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SBS를 포함한 지상파들은 12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을 전후해
경제민주화 공약과 관련한 뉴스를 앞다퉈 쏟아냈다.
박대통령이 대기업에 집중된 경제 구조를 개혁하는 동시에 서민복지정책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였다.
지난해 초 8뉴스는 '착한성장'이라는 주제의 시리즈를 통해 '중소기업의 성장' '사회적 기업과 공동체 경제'등 대기업의 독과점 폐해를 막기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새 정부의 경제민주화 관련 방안 등을 집중적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9일 박대통령이 그룹 총수들과 만나 "대기업도 경제 민주화에 동참해달라"는 의견을 전한 소식을 마지막으로 8뉴스는 '경제민주화' 관련 뉴스를 더이상 다루지 않았고 신년이 되면서 뉴스는 기업의 활동을 방해하는 이른바 '대못 규제 철폐'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대통령의 화두가 '규제개혁'으로 바뀌니 다른 방송들처럼 여기에 따라나서는 것은 스스로 SBS 뉴스 시청자에게 정반대의 논리 행태를 보인 것이다.
규제를 중시했던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불가피한 변화가 있었다면 그 변화의 이유와 문제점을 뉴스를 통해 먼저 짚어내는 것이 순서다.
그리고 현재 시행되고 있는 규제들에 어떤 문제가 있는 지 엄밀하게 입증된 근거자료를 제시하여 보도하는 것이 우선이다.
하지만 8뉴스는 '우리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한 모습으로 정부의 '규제개혁 끝장 토론회'를 중계하고 누구보다 발빠르게 '규제개혁 시리즈'까지 내놓으며 정부의 목소리만 그대로 뒷받침하고 있는 모습이다.
경제민주화 조치는 어떻게 진행됐으며 어떤 결과물을 낳았는지, 규제 개혁에 대한 반대하는 목소리는 어떤 연유로 나오고 있는 지가 생략된 채 갑작스런 '규제개혁' 드라이브에 휩쓸려 가는 듯한 SBS뉴스는 정권 감시기능이 결여된 모습으로 시청자에 신뢰 대신 혼란만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봐야 한다.
이런 보도와 관련해 급기야 지난 3월25일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SBS 목동 사옥 앞에서 "SBS가 자본에 취약한 구조를 그대로 드러냈다"며 비판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더불어 최근 SBS의 청와대 관련 보도 역시 다른 지상파 뉴스처럼 조금씩 균형감각의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재외공관장들과 만찬 자리에서 나온 대통령의 통일 방식 이야기는 전혀 새롭지 않은 내용임에도 8뉴스 최상단을 차지한 것처럼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살을 붙이는 식의 기사가 거의 매일 큐시트 상단에 위치하고 있다.
그저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로 뉴스에서 큰 비중을 갖고 다른 판단은 배제되고 있는 것이다.
갑작스런 편성 변화로 이루어진 지난달 28일 박대통령의 독일 드레스덴 공대 연설 역시 이같은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 예다.
SBS는 당초 녹화중계를 생중계로 전환하면서 정권에 과잉충성 논란을 빚었다.
앞서 지난달 20일 낮 청와대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를 생중계한데 이어 24일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핵안보정상회의 개회식 연설 생중계가 길어져 힐링캠프를 결방시킨 뒤였다.
당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힐링캠프 예고를 꾸준히 내보내다가 연설 생중계 지연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방송을 취소한 것은 시청자와의 약속을 한순간에 저버리는 동시에 정권의 입김에 흔들리는 SBS의 이미지를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누구보다 공정해야할 SBS의 이런 모습이 반복될 수록 뉴스 시청자 뿐 아니라 SBS를 언론사로 바라보는 많은 국민들이 결국 등을 돌리는 상황이 올 수 있음을 반드시 인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