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지분의 자회사 SBS A&T가 출범한 지 두달만에 SBS본사는 자회사의 자립 경영을 응원하는 대신 본부별 계약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계약제를 들고 나왔다.
본사는 올해 A&T에 대한 용역비를 실제 사업비보다 60억 가까이 적은 603억으로 결정해놓고 이것도 많다 싶었는지 본부별로 계약으로 용역비를 더 줄여 보겠다는 심산이다.
용역비를 내리면서 임금에는 손대지 않겠다고 한결같이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다.
회사가 벌어들이는 돈이 턱없이 부족한데 임금을 예전대로 가져가라는 것 자체가 자회사가 알아서 깎으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SBS의 한 임원은 "언제까지 본사가 자회사 직원의 임금을 보장해 줘야 하나?"며 이런 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왔다. 그러면서 "시장가격에 맞춰 단가 계약을 해야 한다"고 공공연히 주장해 왔다. 그 과정에서 결국 단가계약을 위한 사전 작업인 본부별 계약을 들고 나온 것이다.
경영컨설턴트, 회계사 여기에 변호사까지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계약을 결코 일반적인 일로 이해할 수 없으며 상법상으로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만일 이같은 계약이 현실화하는 경우 다음과 같은 수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우선 본사와 A&T 경영진은 직원들의 근무 시간과 업무량에 대해 더욱 세밀한 기준을 정해 자회사 직원 개개인 업무에 대한 단가를 산정할 것이다.
다음으로 이렇게 산정된 단가를 근거로 본사의 각 현업 본부는 A&T와 업무량의 최소화하도록 압박과 다름없는 지시를 받을 것이다.
이런 단계를 거치면 업무량은 줄어들 것이고 본사는 지난 계약시점과 비교해 업무량이 줄었으니 용역 계약 금액의 삭감을 요구할 것이며 용역비의 95%가 임금으로 지급되는 자회사 직원들의 임금은 자연히 대폭 삭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특히 비교적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문에서는 대폭적인 용역비 삭감 뿐 아니라 계약해지까지 요구받을 수 있다는 점을 양사의 경영진은 결코 모를 리 없다.
이런 가운데 A&T는 올해 신규,경력 사원 13명을 전원 능력급직으로 뽑겠다고 발표했다.
확연히 줄어든 현재의 용역비 수준으로는 내년에도 후년에도 호봉직은 뽑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좋은 인재를 싼 값에 뽑겠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런 인재는 다른 회사도 원한다.
설령 좋은 인재가 들어온다하라더도 호봉직을 포함해 더 좋은 조건만 제시된다면 그들은 미련없이 회사를 떠날 것이다.
SBS란 이름으로 함께 고생해 온 직원들에 대한 더 큰 '의리'는 기대하지 않는다 해도 가격 경쟁력이란 모호한 기준아래 방송의 품질을 포기할 수는 없다.
미래 확실한 콘텐츠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미디어 그룹 SBS가 살아갈 길이란 사실을 왜 모르는 가?
작성일:2014-06-27 09:37:54