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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와 SBS뉴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대중들의 언론에 대한 시각은 비판을 넘어 분노로 표출되었다. 정부의 부실한 초기 대응에 대해 비판적 보도는 고사하고 사실 전달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내의 대표적인 공영방송이라는 KBS와 MBC는 오보는 물론이고 정부의 입장만 앵무새처럼 전달했다. SBS의 뉴스는 선방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는 지극히 상대적인 평가다.
두 공영방송사의 보도는 상식 이하였고, 그 바닥을 여실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더 이상 두 공영방송사의 보도와 SBS의 보도를 비교하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SBS의 뉴스에서 반성이 필요한 지점은 분명 존재한다.
첫째, 원론적인 측면에서 재난보도의 보도원칙을 준수했는가에 대한 반성이다. 일단 재난보도지침이 존재하는가도 의문이다. 존재하지 않더라도 상식적으로 재난보도의 대 원칙은 ‘피해자 중심’의 보도를 해야 한다는 것에 이견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고 첫날인 16일 SBS의 보도에서는 이에 부합하지 않는 일부 문제점이 나타났다. 피해생존자 중 청소년 인터뷰, 피해자 가족의 오열장면 근접 촬영, 피해가족 인터뷰 등 특히 사망자 안치를 전하는 보도에서는 모자이크 처리되었지만 영안실 앞에서 오열하는 피해자 부모를 촬영하여 내보냈고, 진도행 버스에 오른 학부모를 인터뷰 한 화면을 학생 및 피해부모 실명을 명기하여 그대로 내보냈다.
이는 피해자와 가족의 명예, 심리적 안정의 보호에 어긋나는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일부 보도에서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의 얼굴이 드러나지 않도록 모자이크하였으나 또 다른 보도에서는 모자이크 처리하지 않는 등 일관성 없이 적용되기도 했다.
둘째, 반복된 내용이 과도하게 지속되었다. 사건이 발생한 후, 타 방송사와 마찬가지로 SBS 뉴스도 특보체제로 전환하며 일정기간 동안 거의 하루 종일 뉴스가 방영되었다.
그러나 메인뉴스인 <8뉴스> 뿐만 아니라 특보에서도 동일한 영상과 중복된 내용들이 너무 많이 반복되고 있었다.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수많은 뉴스가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게다가 지상파 3사가 모두 이러한 방식으로 뉴스를 쏟아내는 상황에서, 동일한 내용의 과다한 반복은 재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특히 메인뉴스의 경우에는 수많은 뉴스들을 좀 더 체계화하고 정리된 보도를 수행할 필요가 있겠다.
셋째, 희생자와 유가족, 구조 수색에 비중을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여전히 수색작업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 보도 내용들이 점차 구조에 대한 뉴스에서 추모 및 사건원인과 관련된 단편적 접근 및 청해진해운 관련자에 대한 '몰아가기식 보도'로 양상이 바뀌어 가고 있다. 보다 정밀하게 구조상황에 대한 보도가 있어야 하며, 여기서 나타나는 각종 문제점들을 지적해야 할 것이다. 또한 희생자 유가족과 남아있는 실종자 가족들의 소식을 전달하고 그들의 편에서 마지막까지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한다.
넷째, 정부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가해졌는가에 대한 반성이다. 이번 사건의 발생에 있어서 직접적인 원인은 선원과 해운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정부의 관리 책임, 구조과정에서 나타난 대처 능력 등에 대해서는 정부의 책임도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가했는가에 대한 물음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일례로 4월 25일 뉴스에서만 하더라도 청해진해운 실소유주 유병언 회장의 비리 의혹과 부동산 문제 등을 지적하고 선원들의 탈출 경로까지 그래픽으로 보여주며 바로 가까운 거리에 승객들이 있었다면서 이들을 비판한 바 있다.
또한 세월호의 결박 문제와 적재량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접근하였고 이러한 보도는 이후에도 지속되었다. 그러나 구조작업 과정에서 나타난 지속적으로 나타난 민간 잠수부들과 정부당국은 엇박자, '언딘'이라는 업체에 대한 의혹 등 이후에 나타난 정부가 관련된 문제점과 의혹에 대해서는 그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따져 묻지 않는 모양새를 보였다.
즉, 상대적으로 선박회사와 선원들 등에 대해서는 매우 구체적이고 치밀하게 접근하는 모양새를 보이는 반면, 정부 측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상대적으로 무뎌 보이기만 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정부의 언론통제가 현실화 되는 것은 아닌지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실제 4월 28일에는 한 언론매체에서 세월호 관련 언론 보도통제 문건이 폭로됐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침묵으로 일관하였다. 게다가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사복경찰이 SBS의 취재를 녹음하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정부가 언론보도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보도통제와 같은 석연치 않은 행동을 하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부분이 존재했다. 이는 마땅히 명확한 진상을 규명해야 하는 일이며, 사실이라면 날카로운 비판이 있어야 하는 지점이다. 보도통제의 대상에서 예외가 될 수 없는, 오히려 가장 우선적인 대상이 될 수 있는 지상파 뉴스에서 이를 외면한다면 언론의 책임과 언론의 자유를 언론사 자체가 포기하는 일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것은 세월호 사건이 잊혀 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5월 8일을 기준으로 여전히 세월호 사건은 실종자는 30여 명 남아있는 진행 중인 사건이다. 그리고 실종자 가족들도 여전히 그곳에 머무르며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서서히 세월호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지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단적으로 뉴스의 양도, 배치도 서서히 그 중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4월 26일 SBS 뉴스에서는 단원고 학생들을 상담한 정신과 상담의의 인터뷰를 통해 학생들의 심리상태를 전달하였다. “애들이 잊혀질까봐 걱정하거든요. 저렇게 쓸모없이 잊힐까 봐. 그러니까 기억되지 못할까 봐. 아이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월드컵이 열리고, 올림픽이 열리고 사람들은 그런 일에 몰두하고 우리는 잊힐 거예요. 그런데 우리는 친구들 기억할 거예요, 이러더라고요. 그래서 잊히지 않는다는 그런 증거를 좀 어른들이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희생자가, 유가족이, 그리고 남겨진 학생들이 더 이상의 상처를 받지 않도록 SBS 뉴스에서도 각별한 관심을 유지해 주기를 당부한다.
김동준(공공미디어연구소 부소장/언론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