 발생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 2~3년 안에 임금 수준은 2010년 대비 85%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 오히려 경쟁력 저하를 고민하며 고급인력 충원이라는 과제에 직면할 상황에 놓여 있다.
적은 인원, 높은 노동 강도는 고려 안 해
… 임금 총액 타사보다 더 낮아
사측의 시장가격 분석 자료의 허점은 또 있다. 지상파만 놓고 볼 때 각 사 마다 다른 인력 현황을 대입해 보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예를 들어 뉴스텍의 ‘영상취재팀’을 우리와 상황이 가장 비슷한 MBC와 비교해 보자, 자회사 중에서 상대적으로 호봉직 비율이 가장 높은 부서임에도 우리는 총원이 60명인 것에 비해 MBC는 80명으로 큰 차이가 난다. 1인당 임금이 아닌 인건비 총액의 개념으로 비교해 보면 MBC가 SBS뉴스텍에 비해 오히려 23% 더 높은 금액을 받고 있다. 회사로서는 MBC보다 더 적은 돈을 지급하고 MBC와 같은 양의 뉴스 업무를 맡기고 있는 것이다. SBS 자회사의 1인당 노동 강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은 것은 물론이다. (아래 표 참고)
사측이 이렇게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내린 결론은 뉴스텍/아트텍의 용역비를 직종 불문하고 싸잡아 73%로 깎고 보자는 것이다. 이미 지난해 85%이하까지 삭감되었다고 한다. 삭감한 뒤 조금 보전해 주는 식의 전략을 펼치다 보니 작년 처음으로 아트텍이 17억 적자를 봤고 뉴스텍은 용역비 15억을 덜 지급한 것을 외부사업수익으로 메워 6천만 원 흑자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번에 사측 목표치인 73%를 달성하려면 대폭 삭감이 불가피하다. 뉴스텍/아트텍 각각 40~50억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측은 만약 적자 발생으로 큰 반발이 예상되거나 자회사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일단 삭감한 뒤 다시 조금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적자폭이나 반발의 정도를 조정해 왔다. 문제는 한두 해 적자로 끝나면 그동안 자회사에 쌓아둔 유보금으로 급여를 지급하고 앞으로 잘하면 된다지만 앞으로 회사는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정한 목표치대로 계속 삭감 지급한다는 것이다. 아트텍은 작년 적자로 인한 급여 보전과 희망퇴직 등으로 유보금 50억 정도를 사용하면서 가용 유보금이 바닥난 상태다. 뉴스텍도 가용 유보금이 70억 원 정도 되지만 사측 계획대로 용역비를 깎아 40억 원 정도 적자가 발생하고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2년도 버티기 힘든 절박한 상황에 처해있다.
불합리한 기준 개선 없으면
자회사 회생 불가능
73%라는 불합리한 시장가격을 맞추기 위해 자회사에는 매년 적자가 발생하고 그것이 누적되면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의 칼날이 들어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럼 어떻게 하면 소위 ‘용역비’를 본사로부터 정상적으로 받아낼 수 있는 것일까? 본사에 물어보면 돌아오는 답은 항상 똑 같다. “자회사 노사가 잘해서 73%를 받아도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는 회사로 거듭나면 된다”고. 그 비법은 무엇인지 당연히 본사도 모른다. 자회사 경영진도 모른다. 기존 직원 임금 손 안대고 삭감된 용역비를 가지고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어 보인다.
재작년에 7명, 작년에 27명 본사로의 빼가기 전적 등 주요 업무종사자를 본사로 빼가는 작업에 대해 사측은 필요하면 언제든지 또 같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빼가기 전적은 역설적으로 자회사에 있는 여러 직종이 본사와 같은 임금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본사 스스로 방증하고 있다.
지난해 용역비 삭감 후 전임 우원길 사장은 용역비 보장을 약속했다. 사장이 바뀌었다고 뒤집을 수 있는 약속이 아닌 회사를 대표해서 한 약속이었다. 이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또한 사측 스스로 시장가격 조사에서 케이블 등을 끼워 넣은 것이 문제라는 점을 일부 인정했듯이 최소한 지난해 수준의 용역비는 지급해야 한다. 조합원들은 이제 내부 갈등을 끝내고 제작역량을 끌어 올리는 일에만 ‘올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